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통영 여행기

보물섬 남해와 예술가의 도시 통영으로 떠난 여름 여행

지역내일 2013-08-12

아예 비행기나 기차를 타면 모를까, 차를 타고 떠나는 먼 곳으로의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자꾸 ‘땅의 끝 마을’들이 끌리는 거다. 남해, 거제, 해남, 장흥 등등. 심리적 경계선인 강원도와 충청도를 좀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남해와 통영으로 떠났다. 아이들에게는 바다에서 실컷 놀게 해주겠다고 호언하면서, 속으로는 ‘동양의 나폴리’라는 남해와 예술의 고향 통영에서 보고 먹고 즐기겠다는 사심 가득한 여행의 출발이다. 

남해1

남해의 자연, 금산 보리암과 상주은모래비치
서울에서 5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경남 사천시. 남해로 넘어가는 삼천포대교가 내려다보이는 숙소에서 멀리 물안개 낀 남해를 바라보며 5박 6일의 긴 여정을 기대해본다.
남해로 들어가는 입구에 ‘보물섬’이라고 적힌 팻말을 보고 아이가 묻는다. 남해가 왜 보물섬이냐고. 실제로 보물을 숨겨놓은 건 아니지만 보고 먹고 즐길 것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하니까 어떤 보물일지 궁금하다며 빨리 가자고 성화다. 아닌 게 아니라 남해에는 절경이 멋진 금산 보리암과 넓고 하얀 백사장과 푸른 물이 어우러진 상주은모래비치, 다랑이논으로 유명한 가천 다랭이마을, 이국적인 독일마을과 원예예술촌 등 둘러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어디를 먼저 보아야 할지 결정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남해 금산 정상에 위치한 보리암은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라 일컫는데, 관음보살에게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한 후, 소원이 이루어지면 온 산을 비단으로 둘러주겠노라 약속을 했기에 산 이름에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더운 날씨에 보리암까지 오르느라 땀범벅이 되었지만 보리암에 올라서서 바라본 울창한 숲과 남해의 시원한 바다 풍경에 땀이 절로 식었다.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진 상주은모래비치와 한려수도의 절경에 모두들 감탄을 쏟아냈다.
보리암에서의 풍경을 눈에 담은 채 상주은모래비치로 향한다. 멀리서 바라볼 땐 아기자기한 모습이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였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백사장과 그 주변을 가득 메운 울창한 송림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를 향해 아이들이 달려간다. 이렇게 마음껏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일 년에 단 한번 뿐, 이 시간이 아까운지 아이들은 잠시도 바다에서 나오려하지 않았다.

남해2

바다 앞까지 이어진 다랑이 논과 이국적인 독일마을
남해에서 세 번째 방문한 곳은 가천 다랭이마을(darangyi.go2vil.org)이다. 이곳은 언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45도 경사의 비탈에 석축을 쌓아 108층이 넘는 계단식 논을 일구어놓은, 다랑이 논으로 유명한 곳이다. 농가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에서 바다 바로 앞까지, 가파른 경사면이 온통 논인 이 마을만의 풍경이 무척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 바다 끝에서 땅을 올려다보면 푸르른 논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가천 다랭이마을은 다양한 바다체험과 민박도 겸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하루정도 머물기에 더없이 좋다. 일정상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가 힘들어서 아이들과 하루 묶어보기로 했다. 마당에 나오면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골목길을 돌고 돌면서 비슷한 듯 다른 농가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민박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금세 주인 집 언니오빠랑 사귀고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동네 구경하느라 바빴다. 콘도나 호텔처럼 편리하진 않지만 이렇게 사는 곳도 있구나 하고 아이들이 경험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다만 옆 방 손님 탓에 조금 시끄러운 밤을 보낸 것만 빼면 말이다.
남해땅 끝 쪽에 자리 잡은 독일마을은 TV를 통해 많이 알려진 곳이다. 1960년대 광산 노동자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되었던 동포들이 만든 마을로, 교포들이 직접 독일에서 건축 재료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으로 집을 지었다고 한다. 계획적으로 조성된 곳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곳은 다음 기회로 미루려 했는데 맛 집을 찾아 지나던 길에 너무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와 저절로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이국적이면서도 무척 정겹게 느껴졌다. 덕분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앉아 한 숨 쉬었다가는 여유도 부릴 수 있었다. 이곳 또한 몇 곳의 민박집들이 운영 중이니 하루쯤 머물며 이국적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남해4

