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잘 안 낫는데, 수술을 해야 하나요?
이렇게 묻는 환자분들은 이미 수술에 많은 고민을 했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간단하게 치료되면 간단한 질환인 것으로 생각하고, 심각한 질환으로 생각되면 심각하게(수술처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받아들이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수술을 했던 분들도 그렇게 물으시는 경우가 있는데, 한번 이상의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면서 다음 얘기를 하겠습니다.
척추수술 후 증후군
허리(척추) 수술을 하고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를 ‘척추수술후 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는 수술이 잘못된 것일까요? 새로운 병이 생긴 것일까요? 아니면 수술로 해결될 병이 아닌데 수술을 선택한 것일까요? 이 중에서 심각하게 느껴진다고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닌 ‘만성 통증’(chronic pain)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만성통증에 대한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만성통증’은 단지 오래된 통증이 아니며, 급성통증과 질병의 근본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만성통증은 증상이 아니라 질환 그 자체라고 합니다.
여기서 ‘증상’이란 말을 좀 더 설명하면, 만약 너무 피곤하고 졸리며, 사지 관절이 맞은 듯이 무거운 통증이 있어서 병원에 가게 됩니다. 그럼 피로 및 관절 통증이 증상입니다. 병원 진료 후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진단이 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질환’이며 이에 따른 치료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만성통증은 증상이 아니라 새로운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성통증 VS. 급성통증
이것은 급성통증과 만성통증을 제대로 구분하고 나면 좀 더 쉬워집니다. 사실 급성통증과 만성 통증으로 구분하는 것은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질환에서도 만성이란 말을 질병을 앓은 기간을 기준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흔하고 어렵지 않게 느껴지시겠지만, 학문적으로는 급성통증과 만성통증이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입니다.
처음에는 급성통증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잘 치료하지 못하고, 계속 신경을 자극하는 반복적인 과부하가 있으면 말초신경 단계에서 변화가 오고, 그 이후로도 반복적인 과부하가 지속되면 신경세포 내부와 말초에서 척수 대뇌까지 이어지는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에 비정상적 변화가 오는 만성통증의 단계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것은 척추나 관절 같은 근골격계 뿐 아니라 소화기 질환 같은 만성 내과적 질환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시 예를 들면, 넘어진 후 발목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뼈가 금이 갔다고 하는 내용에서는 발목 통증은 증상이며, 골절이라는 조직 변화에 따른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급성통증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만성요통의 경우에는 디스크 같은 조직이 탈출(변화)한 것이 원인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자극으로 인해 그 주위의 신경회로에 기능 이상이 생기면 통증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위의 척추수술후 증후군 같은 경우를 다시 생각해 보면, 허리 통증이 신경회로의 기능 이상을 근간에 둔 만성통증인데도 불구하고 급성통증일 때처럼 추간판 탈출 같은 조직의 변화를 원인으로 보고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은 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 상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성통증의 치료
만성통증에 대해 급성통증과 동일한 질병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접근하면 치료가 잘 되지 않습니다. 만성통증에 대한 이론과 미세바늘과 신경재생 영양물질을 이용한 치료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었습니다. 수술을 이미 받았고 온갖 비수술적 치료를 다 받았는데도 낫지 않거나 재발된 환자 100명 중 62명이 90%이상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이 무엇이든지 눈으로 보고 진단하게끔 발전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만성통증을 보여주거나 신경회로의 기능 이상을 알아차릴 수 있는 영상의학 장비나 진단검사는 없습니다. 만성통증에 대한 질병의 패러다임을 인지하는 전문의의 진찰로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글 구미 이너셀자연의원 이채용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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