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주와 성품의 상관관계를 게재한 적이 있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병든 아내를 17년간 수발했지만 끝내는 사별하고만 어진 성품의 동료 선생 이야기였다.
그런데 일전에 그와 같은 인상 깊은 간명 사례가 있었다.
고1 아들 진로상담을 하러 온 어머니가 데리고 온 아들 친구의 일화다. 아들의 사주를 펼쳐놓고 기본적인 성격, 성품을 언급하게 되었는데 듣고 난 어머니가 “사주를 보면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습니까?”하고 묻기에 “그렇습니다. 사람의 선악을 지적하지는 않지만 사주 구성상 음양과 오행이 조화롭게 잘 갖추어져 있으면 성격이 원만하고 인격을 갖춘 후덕한 인물이라 하겠지요.” 했더니, “아들 친구 중에 고1이라 하기에는 너무 어른스럽고 착한 아이가 있는데, 아이의 엄마가 바쁘니 저라도 데리고 와서 그 아이 사주가 어떤지 알아보고 싶네요.” 하셨다. 그리곤 정말 몇 일후에 그 학생을 데리고 오셨다.
하도 특별히 이야기한 학생인터라 사주분석에 앞서 교육심리 테스트를 먼저 해보고는 정말 놀랐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청소년들의 심리테스트를 해봤지만 이 학생과 같이 정서적 심리상태가 단 하나의 갈등이나 방황요소 없이 나타난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럴 수가 있나?’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교사생활을 할 때나 청소년 진로상담을 하고 있는 지금이나 청소년들에게 변함없이 하고 있는 충고가 하나 있다. “고민과 방황을 두려워하지 말라. 고등학교 생활이 혹은 대학생활이 좀 늦어진들 어떠랴. 지금 절실히 고민하고 방황해서 삶의 목표를 분명히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학생이 보여준 평정심은 경이로움을 넘어 전율이 돋을 정도였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그의 명저 <의식혁명>에서 가름한 의식 수준의 잣대로 대입해 본다면 테스트 결과로 본 이 학생은 ‘깨달음의 경지’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소년의 사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삶을 영위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학생의 사주를 펼쳐 본 결과 심중으로 기대했던 고매한 성직자의 사주 구성은 아니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이 감탄할 정도로 성숙되고 안정된 심리상태를 견지하고 있는 요인, 즉 사주 구성인자는 무엇일까 하고 분석해 보니 공익성이 강한 무대인 조직사회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공익성이 강한 조직사회로 대표적인 영역은 교육자, 의료인, 공직자, 성직자일 터인데 대부분 일정 수준의 학업 성취를 요구하는 직업군이다. 이 학생의 경우엔 학업 성취인자가 세력을 얻지 못해서 강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나는 이 학생이 걸어갈 인생 노정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다. 그래서 이 학생이 지금 보여준 성숙된 모습이 잘 자라서 그의 인생으로 실현되기를 간구한다.
천을철학원 The Life
문의 1588-7987
노형권 원장
-(전)정일학원 언어·논술 강사
-(전)양영학원 언어·논술 상담실장
-(전)대성학원 언어·논술 강사
-한국일보 논술 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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