소제동 가는 터널 (시민대학 포토에세이 이정희 작가)
김장은 지난 주말에 마무리했고, 이번 주말 점심엔 직장동료의 결혼식에만 가면된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도시 밖으로 나가자니 왕복 시간이며 여행 경비가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다. 우리 아이에게 교육적이면서도 부모도 여가를 즐길만한 도심의 휴식 공간이 없을까.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게 되면서 대전, 충남의 행정의 중심지였던 옛충남도청 부지와 관사촌이 대전시에 남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대전문화연대는 옛충남도청 일대와 관사촌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꿈꿔왔다. 옛충남도청사는 대전에 남아 있는 근대 관공서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도청사로서는 원형을 간직한 몇 안 되는 근대건축물 중 하나이다. 옛충남도청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로 사용된 아픈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관사촌은 도지사, 국장들이 살던 고급 관사촌이었다. 그 일대는 삼엄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졌기에, 그 곳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그 골목마저도 서성이지 못했다.
충남도청사 본관현관 전면 (시민대학 포토에세이 이정희 작가)
상상해 본다. 시내버스를 타고 옛 충남도청사에 도착, 박물관에 들러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다. 옛충남도청사에 관한 역사적 설명을 듣고 나면 일제의 침략전술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예술인들이 입주해 있는 공간 사이사이 자그마하게 열리는 길거리 공연들을 구경하고, 뒤편에 위치한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관사촌에는 각 전문도서관이 있어서 사진, 무용, 미술, 영상 등의 전문 서적도 보고, 분야별 전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이 두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꿈꾸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데는 사람들의 관심과 의지가 더 필요하다. 대전문화연대는 이 상상을 현실로 바꾸려고 노력할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시민의 뜻으로.
글 : 대전문화연대 최승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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