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훈의 아빠심리학 13

아이는 왜 공부를 하지 않을까?

지역내일 2013-08-22

아빠는 어려서 공부를 정말 하고 싶었다. 집이 가난한 게 싫었고, 가족들이 모두 고생하며 사는 건 집안에 똑똑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나라도 열심히 해서 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많은 형제들 중에서도 유독 아빠만이 대학을 나와서 가장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이만하면 충분히 노력한 것 같고 어느 정도 생활도 안정되어 있는데, 아빠는 짜증이 난다. 비슷한 나이에 사업에 성공한 사람을 보면 그 아버지가 물려준 것이고, 더 좋은 집이 있는 사람을 보면 처갓집에서 보태준 거란다. 아빠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겨우겨우 이루어 놓은 것들을 어떤 사람들은 별 노력 없이 이미 다 가지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어렸을 때부터 영특했던 아이는 아빠의 희망이었다. 받아쓰기만 하면 100점이고 달리기도 1등이니 아이 얘기만 나오면 부러울 게 없고 짜증도 다 날아갔다. 이 아이는 나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가 중학교에 가더니 공부를 소홀히 하고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좀 놀기도 해야 된다는 생각에 용돈도 더 주고 편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노는 시간만 더 늘어났다.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 했더니 이제는 아빠를 피하기만 하고 행동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빠에게는 한이 있다. 고등학교 때 혼자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학원에 한 번만 보내달라고 어렵게 부탁을 했는데, 대답은커녕 부모님은 오히려 자식이 공부하는 걸 부담스러워하셨다. 그때 학원만 갔다면 더 좋은 대학을 나와 더 좋은 직장에 다녔을 것이기에 원망은 더 하다. 

그래서 아빠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공부를 아이에게는 원 없이 시켜주고 싶었다. 부모가 도와주지 않아서 아이가 원하는 걸 못하는 상황을 또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왜 아이는 이렇게 풍족한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하지 않을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를 중요시하지 않았던 부모 밑에서 자란 아빠에게는 ‘원 없이 공부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 

그렇다면 공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 밑에서 풍족하게 자란 아이에게는 어떤 한이 생길 수 있을까? 

‘아이가 과도하게 노는 시간이 많아진 이유는 놀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서 그런 건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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