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쌀쌀해지는가 싶더니 추석이 코앞이다. 올 추석은 연휴가 길어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긴 연휴와 푸짐한 음식 앞에서도 가시방석이 사람이 있으니 바로 주부들이다. 시댁 친구들과 모이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쪼그려 앉아 일을 하면서 근육통이 생기기도 한다. 방대한 양의 집안일과 음식 준비로 명절은 곧 ‘노동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주부도 명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명절증후군을 날려버리고 즐겁게 명절을 보낸다는 주부 6인을 만나 그들만의 독특한 명절 풍경을 들어보았다.
사례1
주부 이미경(42)씨는 작년부터 명절에 친정을 찾았다. 외동딸인 미경씨는 명절 때마다 적적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부모님 생각에 안타까웠다. 최근 시부모님께서 당신에게는 자식이 많으니 앞으로 명절에는 친정을 찾으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무엇보다 큰 선물을 받은 미경씨는 명절을 친정에서 보내는 대신 평소에 시부모님에게 더욱 잘 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을 배려해 주신 시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친정에도 딸 노릇 제대로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사례2
주부 서정아(38)씨는 명절 전까지는 열심히 음식 준비를 한다. 멀리 서울에서 내려오시는 형님들은 사정 상 빨리 올 수 없어 시댁 가까이 살고 있는 정아씨가 미리 음식 준비를 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정아씨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무리 거리가 멀다지만 음식 준비가 거의 끝날 즈음 도착하는 두 형님 때문에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이 년 전부터 명절 짜증이 사라졌다. 미리 음식 준비를 한 대신 남편이 충분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 명절 아침이면 일찍 서두르는 남편 덕에 시댁에서 빨리 나올 수 있고, 미리 준비해 놓은 상품권으로 정아씨의 마음을 풀어준다. “여우같은 남편, 전 행복하답니다.”
사례3
주부 최은미(가명, 45)가족은 올 해부터 특별한 명절을 준비 중이다. 대전, 서울, 광주 등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이 전북 변산 콘도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다. 위치적으로 중간쯤이라 가족이 모이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근처에 먹거리, 볼거리도 많아 명절도 보내고 여행도 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시댁 식구들과 모임이 마냥 좋을 수는 없잖아요.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도 며느리는 며느리니까요. 명절 때마다 음식 장만에 설거지에 힘들었는데 올 추석은 정말 기대가 되네요”
사례 4
오미금 (41)씨는 명절 때 모든 일을 남자들과 나누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명절이 좋은 이유는 오랜만에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 년에 몇 번 모이기도 힘든데 음식 장만에 치우기에 바빠 이야기 꽃 피울 시간도 없다. 다 같이 모여 일을 하면 그만큼 시간이절약 되는 것이다.
“이젠 눈치 없이 텔레비전이나 보고, 음식만 주문하는 남편은 없겠죠? 가족 평화의 지름길은 서로에 대한 배려 아닐까요?”
사례 5
이은영 (41)씨는 서로가 멀리 살다 보니 명절 때 모이는 시간이 각각 다른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각자가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해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오는데 도착하자마자 일을 시작하는 것도 힘든 것 같아요. 잠깐도 쉴 틈이 없잖아요. 차라리 집에서 준비해오고 나눠 먹으니 편하고 좋은 것 같더라고요. 명절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예전처럼 먹는 것이 부족한 것도 아니잖아요.”
사례 6
김명옥(47)씨는 명절이 끝나가는 연휴 마지막 하루나 이틀 정도는 가족들끼리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큰며느리라 장보는 것부터 장만하는 것까지 김씨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명절을 간소하게 보내자고 말하고 싶지만 괜히 일을 피하려는 모양으로 보일까 먼저 말을 꺼내기도 힘들다. 김씨는 명절은 힘 되는대로 최선을 다한다. 명절이 지나면 여행을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명절이 지나면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피곤하다고 집에 있지 말고 근교로 나가 좋은 바람도 쐬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오면 저절로 힐링이 되더라고요.”
김미용 리포터 samgi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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