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들은 푸른색을 벗고 붉게 물들고 있었다. 기온도 떨어져 아침 저녁이면 몸이 시렸다. 불과 일주일만의 변화다. 태국을 거쳐 따뜻한 나라 미얀마를 돌아오는 며칠 사이 강원도는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내가 살지만 순식간에 변하는 계절의 역동성이 새롭다. 수시로 바뀌는 계절을 따라잡기 위해 사람들이 바빠지는가 보다. 한 계절이 끝나고 나면 다가오는 다른 계절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계절을 살아내기 버겁다.
봄에는 때 맞춰 씨를 뿌려야 하고 여름에 가꿔 가을 적당한 날에 거두어 창고에 쌓아둬야 겨울을 날 수 있다.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리듬에 맞춰 제 때 해야 하고, 제 시간에 해야 하고, 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는 바빠져야 한다. 늘 긴장해 살아야 한다.
특히 전원주택을 짓고 강원도 시골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을이 중요하다. 긴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겨울 추위에 얼어 터지는 곳이 없는가를 미래 챙겨보아야 하고 정원의 나무들도 추위에 얼어 죽지 않도록 보온을 해줘야 한다. 밖에 두었던 화분들도 실내로 들여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기다린다. 벽난로 장작도 미리 준비해 놓아야 따뜻한 거실을 만들 수 있다. 난방비 걱정도 해야 했다.
그렇게 겨울 준비를 해도 눈이 왔을 때나 기온이 떨어졌을 때와 같은 비상시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겨울을 나면서 물을 얼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물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며 눈이 왔을 때 치울 장비도 미리 점검해 놓아야 한다.
강원도에 살면서 늘 겨울이 걱정이었다. 기온이 떨어진다고 하면 시골집 물이 얼지 않을까 밤을 설치고 눈이라도 오는 날에는 눈 치울 것을 걱정해야 했다. 보일러를 때면서 기름값 걱정을 할 때가 많다. 이렇게 강원도 겨울나기가 힘이 부쳐서인지 미얀마에 며칠 있으면서 든 생각은 엉뚱하게도 ‘겨울나기 걱정을 하지 않아 좋겠다’는 것이었다. 따뜻한 나라의 행복이 고작 그 정도의 가치가 다는 아니겠지만 내가 사는 강원도와 많이 비교됐다. 늘 따뜻한 기온에 산과 들에는 먹을 것들이 풍부했다. 땅은 강원도처럼 척박하지 않고 비옥했다. 그래도 못 사는 것은 너무 좋은 자연환경이 사람들을 아쉬움 없게 했고, 고만큼만 부지런해도 문제없이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를 생각해 봤다. 그래서 미얀마에 겨울 긴 강원도 마을을 만들고 싶어졌다. 너무 지나친 역발상인지는 모르지만…
김경래 리포터 oksigol@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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