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은 얼음이 서걱서걱 씹히는 동치미 국물을 붓고, 위에 김치 송송 썰어 올리고 돼지고기도 한 점 올린다. 아랫목에 들고 들어오면, 엉덩이는 펄펄 끓고, 입은 얼음 동동 뜬 냉면 육수로 달달해. 이걸 다 먹고 나면 차가워진 뱃속을 녹이느라 아랫목에 배를 깔고 가만히 누워 있지. 그러면 속이 짜~ 한 게 그 게 제대로 된 냉면이지.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지! 시원하면서 육향이 그윽해 입안의 모든 맛 세포를 깨우는 육수와 구수하고 깊은 메밀 향을 품은 국수의 어울림을 즐기는 거지. 내 취향은 메밀 면 51대 육수 49”
“함흥냉면은 1/3은 뱃속에, 1/3은 입속에, 1/3은 그릇 속에 놓고 먹는 게지. 가위나 이로 자르면 안 돼. 녹말로 만든 질긴 국수에 생선회와 매콤 달콤한 양념을 비벼먹는 게 맛있게 먹는 비법이지. 이북 음식은 본래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데, 함흥냉면만은 유독 맵고 자극적이야. 평양냉면처럼 6·25때 월남한 함경도 사람들에 의해 이남에 퍼졌어. 국수재료가 감자녹말에서 고구마로 바뀌었고, 가자미회가 홍어회로 가미되었지”
장수의 상징음식을 가위질 하다니
북에 고향을 둔 분들이 냉면을 먹었던 고향의 추억담이다. 이제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냉면이다. 식당에 가면 으레 가위를 가져다주거나 물어보지도 않고 면부터 자른다. 장수의 상징 음식인 국수를 가위질하다니….
메밀은 구황작물이었다. 원산지는 몽골·시베리아·인도의 고산지대 등이다. 우리의 메밀음식은 냉면 메밀국수 메밀묵 빙떡 등이 있다. 메밀국수로는 한국의 막국수, 일본 사람들이 즐겨 먹는 메밀국수가 있다. 메밀가루로 만드는 냉면은 사리를 쫄깃하고 끈기 있게 하기 위해 전분을 많이 섞는데 막국수나 메밀국수는 전분의 배합을 적게 하므로 끈기가 없다.
메밀과 녹말을 섞어 뽑은 냉면에 시원한 육수를 부은 다음 수육이나 삶은 계란 등을 얹고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으면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사리의 주원료인 메밀은 그 옛날 가뭄이 심해 논에 벼를 심지 못할 때 많이 심었던 작물이다.
동치미국과 무김치를 함께
메밀을 빻아 체에 치고 난 뒤에 남은 메밀가루의 찌꺼기를 ‘메밀나깨’라고 한다. 처음 낸 메밀가루에는 메밀나깨가 적게 섞여 빛깔이 곱지만 전분이 많고 영양분이 고르지 않다. 그러나 거뭇거뭇한 메밀껍질이 섞인듯한 것이 메밀 고유의 맛이 있고 영양가도 높다.
메밀은 소화가 잘 되므로 주식류 중에서도 매우 우수한 식품이다. 메밀의 단백질에는 끈기를 내는 ‘프로라민’ 성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면으로 만들려면 밀가루나 녹말가루를 섞어야 한다.
메밀에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루틴이 들어있는데 이는 동맥경화, 궤양성 질환, 동상, 치질치료 등에 효과가 높다. 그런데 껍질 부분에는 ‘살리실아민’과 ‘벤질아민’ 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사람에게 해롭다. 때문에 활을 잘 쏘는 옛날 우리나라 사람을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몸에 해로운 메밀 먹기를 권장했다(?)는 말이 생기기도 했으나 우리 어머니들은 이런 성분을 제독시켜 주는 식품인 ‘무’를 이용한 동치미국과 무김치를 함께 먹었다.
냉면 대접에 국수를 담고 편육과 오이무침, 삶은 계란 등과 배를 얹고 육수를 부어 얼음을 띄워 먹는 음식이 냉면이다. 냉면 육수는 무를 얄팍하게 저며 썬 동치미국과 양지머리를 삶고 기름기를 걷어 낸 육수를 반반씩 섞어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여기에 향신료인 겨자나 상큼한 맛을 내는 식초를 곁들여 먹는다. 특히 냉면과 식초는 미각적인 조화와 영양, 그리고 위생을 충족시켜 음식궁합을 이룬다. 녹말이나 육류 등을 먹으면 대사과정에서 유산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쌓이면 피로가 가중되므로 이를 분해키 위해서는 식초 등 유기산을 먹어야 한다. 임산부가 새콤한 것을 먹고 싶어 하는 것도 두 사람분의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정통 냉면의 맥을 이어가는 곳
최근엔 효소냉면이 인기가 있다. 이때는 식초 양을 조절하여 조금만 넣어 먹는 것이 맛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예전에는 여름에 냉면을 먹고 식중독이 자주 생겼는데 이는 육수에 대장균을 비롯해 유해 세균이 많이 들어있고, 비위생적으로 조리된 것을 먹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중독균은 식품이나 육수가 중성 일 때 번식이 매우 잘 되고 새콤한 맛의 산성 상태가 되면 번식이 잘 안 된다. 이는 식초가 살균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리 정통 냉면의 맥을 이어가는 곳은, 서울의 이른바 ‘사대천왕(평양면옥·필동면옥·을지면옥·우래옥)’과 대전의 사리원면옥, 동두천의 평남면옥, 꿩 육수로 유명한 철원의 평남면옥, 영주시 풍기의 서부냉면, 백령도의 필수코스인 사곳냉면, 메밀면·전분면을 함께 내는 대구의 대동면옥 등이 있다. 구미 지역은 원평동 효소냉면이 찾아가 볼만한 냉면맛집이다.
글 구미 에스코드학원 조헌구 원장
촬영협조 구미 효소냉면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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