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옛날 어른들이 많이 하시던 말씀이다. 그리고 아빠가 군대에서 이등병일 때 많이 듣던 말이고 상병, 병장이 되어서는 많이 하던 말이다. 꼭 때리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실제로 그랬다. 그냥 두면 점점 기강이 흐트러졌고, 자주는 아니어도 한번씩 ‘한따까리’를 해야 후임들이 정신을 차리고 소위 군기가 들어간 행동을 보였다.
아빠는 자라면서 맞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어른이 때리면 무조건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빠 자신이 잘못해서 맞는 것이라 여겼다. 한 번씩은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적도 있지만, 권위에 도전하지 않아야 어른들이 돌봐주는 이 사회가 유지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
어른이 자기 할 일을 잘 하면 아이는 당연히 잘 따라서 할 것이라 여기고 열심히 살았다. 또 이전에 윗사람들의 행동 중에서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은 안하려 했다. 아빠의 아빠는 주말이 되면 잠자기 바빴지만, 아빠는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간다. 아빠는 학교에서 억울하게 혼나도 참아야 한다고 배웠지만, 아빠는 아이가 억울함으로 호소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렇게 아빠는 아빠의 아빠보다 덜 혼내고, 더 헌신한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안들을 때 아빠의 아빠는 10대를 때렸지만, 아빠는 3대만 때린다. 이것도 아이를 위해 참은 것이었다.
아빠는 아빠의 아빠에 비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많이 맞는 게 싫어서 줄이긴 했지만,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때리면 당장은 아이가 말을 들으니까, 어쩌면 아빠 생각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아이의 문제행동이 반복되고 아빠의 손이 다시 올라간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때리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빠의 양육방식은 아이의 대처방식에 영향을 준다. 때리는 해결책은 일방적인 해결책이고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분노감이 쌓인다. 더구나 요즘처럼 때리는 양육방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맞으면서 훈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되면 분노감은 더 커진다. 생각을 바꾼 김에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 10에서 3까지 줄였다면, 이제 0은 얼마 안 남았다. 안 때리고 양육하기 위해서 아빠가 창의성을 발휘할 때, 아이도 창의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지우심리상담센터 성태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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