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애프터 루시아’

집단 따돌림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굵직한 수작(秀作)

지역내일 2013-09-30

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의 참혹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영화 ‘애프터 루시아’가 국내 개봉했다. 소름끼칠 정도로 리얼하고 끔찍한 청소년 집단 따돌림 행태를 경악과 공감으로 지켜봤다.    

영화1


10대 청소년들의 서슴없는 비인간적 따돌림 행태
집단 따돌림은 그로인해 매년 아까운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희생자를 정해 이유 없이 미움과 증오를 퍼붓고 잔인한 폭력까지 자행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영화 ‘애프터 루시아’는 집단 따돌림이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시사했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로베르토(헤르난 멘도자)는 딸 알레한드라(테사 라)와 멕시코시티로 이사를 한다. 로베르토는 레스토랑에서 쉐프로 일하지만 동료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알레는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끝이 없는 따돌림과 폭력에 지친 알레는 학교에서 간 여행지에서 파도치는 바다로 뛰어들어 실종되고 만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청소년들의 집단 따돌림 행태는 너무나 리얼하다. 같은 반 친구들은 모두 알레를 창녀 취급하고, 그녀의 머리를 자르고, 강제로 술을 먹이고, 감금에다 집단 성폭행까지 감행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흐려진 채 범죄를 공유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집단 괴롭힘은 점점 더 잔인하게 확대되고, 그들에게서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영화2


여운이 남는 아버지의 차갑고 거침없는 복수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알레가 집단 따돌림으로 고통 받는 부분으로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뒷부분은 알레가 실종된 이후 로베르토가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나가는 부분으로 앞부분에 비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두 배우는 가족을 잃고 새로운 환경에서 부적응으로 시달리는 부녀의 공허함을 애잔하게 보여준다. 또, 영화의 분위기는 소재가 된 사건의 무게에 비해 지나치게 섬세하고 침착해 더욱 리얼하게 다가온다.
집단 따돌림과 실종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수사는 형식적으로 끝나고, 가해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 변명과 거짓으로 사건의 실체를 덮기도 하고,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도 한다. 아내와 딸을 잃은 상황에서 세상의 아버지들이 두려울 것이 있으랴. 아버지의 복수는 빠르게 진행된다. 보트를 바다 한복판으로 몰고 가 직접적인 가해학생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빠뜨리고 무표정하게 바다를 가르며 돌아오는 아버지의 냉정하고 우직한 복수에 가슴 한편이 후련해지는 것은 청소년 자식을 둔 부모이기 때문일까.


어른이 되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
처음 맞닥뜨린 힘겨운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적절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능력이 있다면 이미 어른일 것이다. 영화 속의 알레는 언뜻 보면 속 깊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어른스러운 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허감으로 무기력한 여린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아내를 잃고 방황하는 아버지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알레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다. 아버지는 알레의 고민상담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해야할 대상인 것이다. 새로 이사한 낯선 동네, 낯선 선생님, 낯선 학교와 친구들, 방황하는 아버지, 알레가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그녀가 세상을 피해 움츠린 곳은 10시간 거리에 있는 예전에 살던 집. 그곳만이 그녀가 떠올린 유일한 안식처였을까.
알레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대화상대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부모로서 항상 열어 두어야할 아이의 대화 창구에 무관심의 셔터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본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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