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항공사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면접질문이 어려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사실 이런 전화는 반갑지 않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와 똑똑한 줄로만 알았던 아이. 학생이 직접 전화한 것도 아니고 엄마가 자녀의 취업준비를 도와주는 모습이 좋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마음이야 충분히 알겠지만, 이제 자녀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헤쳐 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자소서 질문은 “아시아나항공이 당면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를 선택하여 이에 대항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을 제안하여 주십시오.”였다. 어머니께서는 아시아나의 경쟁사인 대한항공이나 저가항공으로 뜨고 있는 제주항공을 말씀하신다. 필자는 아시아나의 경쟁항공사는 국내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닐 것이며,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이기에 편안함과 최상의 서비스를 지향하는 고객입장에서는 제주항공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리고 아마 지원자의 80%는 같은 얘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할 확률이 높아 학생에게 다양한 측면으로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통화를 마쳤다.
자소서를 작성하거나 면접을 볼 때 자신의 얘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읽는 사람 혹은 듣는 사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열 명을 선발하는 데 경쟁률이 백 대 일이라면 담당자는 천 명의 지원자를 만나거나 천 장의 자소서를 읽어야 한다. 똑같은 얘기를 읽는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대학 재학시절 논술시험을 채점하고 수업에 들어오신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어쩜 이렇게 똑같은 답을 써 낼 수가 있냐고. 백 장의 시험지를 읽으면 구 십장은 거의 똑같다’고 말씀 하신 적이 있다. 그럴 경우 똑같은 구 십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열 장중 독특한 시각을 가졌거나 오류가 없는 시험지를 가려낸다고도 하셨다.
한 예로 승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대체로 지원동기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사람을 대면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좋거나, 사람들에게 봉사를 하고 서비스를 하는 것이 적성에 맞다’고 답한다.
수시면접을 준비 중인 학생들이라면 명심하자.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 눈에 띄는 단 한명의 지원자 즉 ‘면접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지원하는 학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 자신이 왜 해당학과에 걸 맞는 인재인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재경
도서출판THE공감 대표
공감입시학원 국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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