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소원’

가슴 아픈 절망 속에서 움트는 아련한 희망

지역내일 2013-10-14

2008년 12월 우리는 9살짜리 어린 소녀의 인생을 잔인하게 짓밟은 아동 성폭행 사건인 일명 ‘조두순 사건’을 접했다. 이 끔찍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소원’, 민감하고 아픈 소재인 만큼 영화관을 들어서는 마음도 무겁기만 했다. 분노만 남긴 채 영화관을 나서게 되는 것은 아닐지, 어린 소녀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앞섰다. 그런데 영화는 아동 성폭력 사건의 아픔을 우리 모두의 것으로 공감하게 만들며 따스하게 다가왔다.

소원1

“괜찮아 소원아, 다 괜찮아”
씩씩하고 당당한 아홉 살 소녀 소원(이레)이는 어느 비 오는 날 아침, 등굣길에서 술에 취한 50대 아저씨에게 끌려가 무참한 사고를 당한다. 이 일로 평생 인공항문을 써야 하는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충격으로 아빠의 손길마저 끔찍하게 여긴다.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단란했던 소원이네 가족은 하루아침에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된다.
전국이 떠들썩했을 정도로 이미 그 실체가 잘 알려진 5년 전의 끔찍한 실제 사건, 영화는 사건의 자극적인 장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아프면서도 따뜻하다.
영화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소원이에게 “괜찮아 소원아, 다 괜찮아”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정말 괜찮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떨칠 수 없어 마음이 저린 영화다. “큰 상처를 겪은 가족들이 고통의 터널을 지나 다시 일상을 되찾기까지의 진심 어린 가족의 태도와 주변 사람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라고 이준익 감독은 설명한다. 영화는 온기어린 시선으로 세상의 모든 소원이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소원2

서너 번의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영화
영화 속 세상의 아픔을 바라볼 용기를 냈다면 손수건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서너 번의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영화다. 분노를 삭이고 딸의 고통을 지켜봐야만 하는 소원이 아빠 동훈(설경구)의 절절함,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딛고 강인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소원이 엄마 미희(엄지원),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 움츠리며 세상에 다가서는 소원이, 경제적·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소원이네 가족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진한 우정을 보여주는 이웃사촌(김상호, 라미란), 소원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사고 이후 소원이의 보디가드를 자청한 같은 반 남자친구 영석이(김도엽) 등 영화는 끊임없이 감정을 자극하며 관객들을 눈물바다에 빠뜨린다. 

소원3

따뜻한 캐릭터들이 전하는 진정한 위로
언제부턴가 한국영화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화들이 굵직한 장르를 형성하며 경쟁적으로 관객들에게 자극을 선사한다. 작품성을 떠나 오랫동안 끔찍한 장면들이 뇌리에 각인돼 불편함으로 남는다.
그에 반해 영화 ‘소원’은 가장 끔찍한 소재를 가장 인간적으로 다루었다. 영화 곳곳에 따뜻한 캐릭터들이 넘쳐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의식을 찾자 자신의 아픔도 잊은 채 다른 친구들의 피해를 걱정하며 범인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는 소원이, 주위의 시선을 걱정하는 소원이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친구들, 자신의 위치에서 적절한 치유의 손길을 건네는 세심한 주변 캐릭터들이 작지만 진정한 위로를 전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가수 윤도현의 파워풀하면서도 감성적인 엔딩 주제곡 ‘소원’이 흐르며 다시 한 번 가슴을 울렸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이젠 다시 설 수 있어. 지나간 시간보다 더 남은 날들이 중요해 그래. 소원을 빌어 소원을 빌어 다신 슬프지 않길~” 부디 영화가 피해 가족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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