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어디까지 가봤니? 과천 문원폭포,
시원한 문원폭포까지 한 시간, 가족이 함께 쉬엄쉬엄 오르기 좋아
벌써 8월 중순이다. 휴가의 막바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바다는 멀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수영장은 번거롭다면 인근 계곡으로 눈을 돌려보자. 울창한 나무속에서 산림욕도 즐기고 아이들이 물장구치는 계곡에 수박 한 덩이 띄워놓으면 더위도 무섭지 않다. 거기에 작은 폭포라도 하나 있으면 그림이 따로 없다.
관악산은 산세는 험하지만 다양한 바위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관악산을 오르는 많은 등산객은 단연코 연주암 등반을 최고로 꼽겠지만, 가족단위 등산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문원폭포와 계곡이다.
문원폭포는 관악산 중턱의 작은 폭포이다. 문원폭포를 중심으로 산 초입까지 이어지는 물길이 문원계곡이다. 인근 지역 등산객들을 중심으로 ‘아는 사람만 안다’는 곳이다.
굽이굽이 계곡에 초록빛 나뭇잎, 아이들도 어렵지 않은 산길
지난 주말 9살, 6살 아이들을 데리고 문원폭포를 다녀왔다. 등산 기분도 내고 물놀이를 즐길만한 곳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 초등학생도 문원폭포까지 1시간이면 올라간다는 지인의 추천 덕분이다. 힘들면 ‘아무 곳이나 마음에 드는 계곡에서 쉬면 된다’는 조언도 한몫했다.
초행길이지만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 과천청사역 6, 7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을 따라가면 이내 나오는 기술표준원 옆 등산로 입구. 문원폭포까지는 약 1km 남짓한 거리이다. 문원폭포를 첫 번째 목표로 삼아 정상까지 가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물론 연주암을 가신다는 등산객들의 뒤를 조심조심 따라가는 두 아들의 목표는 문원폭포이다.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인지, 산에 올라가는 초입부터 계곡물이 넘실넘실하다. 수영복을 입은 가족들도 제법 보인다. 아이 걸음으로 십 분만 올라가도 물놀이를 할 수 있으니 지인이 굳이 문원폭포 코스를 추천한 이유를 알겠다. 벌써 ‘여기가 폭포야?’ 하고 들썩이는 아이들을 애써 웃음으로 잠재우고 걷기 시작했다.
계곡도 좋지만, 눈이 시리도록 초록으로 물든 등산길 또한 여름 산만의 매력이 있다. 30도가 웃도는 도심 속과는 달리 시원한 산속, 청량하면서 짙은 나무 향에 몸이 먼저 반긴다. 등산길 옆이 계곡이라 산을 오르며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생각보다 길도 험하지 않고 그늘 길이 많다. 바위가 많은 산이라 6살 둘째는 여러 번 남편이 옮겨주곤 했지만 9살 큰아이는 혼자 잘 걸었다. 걷기 시작한지 삼십여 분만에 밧줄을 잡고 더듬더듬 올라가야 하는 산길은 물론 정상을 향하는 듯 한 가파른 길까지 짧지만 아이에게 산행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에도 좋은 코스다.
아이들과 자주 쉬다보니 옆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아기인 듯 수박을 소중하게 앉고 가시는 분부터 커다란 은색 양푼을 한 속으로 ‘척’ 들고 가시는 분까지. 문득 보리밥과 열무김치에 고추장만 넣고 쓱쓱 비벼먹는 한 끼가 꿀맛같이 그립다.
문원폭포와 계곡 차가운 물속에서, 더위 안녕!
아이들과 산에 들어온 지 딱 1시간, 거짓말처럼 폭포수가 펼쳐진다. ‘쏴’ 하고 힘차게 내려오는 폭포수의 소리가 경쾌하다. 등산 내내 시끄럽던 아이들도 처음 보는 문원폭포에 순간 말이 없다. 조용한 아이들 뒤로 “으메, 시원한 거!” 중년부인의 입담만 구수하다. 폭포수 옆 방울방울 튀어 오르는 물방울도 시원하다.
폭포 조금 아래쪽 계곡 옆 바위에 자리를 잡고 나니 아이들은 바로 입수 준비완료. ‘풍덩, 풍덩’ 물속으로 들어가는 두 아들 옆에서 따라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발만 살짝 담가본다. 계곡은 바닥이 다 드러나도록 맑고 발가락 사이를 휘감기는 물은 일순간 등허리가 서늘해지도록 차갑다. 바위 위에 앉으니 폭포와 인근 계곡이 한눈에 보인다. 굽이굽이 물줄기 속에서 차가운 물을 따라 내려오는 산속의 바람. ‘오늘은 이곳이 바로 최고의 피서지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들은 계곡 아래 소금쟁이 대여섯 마리에 흥분한다. 9살 형의 ‘여기야, 여기!’라는 외침에 어느새 숨어버린 올챙이를 못 본 것이 둘째는 못내 아쉽다. 물이 맑아서인가 아이 주먹만한 가재 한 마리도 살펴볼 수 있었다.
밝히는 것이 돌멩이인지라 아이들은 이내 댐 쌓기에 열중한다. 큰 아이는 기술자. 작은 아이는 재료 조달자이다. 늘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계곡에 와서는 어느새 돌멩이 한 개, 곤충 하나를 소중하게 보는 조용한 관찰자가 된다.
바로 옆의 어르신들은 막걸리를 곁들인 늦은 점심이 한창이다. 쌈장에 ‘콕’ 찍어 드시는 상추쌈 하나에 나도 모르게 입맛이 돈다. 그 위쪽에 일찌감치 중년 부부가 자리 잡았다. 아저씨는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즐기고 아주머니는 발만 계곡에 담근 체 독서 삼매경이다.
가장 늦게 올라온 대학생 팀은 오자마자 계곡 입수부터 공놀이까지 활기차다. 수영복을 입은 젊은이들도 조용하던 산속이 일순간 알록달록해진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올라간 문원폭포, 가는 길목마다 계곡에 초록빛 나뭇잎까지, 단 한 시간 등산으로 아이는 아이 대로, 어른은 어른 대로 더할 나위 없이 알찬 하루가 된다.
주윤미 리포터 sinn78@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