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 하나 손해 보기 싫어하는 요즘 세상에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갈등과 불상사를 겪을 수 있는 자리임에도 내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봉사의 자리로 나온 사람들. 의왕 내손동 이편한세상아파트의 자율방범대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매일 밤 아파트 안팎을 돌며 위험한 것이나 고쳐야 할 것은 없는지 살펴보며, 아파트 안전 지키기에 여념 없는 그들을 리포터가 1일 방범대원이 되어 동행 취재해 봤다.
아빠, 어디가? 아파트 안전 지키러 나가지!
‘벌써 나오셨어요?’, ‘오늘은 1조가 방범활동 합니다. 장비 챙기시고 4단지부터 돌아보도록 합시다.’ ‘놀이터에서 담배 피는 청소년들이 있다니 그쪽 단속 부탁 드립니다’
평일 밤 9시. 퇴근 후 서둘러 저녁식사를 마친 자율방범대원들이 경비실 앞에 모여 방범 활동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하루 종일 바깥일에 지쳤을 법도 한데 아파트 안전을 돌아봐야 하는 그들의 눈빛은 또렷하고 활기찼다. 손전등, 불빛 나는 지시봉, 불법주차딱지 등을 챙겨든 대원들은 정해진 코스를 따라 본격적인 방범 활동에 나섰다.
이들이 중점적으로 챙기는 것은 아파트 내 안전. 수상한 사람이나 취객은 없는지, 물의를 일으키는 청소년들은 없는 지 등을 살핀다, 이어 공공질서를 헤치는 쓰레기 투기나 불법주차 등을 단속한다. 여기에 아파트 시설의 파손이나 훼손 여부를 찾아보고, 건의가 들어온 민원이 있으면 챙기기도 한다.
이편한세상아파트 자율방범대는 누가 시켜서 하는 활동이 아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내 집, 내 가족은 우리가 지키자’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동참해 만든 단체이다.
방범대 총무인 김태선(36세)씨는 “저희 아파트가 지난해 11월에 입주한 새 아파트다 보니 여러 가지로 정립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아파트내 안전도 그 중 하나였고요. 입주민 중 한분이 아버지들이 나서 아파트의 안전을 지키자고 제안을 했고 그에 동참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율방범대가 만들어 진 겁니다”라고 말했다.
자율방범대는 현재 40여명의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연령대도 3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4~5명씩 한조를 이뤄 총 8개조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밤, 돌아가며 아파트 단지 안팎을 샅샅이 살핀다.
안전하고 질서 있는 진정한 명품 아파트를 꿈꾸다
올해 1월 말에 발대식을 갖고, 6개월 넘게 활동한 덕에 아파트 안팎은 많이 정돈 됐다.
김 총무는 “처음에 방범활동을 시작할 때는 새 아파트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무질서한 부분들이 많이 보였어요. 쓰레기 불법 투기나 놀이터에서 담배피고 늦게까지 떠들고 노는 청소년들, 장애인 구역이나 아파트 입구 등에 주차한 불법주차차량 등이 지속적으로 목격됐지요. 주민들이 불편과 불안을 호소해 와 이 부분을 더욱 신경 써서 단속하고 개도한 결과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질서가 잡혔습니다”라고 전했다.
임진호(55세) 방범대장도 “명품아파트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안전과 질서가 공존하는 곳이 명품입니다. 우리는 그런 내 집을 꿈꾸며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방범대에 대한 지지도 상당하다. 여름 밤 모기에 물리지 말라고 직접 만든 천연 모기 기피제를 선물하는 주민도 있고, 아파트 질서와 관련된 민원이 있을 때 관리소가 아닌 방범대에 건의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아파트 입주민인 김선영(가명)씨는 “방범대가 매일 밤 아파트 안팎을 돌며 안전과 질서를 챙겨주니 얼마나 든든하고 안심이 되는지 모릅니다. 특히 저같이 딸 가진 부모는 더욱 고맙죠”라고 말했다.
수고한다, 고맙다는 한마디에 가장 큰 힘 얻어
하지만, 방범대 활동이 쉽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개인이 참여하는 건 한 달에 한 두 번이지만, 방범 활동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겪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 총무는 “불법주차 문제로 이웃들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떠들고 담배 피는 청소년들에게 자제를 당부하면 대들기도 해 아찔한 순간도 있었어요”라며 “그 순간에 이 일이 힘들게도 느껴졌지만 불법주차 자동차가 눈에 띄게 줄고, 늦은 밤 배회하는 청소년들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서 ‘이 일을 잘 시작했구나’하는 보람이 생겼어요”라고 고백했다.
방범대원인 정기영(59세)씨는 “방범 활동 중에 입주민들이 ‘수고한다’, ‘고맙다’는 말을 건네면 그 말에 가장 큰 보람과 힘을 느낍니다. 힘들어도 계속 하는 이유기도 하고요”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임 대장은 “지금은 어떤 지원도 없어 어려움이 좀 있어요”라며 “앞으로는 방범대 사무실과 유니폼 및 장비 등을 갖춰 체계적인 방범활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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