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이사 온 첫 해 겨울나기는 전쟁이었다. 눈 치우는 것도 고민거리였고 추위에 얼어터지는 곳들도 많았다. 그럴 때면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웠다.
예전 시골집은 장작 아궁이에 장작을 땠고 온돌이 달궈져 방은 따뜻했다. 저녁에 불을 지핀 열기로 가족들이 밤을 새우고 새벽나절에 아궁이에 불을 피워 다시 방을 덥혔다. 아궁이에 장작을 때는 일은 부모님의 몫이었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불내에 선잠을 깬 새벽이면 부엌에서 장작 타는 소리가 들렸다.
부모님들의 도란도란 하던 말소리도, 간간의 웃음소리와 한숨소리도 모두 겨울 새벽에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었다. 외양간에서는 암소의 워낭이 딸랑거렸다. 꿈결 같았다. 스무살 초반의 청년이 될 때까지 그런 모습이었다. 외지를 떠돌다 잠깐 집에 들렀을 때 나는 이런 시를 끄적이기도 했다.
…내 졸린 옆자리에는 / 풀물 든 유년이 / 함께 누워 잠이 들고 / 문풍지 너머에서는 / 오랜 천식으로 숨을 고르던 부모님들이 / 혀가 닳고 눈이 닳고 / 가슴이 닳아 돌아온 아들을 위해 / 밤새워 도란도란 아침밥을 짓는다…
지금 도시에서 혀가 닳고 눈이 닳도록 열심히 살다 유유자적 시골서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아궁이에 장작을 때는 집을 꿈꾸기도 한다. 간혹 멋으로 황토방 하나 만들어 장작을 때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원주택은 보일러를 쓴다. 스위치만 누르면 자동으로 방이 덥혀진다. 기름통만 잘 채워주면 겨우내 따스하다. 그렇게 편리해졌지만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긴긴 겨울밤에 보일러가 고장이라도 나거나 기름이라도 떨어지면 큰 낭패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겨울나기 응급처치의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준비 없이 맞는 겨울은 어김없이 고생을 하게 된다.
준비는 곧 경험에서 비롯된다. 한 두 해 겨울을 나며 고생을 해보면 터득할 수 있다. 자연스레 전문가가 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술자를 부르면 비용도 만만치 않고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도 않기 때문에 직접 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보면 창고에 공구가 하나씩 늘어 창고는 비좁아 진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 아는 체 하는 사람 잘 못 만나면 배꼽이 더 커지기도 하지만 이웃에 마음씨 좋고 실력 있는 아저씨라도 있으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 공구 저 연장 빌려 쓰며 배울 수도 있다. 그렇게 몇 해의 겨울을 나다보면 오는 겨울도 겁나지 않게 된다.
김경래 리포터 oksigol@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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