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평생교육원은 시대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 지역주민들의 열린 배움의 장이다. 더 나아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설 교육기관과는 달리 교육비가 저렴한 것은 물론 대학의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기 때문에 강좌의 수준이 높은 것도 대학 평생교육원만의 장점. 특히 성남 용인 등 경기 남부는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대학이 밀집해 있어 어느 지역보다 배움의 기회가 많다. 가을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는 우리동네 대학 평생교육원을 탐방해 본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배운 것 활용하면서 소통하라!
대학 평생교육원, 학위취득, 진로찾기, 커뮤니티 등 열린 배움공간으로 진화
#유명 기업의 마케팅 기획 담당자였던 김정은씨. 결혼 후 육아를 위해 직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6년을 전업주부로 지내다 보니 경력이 단절되었고, 사회로의 진출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우연히 경희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독서논술지도사 과정을 듣고 난 후 학교 방과후 논술 교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하고 있는 논술공부가 자녀의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더욱 보람있다는 김 씨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조행자씨. 현재는 한국미협 정회원이면서 매년 6~7회 이상 전시회를 갖는 중견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조 씨는 동서울대 평생교육원에서 현대회화 과정을 들은 후 화우들의 모임인 ‘동림회’ 활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동서울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도 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조 씨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요즘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
평생 동안 직업을 5번이나 바꿔야 한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대학 졸업자의 절반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40~50대에 정년을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의 개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대학의 평생교육원에는 제2의 진로를 준비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생교육원은 어느 교육기관보다 최신 흐름을 반영한 전문 강좌들이 많기 때문이다.
못 다한 학업, 제2의 진로 위해 학위받는 사람들 늘어
대학 졸업장이 평생을 책임졌고, 누구나 원하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률이 70~80%에 육박하고, 일자리는 줄어들면서 상황은 달아졌다. 각 학문간 융?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대학 평생교육원의 학점은행제 과정이 인기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위가 없는 사람들이 학위를 받기도 하고, 새로운 전공 분야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학점은행제를 활용하고 있다.
학점은행제는 보통 대학마다 특성화 된 과목을 개설한 경우가 대부분. 죽전의 단국대학교는 가장 많은 분야의 학점은행제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의 인기학과인 도예, 화훼조형학, 사회복지학 그리고 체육학 과정은 가장 많은 학위수여자를 배출했다.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 곽일준 교수는 “급격한 노령화 사회에 진입에 대비해 오는 2014년까지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7천명 더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한 뒤 “이에 발 맞춰 필요한 사회복지학 학위와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점은행제 과정이 인기다. 최근에는 학위가 있는 사람들도 유망분야의 학위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용인에 있는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평생교육원에서는 의·치학과 약학대학 선수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의대와 치대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지망생들이 필요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 전공과정, 아동학 아동미술학 과정이 인기다.
같은 취미와 진로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 공간 되기도
대학 평생교육원의 특성상 같은 진로 취미나 진로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교육과정이나 과정 이수 후에 동아리나 모임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모임에서 벗어나 작품활동, 진로탐색, 봉사 등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단국대의 도예과정, 동서울대의 미술과정, 신구대 사진아카데미 등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 중의 하나가 문화예술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동서울대학 평생교육원 미술과정 수료생들의 모임인 ‘동림회’는 수 많은 작가를 탄생시켰다. 보통 6~7년 이상 활동한 사람들로 구성된 동림회는 매년 그룹 전시회를 갖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아카데미로 유명한 신구대학 평생교육원은 사진커뮤니티 활동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전문 작가를 배출한 신구대 사진아카데미는 사진계의 원로 홍순태 교수와 진필훈 교수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차세대 사진작가를 배출해내고 있다.
동서울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이영광 원장은 “평생교육원은 단순한 배움의 목적에서 더 나아가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좋은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도 한다”고 강조하며 “혼자는 어려운 다양한 일들을 도모하기도 하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일이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것이 커뮤니티의 힘이다.”라고 덧붙였다.
40~50대 주부에서 20~60대까지 수강 연령층 다양해져
순식간에 사라지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새로 생겨나는 직종도 셀 수 없이 많다.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이유다. 평생교육원 각종 자격증 과정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 특히 가정주부들에게 유리하면서 취업 등 활용도가 높은 복지, 교육, 예술, 요리 등이 유망 분야로 손꼽힌다.
관련 자격증 취업이나 창업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중요한 스펙 중의 하나다. 주로 전업주부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바리스타와 음료, 그리고 조리 관련 과정은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인기다. 사회복지과정은 50~60대 많고, 교육이나 화훼 과정은 30~40대 주부층에서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많다.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최창규 원장은 “대학 평생교육원을 찾는 계층은 주로 자녀교육을 끝낸 시간적 여유가 있는 40~50대 주부층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고등학교를 갖 졸업한 20대부터 정년 퇴직한 60대, 그리고 40~50대 직장인까지 수강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목적으로 실질적인 기술이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평생교육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는가 하면, 노후를 걱정하는 직장인들이 야간강좌를 수강하는 것도 최근 변화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 대학 평생교육원 최고 명품강좌는?
대학마다 경쟁력 있는 강좌 따로 있다!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은 보통 대학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대학의 경쟁력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평생교육원 강좌도 성장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학교마다 경쟁력 있는 인기강좌가 있다.
체육과정이 가장 활성화 되어 있는 학교는 가천대와 용인대 단국대. 용인대학교는 골프아카데미가, 가천대와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은 체육학과 태권도 과정이 인기다. 세분화되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학위과정까지 운영되고 있다.
미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계원예술대학교 평생교육원과 동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 계원예대는 미술전문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고, 동서울대학의 경우 미술강좌만 10여개가 개설되어 있어 웬만한 미술대학 수준을 자랑한다. 전통적으로 사진학이 강한 신구대학. 평생교육원의 사진아카데미는 현직 작가도 찾아올 만큼 사진학의 메카로 인정받고 있다.
교육전문가 과정은 대학마다 개설되어 있지만 그중에서 경희대학교 독서토론지도사과정이 인기다. 유명 동화작가이기도 한 최영신 교수가 이끄는 과정은‘소통하는 리더 양성’을 표방하며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음악과정이 세분화 되어 있는 명지대학교는 기독교 음악, 클래식 음악, 실용음악 등 다양하고 전문화된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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