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The Place Beyond The Pines)를 시사회에서 먼저 만났다.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에 걸친 비극적인 스토리를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감탄이 절로 났다. 스토리, 연출, 연기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다.
두 세대, 네 남자의 스토리에 세상을 담다
가진 건 오토바이 하나뿐인 루크(라이언 고슬링)는 지역 순회 오토바이 스턴트 공연을 하며 떠돌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도시에서 옛 연인 로미나(에바 멘데스)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과 아들을 위해 마을에 정착해 그들을 돌보려고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더구나 로미나의 곁에는 새로운 보호자도 버티고 있다. 결국 은행 강도가 된 루크는 경찰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의 총에 맞아 숨진다. 적절한 절차 없이 총격을 가했지만 그 사실을 숨긴 채 영웅이 된 에이버리는 경찰 내부의 비리 사건을 고발하면서 검찰로 자리를 옮겨 출세가도를 달린다. 15년 후, 에이버리의 아들 A.J.(에모리 코헨)와 루크의 아들 제이슨(데인 드한)이 한 학교에서 만나 어울리게 되면서 15년 전의 비극은 아들 세대로 이어진다.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루크,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출세하고 싶은 에이버리, 친아버지의 존재가 궁금한 루크의 아들 제이슨, 부모님의 이혼 후 술과 마약으로 방탕하게 지내는 에이버리의 아들 A.J.,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네 남자의 뒤얽힌 스토리 속에 선과 악, 양심과 욕망, 사랑과 안락, 비리와 야합, 명예와 권력 등 인간의 본성과 세상사를 꼼꼼하게 담아냈다.
탄탄한 스토리, 빈틈없는 연출, 섬세한 연기
영화는 스토리와 연출에 빈틈이 없다. 140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은 쉴 새 없이 지나간다. 루크와 에이버리의 악연은 범죄자와 경찰로 만나 서로 총구를 겨누었던 짧은 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부모 없이 거칠게 살아왔지만 소박한 행복을 꿈꾸었던 선한 본성의 루크 이야기는 그 순간 죽음으로 마무리되고, 일말의 양심은 갖고 있지만 욕망을 위해서는 언제나 양심을 외면할 수 있는 약삭빠른 에이버리의 이야기는 그 순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15년 후, 다시는 이어지지 않을 만큼 멀어진 상반된 두 삶은 필연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리얼리티를 높여 저절로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라이언 고슬링은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관객에게 절망과 외로움을 전달한다. 제이슨 역할을 맡은 데인 드한 역시 강한 눈빛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양심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에이버리를 리얼하게 표현한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와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동경을 강약으로 표현한 에모리 코헨의 연기도 볼만했다. 두 아버지를 빼닮은 두 아들의 본성, 외모, 행동, 정말 얄미울 정도로 치밀한 연출과 연기에 감탄이 절로 난다.
우울하지만 아름답다
에이버리와 제이슨만 존재하는 속죄의 공간인 소나무 숲은 우울하지만 아름답다. 에이버리의 속죄로 원한을 억누른 채 떠나는 여린 감성의 소년은 자연의 모습과 닮아 있다. 제이슨이 에이버리의 지갑 속에서 발견한 루크 가족의 행복했던 순간을 담은 낡은 사진 한 장 속에서 가슴 시린 화해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과 악이 미묘하게 버무려져 관객들을 헷갈리게 한 입체적인 캐릭터 에이버리에게서 인간적인 일말의 희망을 발견하고, 에이버리에 대한 제이슨의 용서와 화해, 그리고 앞으로 어린 제이슨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든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발견한다. 영화 ‘블루 발렌타인’ 만큼 우울했지만, 곱씹어볼수록 눈물 나게 아름다운 영화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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