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어둑어둑 내리는 늦가을 저녁, 영하의 추운 공기 속에 입김을 뿜으며 공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하루 일을 마치고 컴컴한 밤에 안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 모이는 안양여성축구 회원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지만 축구공만 보면 열정이 생긴다는 그녀들의 힘찬 연습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해요~
안양시 축구연합회에서 처음 여성축구단 단원 모집 공고를 낸 건 2005년 초반.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축구를 하겠다고 모여들었다.
“2005년 5월 안양여성축구회가 결성된 이후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8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했어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연습은 쉬지 않았죠.”
눈이 오면 눈 치우고, 비가 오면 비옷 입고 연습한다는 회원들은 축구를 사랑하고 좋아해서 시작한 사람들이다.
축구회원 35명은 대부분 평범한 주부다. 하지만 9년 동안 연습에 몰두하고 노력한 결과 이제는 프로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김효은(35) 감독은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다보니 실력이 저절로 늘었다고 귀띔한다. 축구는 팀원 간의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회원들 간의 유대관계도 남다르다.
축구선수인 딸을 이해하기 위해서 축구를 시작했다는 최명화(51)씨. “지금은 내가 딸보다 더 축구를 좋아하게 됐어요. 이젠 딸이 제게 쉬엄쉬엄 연습하라고 걱정까지 해요.” 축구를 하며 폐활량이 좋아졌다는 최씨는 축구 덕분에 건강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잊고 산지 오래다.
여성축구팀의 맏언니 김영덕(57)씨는 축구를 하면서 갈비뼈에 금이 간적이 여러 번. 그뿐만 아니라 다리도 깁스하고 손목도 여러 번 다쳤다.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깁스한 다리를 이끌고 축구장으로 향했어요. 비록 다쳐서 뛰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 뛰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김씨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꾸준히 해온 덕분에 젊은 사람 못지않게 체력이 좋다. 축구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다 보니 갱년기 우울증 또한 겪어본 적이 없다고.
골키퍼 이명숙(54)씨는 축구 덕분에 남편과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남편이 먼저 저를 챙겨요. 축구를 좋아하는 남편과 공통 관심사가 생기니 대화도 많아져 생활이 즐겁답니다.”
그러고 보니 운동 덕분에 몸도 마음도 더 젊어지고 밝아졌다는 회원들의 얼굴이 다들 제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에너지를 한껏 품고 공을 향해 달리다보면 하루의 힘들었던 감정은 날아가고 즐거운 에너지만 가득하게 된다. 축구가 끝나면 시원한 생맥주 한잔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집안이야기며 직장이야기까지 나누다보면 어느새 근심걱정 또한 멀리 사라진다.
창단 8년 만에 전국여성축구대회 우승 차지해
“올해는 한 달에 한번 씩 대회에 참가하느라 무척 바빴어요. 낮에는 직장인이고 주부들이다보니 저녁에 만나 연습하느라 더 바빴죠.” 시합 때문에 전국을 누볐다는 단장 이영모(54세)씨.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뭐니 뭐니 해도 무주에서 열린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여성축구대회 결승전이었단다. “결승전에서 만난 횡성여자축구팀은 실력이 막강한 팀이었어요. 우리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뛴 덕분에 결국 2대1로 이기고 말았죠. 지금까지 경기 중에서 그때가 가장 감동적이었어요.”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사라지지 않은 듯 회원들의 얼굴에는 흥분이 감돈다.
겨울에는 경기가 없기 때문에 체력을 보충하고 열심히 연습해 내년에 있을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게 그녀들의 당찬 포부다.
윤지해 리포터 haeihae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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