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학생들은 사랑을 주는 만큼, 관심을 주는 만큼 성장합니다.”

지역내일 2013-10-03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잘 따라오는 아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아이들의 마음에 더 공감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다양한 일들을 통해 깨닫곤 한다. 얼마 전 공기업에 취업했다며 오랜만에 연락을 해 온 제자에게서 문득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를 기억해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과 함께 문득, 녀석과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정확히 7년 전, 그날은 2학기 중간고사와 수능시험을 앞두고 모두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수업을 시작하고 20분쯤 지났을까? 한 학생이 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왔고 녀석은 책을 가져오지 않은 채로 맨 앞자리에 앉았다. 수업의 흐름이 끊긴 건 물론이고, 수능을 앞두고 예민해 져 있던 필자는 녀석의 불성실한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감정을 억눌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녀석은 고개를 숙이고 수업을 듣지 않았고, 필자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수업 후 교무실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진도를 나갔다.
 교무실에서 다시 마주한 녀석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하다. 왜 늦었냐는 물음엔 대꾸도 없다. 처음엔 따끔하게 혼내 주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한편으론 ‘고3이라 너도 힘들겠지’라는 생각에 더는 묻지 않는다. 그리고는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책상에 올려놓은 초코파이에 눈길이 갔던 필자는 녀석의 손에 초코파이를 쥐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안 좋은 일 있었니? 표정이 어둡다. 우울 할 때 초콜릿 같은 당분을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들었어. 이거 먹고 힘내” 얼마나 지났을까? 무표정했던 녀석의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그리고는 뭐가 그리도 서러웠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한바탕 울음을 터뜨렸고, 당황했던 필자는 그저 말없이 녀석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열심히 듣던 녀석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필자는 성적이 좋지 않다고, 혹은 성실하지 않다고 아이를 잘못이라고 탓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혼내기 전에 아이에겐 어떤 말 못할 고민이 있었던 건지, 공부를 잘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이유가 뭔지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이재경
도서출판 THE공감 대표
공감입시학원 국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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