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더 테러 라이브’

테러가 라이브로 중계되는 지옥 같은 세상을 즐기다!

지역내일 2013-08-12

올 여름 창의력 수업이라도 열린 듯 다양한 상상력의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설국열차’ 와 ‘더 테러라이브’가 이미 경쟁에 돌입했고 곧 ‘숨바꼭질’도 합류한다. 이제 웬만한 상상력으로는 관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는 모양이다. 영화들은 저마다 관객의 허를 찌르고, 불공정한 사회시스템에 돌직구를 날리기도 하고, 가진 자들을 향해 진격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있다. 만드는 이들도 재미있게 만들었겠다 싶을 정도로 영화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오늘 추천할 영화는 그 중 대세남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다. 

테러1


밀폐된 공간의 강렬한 몰입도
테러. 그것도 마포대교 테러라고 하기에 블록버스터 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영화인 줄 알았더니 웬걸 영화는 2002년 ‘폰 부스’를 연상케 한다. 작고 밀폐된 공간, 외부와의 소리는 차단되고, 주인공은 세상과 다른 시간의 리듬을 타고 스크린을 채워간다. 97분 러닝타임 내내 화면 속 배경은 작고 답답한 라디오 방송국 스튜디오뿐이다. 하지만 그 안의 하정우는 커졌다 작아졌다, 분노했다 차분해지기를 반복하면서 관객들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폰 부스’의 콜린 파렐처럼 하정우(윤영화 역)도 무심히 전화 한 통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전화로 그는 작은 라디오 부스에 갇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은 바깥세상의 동정을 살펴야 하고, 수화기 너머 테러범의 동태도 살펴야 한다. 스스로 통제 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상. 그 일상이 위협으로 다가오고, 나 이외에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순간이 닥쳐오면 나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테러2


믿고 보게 된 배우, 하정우
하정우의 선택은 뻔하지 않아 좋다. ‘범죄와의 전쟁’, ‘러브픽션’, ‘추격자’, ‘국가대표’, ‘황해’, ‘의뢰인’, ‘577프로젝트’, ‘비스티 보이즈’ 등. 그의 작품 선택에는 일정한 기준도 규칙도 없다. 상업영화, 저예산 영화, 신예감독, 소수자 이야기 등 제한이나 구분을 두지 않고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 이번에는 하정우 원톱 주연의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선택했다. 부담스러웠으리라 짐작된다. 누군가는 그랬다.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의,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를 위한 영화라고. 그 만큼 배우 하정우에게 부여된 책임감이 큰 영화다.
스크린 속 작은 라디오 부스 안에는 여러 하정우가 있다. 스포티한 차림의 좌천 아나운서 하정우,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사 하정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이다가도 온 에어 불이 꺼지면 거침없이 욕설을 퍼붓는 이중적인 하정우, 깔끔하고 신뢰가 넘치는 메인 뉴스 앵커 하정우,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뇌하고 분노하는 인간 하정우 등등. 그래서 작고 밀폐된 공간은 여러 하정우들로 가득 찬 큰 배경이 됐다.  

테러3


선한 캐릭터가 없는 영화
이 영화가 뻔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뻔한 주인공인 ‘선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마다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본인의 입지를 견고히 하려할 뿐 누굴 위해서, 누굴 대신해서 싸워주는 캐릭터가 없다. 이경영(차대은 역)이나 전혜진(박정민 역) 모두 겉으로는 하정우를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역할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은, 공을 세우고 앞서나가고 싶은 마음에 열의를 보일 뿐이다.
게다가 테러범은 또 어떠한가. 본인의 억울함을 표현할 길이 없어 테러를 선택했다고 하지만 그가 한 행동은 흉악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못 가진 자일뿐이다. 주인공 하정우의 사악함은 또 어떠한가. 그는 출세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시무시한 테러범과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는 인물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궁금해진다. 하정우, 아니 극중 윤영화 아나운서는 테러범과 뒷거래를 했던 본인의 선택을 후회했을까, 하지 않았을까. 그가 반성을 하든 말든 결국 또다시 선하지 않은 캐릭터들끼리 이 사회를 굴려가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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