이순신 장군이 얼이 서린 노량 앞바다
남해를 다니다보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전투 중 순국한 노량해전의 배경이 된 곳이기 때문이다. 노량 앞바다는 현재 경상남도 남해도와 하동 사이의 해협으로 남해대교를 건너는 바로 그 지점이다. 이 때문인지 남해대교를 건너면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렬사와 바다에 떠있는 거북선 모형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이곳 충렬사에 이순신 장군의 유해를 안치했다가 충남 아산의 현충사로 이장하고 지금은 봉분뿐인 가분묘만 남아 있다. 충렬사에서 노량 앞바다를 바라보니 그 긴박했을 노량해전이 그려졌다. 아이들과 노량해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로웠던 나라를 지키려 힘쓰신 이순신 장군을 떠올려본다.
남해바다에 떠있는 거북선 모형은 실제 거북선의 크기로 제작된 것으로 내부도 둘러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전체 3층 구조이고 어른들 눈에는 그리 커보이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마치 진짜 조선의 장군이라도 된 듯 배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수군들이 잠자던 곳, 밥 짓던 곳, 볼일 보던 곳까지 그대로 재현해놓아서 아이들이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었다. 

남해5

아이들의 천국, 고성 공룡박물관
남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통영으로 향하는 길에 고성 공룡박물관(museum.goseong.go.kr)에 들렀다. 아이들이 한창 공룡에 빠져있을 때부터 눈여겨보던 곳인데, 멀다는 이유로 선뜻 찾아오지 못한 곳. 그래서 빡빡한 일정 가운데 짬을 내 꼭 들러보기로 했다.
고성 지역은 국내 최초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곳으로, 군 전역에 걸쳐 거의 모든 곳에서 약 5,000여 점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고성 공룡박물관에서 공룡의 전신골격을 보며 공룡의 거대함을 가늠해보고 공룡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박물관에서 이어진 상족암과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그 규모에 압도될 정도로 거대했다. 아이들은 공룡발자국 화석 앞에 서서 이곳에 진짜 공룡이 살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놀라워했다.
야외에 조성된 공룡공원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공룡모형과 공룡놀이터, 편백나무 숲, 전망대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단연 놀이터가 우선이다. 아직 여름 햇살의 뜨거움이 남아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공룡미끄럼을 타고 노느라 더운 줄도 모른다. 아마도 공룡놀이터는 세상에서 제일 전망 좋은 놀이터이리라.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들으며 지는 해와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 최고였다. 

남해6

곳곳에 예술의 정취가 담긴 통영
통영에 도착해 처음 느낀 점은 생각보다 작고 소박한 곳이라는 점과 짙은 바다 냄새에 고깃배 가득 늘어선 이곳은 ‘과연 어촌이구나’ 하는 점이다. 소설가 박경리를 비롯해 시인 유치환,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등 이곳을 고향으로 둔 예술가들과 통영국제음악제 덕분에 나름 꿈꿔오던 통영의 이미지가 있었다. 실제의 통영을 마주하고 보니 상상과는 조금 다른 듯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작은 어촌마을에서 어떻게 단기간에 그토록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통영 곳곳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풀리는 듯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미륵산에서 내려다본 안개 낀 한려수도, 한산섬을 출발해 통영으로 향하는 배 갑판에서 바라본 통영의 전경, 그리고 고불고불 이어진 동피랑 벽화마을의 골목길을 걷다가 바라본 통영 시내. 바다의 기운이 살아있는 서호시장과 중앙시장까지. 발 딛는 곳곳의 모습들이 신비롭다가 정겹다가 규칙적이다가 자유분방하다가…. 한 마디로 무어라 정의내리기 어려운 곳이 바로 통영이란 곳인 듯싶었다.
미륵산 케이블카를 돌아 나오며 박경리기념관(pkn.tongyeong.go.kr)으로 향했다. 구불구불 산길을 운전하는데 한적한 시골 어촌풍경이 이어졌다. 이런 외딴 곳에 박경리기념관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박경리 선생님의 이름에 비해 단출한 느낌인 기념관에는 선생님의 일생과 작품에 대한 소개 자료가 친절히 전시되어 있다. 흔히 박경리 선생님 하면 『토지』를 연상한다. 그러나 이곳에 전시된 자료와 인터뷰, 작품 속 문장 등을 따라가다 보니 선생님과 통영의 접점을 더 확실히 인식할 수 있었다. 마치 내가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된 그 옛날 통영의 어느 마을에 서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남해7

