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공범’

사랑하는 가족을 의심해야하는 잔혹한 이야기

지역내일 2013-10-28
‘공범’, 사랑하는 아빠가 범인이라고 의심하게 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결국엔 공범이 될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이야기의 영화다. 스릴러 영화이지만 명품 배우 김갑수와 손예진의 섬세한 연기 덕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공범

사건보다는 감정에 주목해야 하는 영화
세상이 험해져서 그런 걸까, 최근 들어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자꾸 위태로운 가족관계가 소재로 떠오른다. TV드라마 ‘스캔들’이나 영화 ‘화이’에서 나오는 아들은 유괴범을 아버지라 믿고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아버지들은 훔쳐온 자식이어도 지극정성으로 기르며 반듯하게 자라도록 한다. 보는 사람도 뿌듯할 만큼 빛나는 자식으로 말이다. 그런 자녀가 자신을 사랑으로 길러준 부모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주인공인 아이들도, 지켜봐야 하는 관객도 마음의 지옥문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해야 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단죄해야 하는 상황. 영화 ‘공범’ 또한 그런 이야기다. 관객인 우리는 딸 역의 손예진이 겪는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아버지를 의지하고,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때론 창피하기도 했던 아빠, 그 아버지를 이제 의심하고, 벌해야 하고, 결국엔 용서해야 한다. 딸 손예진의 입장이 되어 영화 ‘공범’을 따라가면 그녀의 공포, 배신감, 처절한 외로움이 관객인 우리에게도 전염되어 온다. 영화는 묻는다. 네 가족이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할 때 너는 어떻게 행동하겠느냐고. 

공범2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괴범이 내 아빠
영화 속에는 실제 사건으로 설정되어있는 ‘한채진군 유괴사건’이 등장한다. 극장에서 그 사건을 다룬 영화를 보던 딸 다은(손예진)은 실제로 녹음되었다는 범인의 목소리가 집에서 늘 듣던 아빠의 목소리임을 감지하고 혼란에 빠진다. 더욱이 기자 지망생으로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다은의 입장에서 진범인 것 같은 아버지를 숨기는 일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다은이 극중에서 보던 영화는 영화 ‘그놈 목소리’와 ‘공범’의 연관성을 떠올리게 한다. 메가폰을 잡은 국동석 감독은 ‘그놈 목소리’에서 조감독을 맡았고 ‘그놈 목소리’를 연출한 박진표 감독은 ‘공범’의 제작을 맡았다고 한다. ‘공범’과 ‘그놈 목소리’가 한 형제처럼 어울려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영화는 묻는다. 너의 사랑하는 아빠가 세상을 벌벌 떨게 한 유괴범에다 살인마라면 과연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공범3

주위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공포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은 후에 그 시기를 겪고 나서 ‘가족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가족의 사랑과 지지는 초인적인 힘과 의지까지 생겨나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가족이 주위에 한 사람도 없게 된 것이다. 의지해야할 아빠가 아니라 신고해야할 아빠로 바뀐 상황. 설상가상 남자친구마저 믿을 수 없다. 용기를 내어 잠시 남친에게 기대보기도 했다. 남친에게 부탁해 아빠의 과거를 캐보려 했지만 어느새 남친은 경찰의 부탁으로 다은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세상에 둘 뿐인 사랑했던 사람, 아빠와 남자친구. 하지만 이제 그 두 사람마저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린 상황. 다은의 공포는 외로움으로 더 커져만 간다. 아빠가 범인이라는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고 아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던 다은은 살아갈 방향을 잃는다. 영화는 묻는다.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린 상황, 그대로 당신은 정의와 도덕에 비추어 옳은 행동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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