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이너셀자연의원에 내원하는 분들 중 목 뒤쪽 경추쪽이 아프면 혹시 목디스크가 아닌가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디스크는 사진을 찍으면 보인다니까 경추 사진을 한번 찍어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방문한 병원에 따라 단순 방사선,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의 다양한 조합으로 확인을 하게 된다.
만약 사진에 정상 모양에서 벗어난 형태가 보인다면 그것이 현재의 불편함이나 통증의 원인이 되고, 의사에게 디스크 비슷한 말만 들어도 ‘아 나는 목디스크구나’하고 질병을 받아들이게 된다.
진단과 치료 사이
저희 병원에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도 이런 과정을 겪으셨고, 스스로 목디스크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들리신 40대의 여성환자 분도 종합병원에서 MRI찍었는데, 경추디스크라고 진단을 받았다면서 사진이 든 CD를 보여주었다. 실제 사진에서 경추 3번과 4번사이, 4번과 5번사이로 경추 디스크가 밀려나온 영상이 확인이 되었다. 목 뒤가 아픈 것은 물론, 좌측 팔이 저린 것이 수개월 되었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자고 권하였는데 선뜻 내키지 않아서 소개를 받고 내원했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50대 남자로 팔도 저리고 목도 아프고 해서 자기는 목디스크 같은데, 사진을 다 찍어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어떤 사진인지 다시 여쭈어 보니 CT, MRI를 모두 찍었다고 하셨다. 병원에서는 사진에는 큰 이상은 없는데, 디스크 초기 같다고 치료를 좀 해보자고 해서 했는데 큰 차도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진짜 아픈데, 결과는 이상없어
현재 의학에서는 질병의 증거를 찾아야지만 질병으로 인정받는다. 이건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환자분은 아파도, 꾀병이 아니라 진짜 아픈데도, 검사를 통한 객관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면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아픈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범인에게 심증만 있고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형사가 답답하듯이,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환자분도 답답해지는 것이다.
위의 첫 번째 예에서는 사진의 이상과 환자분의 증상이 크게 일치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환자분은 디스크라고 믿고 있는 경우다. 위의 두 번째 예는 스스로 진단하신 디스크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해 꾀병부리거나 엄살 심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경우다. 척추 질환에 관한한, 의사나 환자 모두 사진, 즉 영상의학적 검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양상을 보인다. 아픈 데가 없는 건강한 어른들을 대상으로 MRI를 찍어도 디스크가 밀려나온 양상은 보인다.
실제 논문에 찾아보면, 60세 이전의 아프지 않은 보통사람의 20%에서 MRI 촬영 결과 디스크 탈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60세 이상에서는 약 60%에서 디스크 탈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척추의 퇴행성 변화와 관련해서는 50세 이상 무증상자의 MRI에서 거의 100%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와 반대로, 영상의학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통증이 지속되었던 환자의 사후부검에서 척추와 디스크 주변의 병변이 확인되기도 한다.
다양한 치료법, 다양한 진료법
현재의 영상의학 검사들은 아주 좋은 진단수단이지만, 환자의 통증을 찍어주지는 않는다. 아직도 가장 중요한 진단수단은 환자분의 통증양상과 질병이 흘러온 이력에 대한 청취 및 환자에 대한 의사의 신체검사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통증이 어떤 원인질환의 증상이 아닌, 통증 자체가 질병인 만성통증의 영역으로 가면 더욱 그렇다.
척추와 관련된 통증에서 디스크 탈출이 원인인 경우는 아주 적다. 디스크 탈출인 경우에 조차 수술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더욱 적다. 위의 두 분은 흔히 진통제나 마취제로 통증만 임시로 없애준다고 생각하시는 통증의학적 치료를 통해 대부분 회복되었다.
목디스크 같은 척추 질환에는 아주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어느 것도 모든 것을 해결할 만한 치료는 아니라는 얘기와 같다. 환자분들 입장에서 선택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치료수단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진료의사에 대한 선택으로 기준을 바꾸면 단순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불편함에 대해 제대로 듣고, 신체검사를 열심히 하는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그것입니다.
글 구미 이너셀자연의원 이채용 원장(의학박사)
사진 전득렬 팀장 sakg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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