식도락 여행이라 할 만한 남해와 통영
남해는 볼거리 뿐 아니라 먹거리도 풍성한 곳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남해는 수산자원이 풍부하여 감성돔, 삼치, 멸치, 도다리 등이 많이 잡힌다. 따라서 남해에 오면 꼭 먹어보아야 할 음식으로 멸치쌈밥과 멸치회가 꼽힌다. 특히 집산 포구인 미조항 주변에 식당들이 모여 있다.
남해의 축산업으로는 한우를 가장 많이 기르고 있다고 한다. 바닷가이다 보니 회나 생선구이 등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고기 좀 먹고 싶다는 아이들 성화에 찾아간 맛 집 ‘암소한마당’. 남해바다 해풍을 맞으며 직접 키운 한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맛있다’를 연발한 곳이다.
통영 또한 이곳만의 대표적 먹거리가 풍성하다. 우선 전국적으로 유명한 충무김밥. 통영거리를 걷다보면 충무김밥집의 행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떠나기 전 여행카페에서 찾은 정보에 따라 찾아간 곳은  ‘한일김밥’. 강구안 인근에 있는 이곳은 단체주문과 포장전문이라 그런지 주문하자마자 완벽히 포장된 충무김밥 4인분을 들고 나올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직장이 명동 인근이어서 친구들과 명동거리에서 충무김밥을 즐겨 먹곤 했기에 나에게 충무김밥은 젊은 날의 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이젠 내 아이들이 충무김밥을 먹을 만큼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충무김밥의 고소한 맛만큼은 변함없는 듯 했다.
그 다음 찾은 곳은 서호시장 골목 안에 자리한 ‘만성복집’. 시장 상인들에게 졸복국 맛있는 집 어디냐고 물어서 찾아간 곳이다. 손가락 2개를 합쳐놓은 것 같은 졸복 4~5마리가 들어간 졸복국은 통영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해장국이라고 하는데, 꼭 해장 목적이 아니어도 시원한 국물이 정말 일품이었다. 서호시장 내 또 하나의 유명한 맛 집은 원조 시락국. 장어 육수로 끓여낸 시래기국밥 하나만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밖에 오미사꿀빵, 멍게비빔밥 등 통영 식도락 여행만으로도 일정이 빠듯할 지경이었다.

남해&통영 맛집
- 미조식당(055-867-7837, 남해군 미조군 미조리 168-35)
  : 멸치쌈밥과 멸치회무침, 갈치조림이 맛있기로 알려진 곳
- 암소한마당(055-863-9999, 남해군 이동면 초음리 2102)
  : 자체 목장을 보유한 한우전문점
- 한일김밥(055-645-2647, 통영시 항남동 79-15)
  : 단체주문과 포장전문 충무김밥집
- 만성복집(055-645-2140, 통영시 서호동 177-65)
  : 시원한 졸복국이 일품인 곳
- 원조 시락국(055-646-5973, 통영시 서호동 177-408)
  : 장어 시래기국 전문점
-명촌식당(055-641-2280, 통영시 항남동 151-95)
  : 통영항여객선터미널 인근에 있는 생선구이집.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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