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 전형이 지난달 4일부터 일제히 실시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험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고 원서를 접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추어 대학이 원하는 스펙을 준비한 수험생들에게도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지역에 위치한 대학의 톡톡 튀는 이색학과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대학마다 이름만 약간 씩 다를 뿐 비슷비슷한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손짓하는 학과는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학과의 이름만으로도 신선한 우리지역의 대학 가운데 이색학과를 소개한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학과
안양대학교 비전센터를 찾은 날은 학교 축제가 열리고 있던 날이었다. 이 학교의 화장품발명디자인학과 이영주 교수를 만나기 위해 그의 연구실을 찾은 시각, 학교 캠퍼스 곳곳에서는 축제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축제기간인데 수업을 하나요?”
“물론이죠. 저희 학과는 발명과 디자인을 하는 학과이기 때문에 굳이 수업시간이 아니더라도 늘 의식은 깨어있고, 사소한 것이라도 발명과 연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되어있죠. 학생들도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요.”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하며 이 교수가 건넨 말은 화장품발명디자인학과의 자랑보다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더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설명에 무게를 실었다. 화장품발명디자인학과. 이름도 생소하다. 화장품 관련 학과는 대학마다 개설되어 있는 곳이 많고, 디자인학과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를 만큼 많은 학교에서 관련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화장품과 발명 그리고 디자인이 접목된 학과는 도대체 어떤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과정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걸까?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곳을 찾았다. 약 30여명의 학생들이 이영주 교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가운데에는 청일점 남학생도 눈에 띈다.
“화장품이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졌어요. 이젠 남성들도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진 세상이 되었잖아요.”
1학년 전민우 군은 “고교 때부터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원했고 다행이 입학하게 되었다”며 “팀끼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화장품 용기를 분석하거나 발명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일은 늘 새롭고 흥미로운 일”이라면서 “신설학과라서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우수한 커리큘럼과 훌륭한 교수님이 계시는 화장품발명디자인학과에 과감히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서정언 양도 “디자인만 배우는 학과라면 미술을 공부하지 않아 다소 부담이 되었겠지만 발명과 함께 하는 학과라 부담감이 다소 줄어들고,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일이라 취업 경쟁력도 밝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편익 고려한 용기 디자인 전망 밝아
최근 뷰티업계는 제품의 효용가치를 살리기 위해 브랜드마다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 가운데 제품의 특성은 살리면서 소비자들의 편익을 고려한 용기 디자인으로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는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패션디자이너 톰 포드와 손잡고 조각 같은 골드 패키지를 선보인 에스티로더나 투명 크리스털로 디자인해 컬러가 선명하게 보이는 슈에무라 언리미티드 립스틱은 건축가 캘빈 차오의 작품으로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또 빈티지한 일러스트레이션과 문장형 네이밍, 레코드판처럼 생긴 파우더와 철 필통형 보디밤 등 화장을 일종의 장난감 놀이로 승화시킨 베네피트도 여성들의 로망이 되었고,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그의 수트처럼 우아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화장품 케이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화장품 시장은 화장품의 기능과 성분을 강조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다 화장품의 효과를 높여주는 역할까지 한다. 기존 화장품의 논리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배려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화장품 용기가 결합된 제품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화장품 시장에서 과거 10년 전 까지는 전 세계 화장품의 신기능 용기는 일본과 독일이 주로 개발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그 무대의 중심이 되어 샤넬, 로레알, P&G, 라프레리 등의 세계적인 화장품회사의 구매부서와 개발부서 담당자들이 수시로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업체들과 공동개발 및 독점구매를 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학과 담당자는 설명했다. 한국은 인건비나 제조원가가 낮지 않고 품질이 최고가 아닌데도 세계적 화장품회사들이 찾아오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새롭고 편리한 신기능 용기를 한국업체들이 개발하여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새롭고 편리한 신기능 용기는 바로 화장품발명디자인에서 나온다. 현재 화장품 용기의 개발은 디자이너(용기, 포장)와 엔지니어(설계, 금형)가 협업을 통해 일을 하기 때문에 잦은 마찰과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앞으로는 화장품 개발전문가가 개발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효율적이고 신속한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되어 화장품발명디자인학과의 전망 또한 밝은 편이라고 한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인터뷰-이영주 교수(사진 2번 넣어주세요)
화장품발명디자인은 발명, 디자인, 공학이 접목된 융복합학과
“이제는 화장품 용기가 디자인 요소에만 머물지 않고 화장품의 기능을 보완하는 중요 요소가 되고 있다. 화장품발명디자인학과에서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화장품 용기와 포장의 개발을 담당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되었다. 화장품의 역사, 내용물, 사용법, 마케팅을 배우고 신기능 발명, 디자인, 설계, 금형, 사출, 특허 등의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이론과 현장실습을 통해 세계 최초로 화장품 개발전문가를 양성하고 배출하기 위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화장품 발명디자이너, 화장품 개발전문가, 국내외 화장품회사, 화장품 용기개발 전문업체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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