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가로수마저 노랗게 빨갛게 물들기 시작하는 걸 보니 자꾸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청명한 가을 날씨를 아이들도 느끼는 지 주말만 되면 어디론가 떠나자 졸라대기 바쁘다.
그래, 떠나보자! 머뭇거리다 가을이 다 가버리면 아쉬울 것 같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필요했기에 주말을 이용해 가을여행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너무 먼 곳은 부담. 안양에서 가깝지만 가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자연이 있고,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놀거리가 있는 곳이 여행지 선정의 우선이었다. 그러다 주목한 곳이 다름 아닌 경기도 양평. 안양에서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다 용문산, 레일바이크, 수목원 등 아이들과 함께 들러 즐기기 좋은 곳들이 많았기 때문.
레일바이크 타고 양평을 가로질러, 고고!
양평에서 무엇을 꼭 해볼까? 여행을 떠나기 전 생각했을 때, ‘레일바이크 타기’가 먼저 떠올랐다. 지난 여름 강원도 여행에서 예약을 놓쳐 타지 못한 레일바이크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아이들이 레일바이크 타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 일찌감치 예약을 했다. 예약은 양평레일바이크 인터넷 홈페이지(www.yprailbike.com)에서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골라 하면 됐다. 가족이 탈 수 있는 4인승 패밀리 바이크가 2만9천원이었다.
수십 대의 레일바이크가 안내자의 지시로 한 대씩 출발하자 아이들의 얼굴이 기대와 흥분으로 상기됐다. 페달을 돌리며 레일 위를 달리는 바이크는 양평의 가을 풍경들을 감상하기에 제격이었다. 레일 옆으로는 고개 숙인 벼가 가득한 누런 들판이 펼쳐졌고, 한쪽 옆으로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바이크 앞으로는 가을 산들이 울긋불긋 물들고 있었는데, ‘가을의 자연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감탄하며 바라보기 바빴다.
얼마나 달렸을까? 레일바이크 앞에 굴이 나타났다. 컴컴한 굴속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별 것 없는 굴속이지만, 어른도 아이도 즐거운 기색이 역력했다.
20여분을 달리자, 잠깐 쉬어가는 휴게역이 보였고,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방향을 돌려 출발지로 다시 되돌아가는 코스로 레일바이크 여행이 마무리 됐다.
의외의 소득, 양평 ‘들꽃 수목원’
그동안 양평을 몇 번 와보긴 했지만 수목원을 찾아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들꽃 수목원. 아이들에게 꽃과 나무 등 자연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큰 기대 없이 들른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생각보다 즐길 거리가 많아, ‘의외의 소득’이었다.
수목원 내부는 유명 수목원들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수목들이 정원의 형태로 꾸며져 있어 정돈되고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캐나다에 있는 유명 정원인 ‘부처드 가든’의 모습도 일부에서 느껴질 정도로 신경도 제법 쓴 모양새였다.
거기다 다양한 장식물들과 군데군데 놓인 연못의 수가 다른 곳보다 눈에 띄게 많은 것도 특징. 작은 연못, 큰 연못, 크기도 다양하고, 오리부터 커다란 비단잉어와 작은 피라미, 거기다 개구리까지 다양한 동식물들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연못의 둘레가 막혀있지 않아 연못 앞에 서면 발 바로 앞, 눈 밑으로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를 볼 수 있었다.
잔디를 넓게 깔아 만든 피크닉장에는 아빠와 아이들이 부메랑을 돌리며 한가롭게 놀고 있고,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해 온 가족들은 그 옆에 놓인 근사한 방갈로 의자 안에서 음식을 나누며 소풍 기분을 마음껏 내고 있었다. 바로 옆으로는 반짝이는 남한강이 흘러 장관을 이뤘다.
또한 이곳의 명물 ‘사계절 잔디썰매’도 타봐야 한다. 레일 위에 썰매를 놓고 타는 것인데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다. 5천원을 내면 8번을 탈 수 있는데, 타는 아이들이 적거나 다 타고도 아이가 많이 아쉬워하면 표 받는 사람의 특권(?)으로 몇 번 더 타게 허락해 준다.
천백 년 된 은행나무의 위용, 용문사에서 만나다
양평군의 나무는 바로 ‘은행나무’. 그래서 양평을 다니다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은행나무다. 은행나무가 많다보니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기도 한 것이고.
은행나무의 고장답게 이곳에는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양평의 대표 사찰인 용문사 대웅전 앞에 위치해 용문사의 사천왕문 역할을 한다는 ‘용문사 천년은행나무’가 그것. 이 나무의 수령은 자그만치 1100~1500년. 높이도 42m에 이르고, 천연기념물 제 30호로 지정돼 있다. 이 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용문산관광단지를 지나 입장료를 내고 용문사로 올라가면 된다. 용문산관광단지는 대표관광지이자 유명한 등산코스이다 보니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이곳은 온갖 종류의 먹거리들이 즐비해 식사 때를 맞춰 이곳을 찾으면 좋을 듯 싶었다.
이 가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자연과 계절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보자. 추운 겨울을 이길 마음의 힘이 불끈 생긴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