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에 목숨 건 사나이

‘청국장과 보리밥’ 본사 (주)인건푸드시스템 오기성 대표

“우리 식문화에 대한 자존감, 청국장으로 찾을 겁니다”

지역내일 2013-11-05

동네에서 ‘청국장과 보리밥’이라는 이름부터 건강해 질 것 같은 상호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내산 콩과 보리로 청국장과 보리밥을 만드는 프랜차이즈 회사의 오기성 대표. 청국장의 세계화를 꿈꾸고 손익을 계산하기보다는 손님을 먼저 생각하는 그를 만나 청국장에 빠진 사연을 들어봤다. 

청국장

첫인상? 그냥 별 어려움 없이 무탈한 가정에서 평범하지만 공부는 꽤나 잘했을 ‘범생이’ 같다. 말하는 품도 그렇다. 언뜻언뜻 비치는 치열한 열정을 눈치 채지 못했다면 지극히 겸손하고 몸 어딘가에 ‘나 착한 사람’이라고 각인돼 있을 것만 같은 선량한 모습이다.
공고를 졸업하고 운 좋게 직장생활을 하던 중 전문대라도 나와야 한국 사회에서 사회생활이 가능할 것 같아 전문대를 갔고 졸업까지 했다. 그 후에는 공부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일단 학교부터 들어가 공부를 했다. 학위가 필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인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프랜차이즈 전문가 과정을 비롯해 엉뚱하게도 영남대학교 고기전수 과정, 한국벤처농업대학 등 무려 열손가락으로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공부를 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못했다기보다는 공부를 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지하철에서 신문까지 팔아야 했습니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초년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살다가 서른한 살에야 비로소 꿈이 생겼다. 바로 자신처럼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사회복지사의 삶. 하지만 어딘가에 소속이 되면 몇 명밖에 돌볼 수가 없을 것 같아 보다 많은 청소년들을 돌보기 위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한 가지 목표만 보고 달려왔고 현재도 계속 달리고 있다.

서른한 살에 생긴 꿈, 자신 같은 청소년들 위한 장 마련하고파
처음 시작한 사업은 장모님이 하시던 ‘건업리 보리밥’의 분점. 그때까지 분점이 없던 ‘건업리 보리밥’의 분점을 맡아서 하는데 3년이 다 돼가도록 도무지 돈이 벌리지 않았다. 당시 현대차라는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데다 야간대학교까지 다니며 장사까지 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새벽에는 시장을 봐서 장사할 준비를 하고 직장에 갔다가 점심시간에 또 와서 저녁장사를 준비해 놓고 밤에는 학교를 다니는 일상이 반복됐다. 몸은 늘 피곤에 절어 있었다. 둘 다 하기 힘들어 결국 9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에 전념했지만 역시 돈은 모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장모님이 “오 서방, 너무 계산하지 마. 그냥 해”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번뜩 깨달았죠. 그동안 너무 손익만 계산하고 있던 제 자신을 발견한 겁니다. 그저 고객에게 뭔가 주려고 생각한 게 아니라 돈 벌 궁리만 했던 거죠. 그런 깨달음 이후 거짓말처럼 돈이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3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장모님께 물건만 받고 갚지 못했던 미수금 3,000만 원을 3개월 만에 일시금으로 갚았습니다. 계산을 하지 않으니 돈이 모이더라고요.”
그날 이후 돈 버는 비결을 알았다는 오기성 대표.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가만히 보니 보리밥이 계절을 타는 것이었다. 봄과 가을에는 장사가 잘되는데 겨울에는 도무지 장사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봄가을에 벌어서 겨울에 다 까먹었다. 고민 끝에 보리밥이 아니라 함께 내놓던 청국장을 메인으로 내세웠다. 일명 ‘건업리 청국장과 보리밥’. 본격적인 청국장 연구에 들어갔다. 뭔가에 꽂히면 일단 이론 공부부터 하는 게 오 대표의 스타일. 청국장 공부를 하면서 청국장에 서서히 매료되기 시작했다.
청국장 연구를 진행하면서 ‘청국장과 보리밥’의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지난 6년간의 결실이었다. 오 대표의 장사스타일은 프랜차이즈를 하기 전에 일단 직영점을 내보고 문제점을 찾아낸 후 가맹점을 내는 것. 그래서 ‘청국장과 보리밥’도 이곳저곳에 7개나 되는 직영점을 냈다. 그렇게 직접 직원들과 함께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냈고 그 후에 가맹점을 내기 시작해 현재 20개의 매장을 냈으며 올해 매출액은 외식경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30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21억 원이었으니 분명 큰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청국장2


냄새 고약한 치즈는 먹으면서 청국장은 왜?
그는 스스로를 6차 산업인이라고 부른다. 1차 산업은 청국장의 원료인 콩 재배에 관여하고 있고, 2차 산업은 그 콩으로 청국장을 제조하며, 3차 산업은 그 콩으로 장사를 하니 다 합쳐서 6차 산업이라는 것이다. 미래에는 그가 하는 것처럼 6차 산업이 가장 전도유망하다는 것이 많은 미래 학자들의 주장이다.
“벤처농업대학을 다니면서 유기농에 눈을 떴고 스스로를 농업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콩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 있고 그 콩으로 만든 청국장에 제 인생의 명운을 걸었으니까요. 청국장은 알면 알수록 그 어떤 식품보다 뛰어난 완전식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국장 특유의 냄새요?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냄새 지독한 치즈는 고급이라며 인상 찡그리면서도 잘 먹으면서 왜 청국장은 냄새 때문에 먹기가 힘들다고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냄새가 나는 것이면 못 먹을 이유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우리의 음식을 창피하다고 생각합니다. 다 우리 식문화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오 대표는 우리 식문화의 자존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청국장도 냄새에 적응하지 못한 초보자를 위한 단계부터 전통 청국장 마니아 단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그래서 청국장의 세계화를 이룰 생각을 갖고 있다. 김치도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외국인들이 극도로 싫어했지만 건강에 좋다고 하니 지금은 한류를 이끄는 대표 음식이 되지 않았는가. 청국장이라고 김치만 못할 게 뭐가 있는가. 우선은 청국장으로 만든 음식을 전시하는 작은 부티크를 세계 요지의 식당에 만들어 점차 활동범위를 늘여 청국장의 세계화를 이룩하는 게 목표이다.
돈을 벌기 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오기성 대표. 그렇게 장사를 하시는 장모님에게 배운 방식대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사업방식은 프랜차이즈 ‘청국장과 보리밥’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저는 가맹점 사장님들에게 항상 손님에게 ‘아끼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하루 이틀하고 말 장사가 아니거든요. 장사를 잘하려면 그만큼 베풀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베풀면 들어오더군요, 그래야 손님도 좋고 가맹점 사장님들도 좋은, 말 그대로 윈-윈이 되는 거죠”라는 말로 오 대표는 결론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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