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충 씨, 로또 562회까지 1등으로 당첨 번호로 가장 많이 나온 숫자가 뭔지 알아?”
“글쎄요?”
“자 보라구. 20은 무려 95번이 나왔는데 9는 겨우 59번 밖에 안 돼. 20이 나온 횟수가 9의 1.5배가 넘어. 20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이지. 그러므로 이번 주 로또에는 20보다 9가 나올 확률이 높을 것 같아”
“뭐라구요? 이한방 씨?”
“생각 해 보라구. 로또 번호는 1부터 45까지 나오는 횟수가 비슷해야 하는데 20이 너무 자주 나왔어. 그러므로 큰 수의 법칙에 따라 나온 횟수가 적은 번호를 택해야 유리하다구.”
“글쎄요. 저는 20이 자주 나왔으니 이번 주에도 20이 나올 확률이 더 높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독자들은 위의 대화 중 어느 사람의 의견이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두 사람 모두 틀렸다’가 답이다.
로또나 주사위를 던질 때 나오는 숫자는 앞의 결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주사위를 던져서 1의 눈이 나온 것과 다음 번 주사위를 던졌을 때 1이 나오는 경우와 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주사위를 충분히 많이 던진 후 나온 횟수를 조사해보니 4의 눈이 가장 적게 나왔다고, 다음 번에 던질 때는 4의 눈이 나올 확률이 크다고 혹은 작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로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9나 20이 나올 확률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온 횟수와는 상관없이 두 번호가 나올 확률은 여전히 1/45로 똑같다.
주사위를 한 번 던져서 1의 눈이 나올 확률은 1/6이다. 이렇게 이론적으로 계산한 이 확률을 수학적 확률이라고 부른다. 주사위를 여섯 번 던지면 한 번, 60번 던지면 10번은 1의 눈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주사위를 여섯 번, 60번 던져보면 1의 눈이 정확하게 한 번, 10번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주사위를 직접 던져 보자. 정말 그런지.)
수학적 확률은 이론적으로 계산한 확률이지만 통계적 확률은 실제로 일어난 확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60번 던져서 1의 눈이 12회 나왔다면 12/60를 통계적 확률이라고 부른다.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주사위를 무한히 반복해서 던지면 각각의 눈이 나올 확률은 수학적 확률과 근접한다는 사실을 ‘큰 수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즉 주사위 던지기를 무한히 반복하면 1의 눈이 나올 확률이 1/6에 매우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주사위 던지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주사위를 60회 던졌더니 1의 눈이 13회 나왔다고 하자. 또, 주사위를 600회 던져서 1의 눈이 93회, 6000회를 던져서 987회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각각의 확률은 (13/60)=0.216..., (93/600)=0.155, (987/6,000)=0.1645이 되어 수학적 확률 (1/6)=0.166... 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6이 나온 횟수와 이론적으로 나와야 할 횟수의 차이는 13-10=3, 100-93=7, 1000-987=13으로 점점 커진다. 다시 말해서 주사위를 던지는 횟수가 많아지면, 실제로 6의 눈이 나온 횟수와 이론적으로 나와야 할 횟수 사이의 차이는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팍팍한 삶이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으므로 인생역전에 대한 바램이 점점 더 절실해져서 인지, 로또 구매 후 발표 전까지 상상의 나래를 펴는 즐거움 때문인지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이런 기류에 편승해서 로또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1등 번호를 맞추어 준다는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성업 중이다. 수학의 관점에서 보면 로또 프로그램은 구매자들에게 1등 당첨에 대한 가능성이 높다는 환상을 좀 더 현실감 있게 심어 줄지는 몰라도, 실제 당첨 가능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런 사이트에서는 1등 당첨자가 나올까?
어떤 사이트에서 1만 개의 서로 다른 로또 번호를 회원들 각자에게 추천했고 회원들이 그 번호 모두를 구매했다면 당첨가능성은 1만 배가 커진 1/814로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그런데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를 각 개인의 당첨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각 개인의 당첨가능성은 여전히 1/814만으로 변함이 없지만, 그 사이트에서 당첨자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만약에 추천 번호가 10만 개라면?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번호를 많이 구매할수록 그 사이트에서 당첨자가 나올 가능성도 점점 커진다. 그래서 로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로또를 구매하면 회원 누군가는 1등에 당첨되지만 그 누군가가 절대 나는 아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로또의 판매 수입금이 11조를 훌쩍 넘겼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로또 수입금으로 국가에서 하고 있는 일은 마땅히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고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주머니에서 그 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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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광고등학교 신인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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