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면 일단 ‘백해무익’ 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혈관 벽을 좁히고 결국에는 막아 동맥경화를 유발하며 고혈압을 비롯해 심장병, 뇌졸중까지 일으켜 돌연사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콜레스테롤에 대해 노이로제 수준의 반응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은 고기를 거의 안 먹으면서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는데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다며 억울해한다. 그렇다면 항상 채식을 하는 소를 먹는데 왜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라갈까.
콜레스테롤은 나쁘기만 한 것일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콜레스테롤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콜레스테롤은 식물성 식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성 지방의 한 종류이고 몸의 에너지로 작용하는 지방과는 달리 몸 구석구석으로 지방을 운반하는 작용을 주로 수행한다. 잘 알다시피 식물성 식품에도 지방은 들어있지만 콜레스테롤은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흔히 지방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주로 달걀노른자를 비롯해 알류, 소나 돼지 같은 육류와 새우, 오징어 같은 해산물에 많이 들어있다. 때문에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거나 유사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이런 음식들을 피한다. 계란을 먹을 때도 노른자는 빼놓고 흰자만 먹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음식을 먹지 않더라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몸에서 스스로 콜레스테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거나 적게 섭취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몸속에서 콜레스테롤을 많이 만들어내면 수치가 높을 수 있는 이유이다.
콜레스테롤은 음식 섭취와 몸속에서 자체 생성
간 등에서 만들어지는 콜레스테롤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 양의 거의 두 배가 된다.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혈중 콜레스테롤에 끼치는 영향은 음식 섭취로 인한 콜레스테롤 보다는 몸속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이 훨씬 크다. 또, 섭취한 콜레스테롤 양이 많으면 몸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콜레스테롤의 양을 줄이는 등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달걀이나 새우, 오징어 등을 너무 피할 필요는 없다. 안 먹는다고 콜레스테롤이 만들어 지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식품보다는 포화지방이나 트랜스 지방 등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평소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위험이 높은 사람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식품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콜레스테롤의 긍정적 기능으로는 피로를 이겨내고 몸속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주는 각종 호르몬과 몸의 기본인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을 만들어 주는 기본 재료로 작용한다. 나아가 세포막을 만들고 세포를 성장시키며 기능이 떨어진 세포를 재생시키고 정신건강을 유지하는데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또, 비타민 D를 만드는 원료이기 때문에 뼈를 튼튼히 해주는 역할도 한다. 피부에 있는 콜레스테롤이 햇볕을 받으면 비타민 D로 바뀌는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비타민 D는 뼈를 튼튼히 하고 칼슘의 흡수를 도와 골다공증과 골절을 예방해 준다. 또, 콜레스테롤의 역할은 여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 들어온 유해산소를 없애주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담즙 산을 만드는데도 꼭 필요하다. 만약 몸에서 담즙 산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지방을 소화시킬 수 없어 지속적인 설사가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무조건 낮추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낮으면 피로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며 면역력도 낮아져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다. 또한 행복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에 이상이 생겨 자살 충동을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적당량의 콜레스테롤은 몸 안에서 분명 필요하며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정신건강과 비타민 D 형성의 기본 물질
몸 안의 콜레스테롤은 어떤 운반 단백질과 결합되느냐에 따라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구분된다. 먹어서 섭취했거나 자체 생성된 콜레스테롤을 몸 구석구석으로 운반하려면 운반을 담당할 단백질이 필요하다. 단백질은 우리가 건강검진이나 혈액검사 등을 통해 많이 들어 본 HDL(고밀도 단백질)과 LDL(저밀도 단백질)로 나뉘는데, HDL은 콜레스테롤을 혈액에서 간으로 이동시키고, LDL은 반대로 간에서 혈액으로 운반한다.
HDL의 경우 혈액을 떠도는 콜레스테롤을 채집해 간으로 운반하기 때문에 혈관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주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반대로 LDL의 경우는 간에 보관된 콜레스테롤을 혈액으로 옮기기 때문에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게 돼 동맥경화를 유발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HDL은 혈관을 뚫어주는 역할을 하고 LDL의 경우는 혈관을 막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니 HDL의 수치는 높이고 LDL의 수치는 내려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무조건적인 콜레스테롤 수치의 저하만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적당량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유지해야 하는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220이상, 중성지방 200이상, LDL 콜레스테롤 수치 130이상, HDL 콜레스테롤 수치 40이하라면 운동과 적당한 다이어트, 영양관리에 보다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콜레스테롤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써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건강을 해치면 안 될 테고, 반면에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위험이 있는 사람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단위 mg/dl)>
총 콜레스테롤 : 정상 200미만, 경계 위험 200~239, 고위험 240이상
LDL 콜레스테롤 : 정상 130미만, 경계 위험 130~159, 고위험 160이상
중성지방 : 정상 150미만, 경계 위험 150~159, 고위험 200이상
장시중 리포터 hahaha1216@naver.com
참고도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125세까지 살 수 있다』(류병호 저, 삼호미디어 펴냄), 『우리, 고기 좀 먹어볼까』(박태균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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