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토크 중1 엄마들의 속내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보낸 엄마들의 솔직 토크

지역내일 2013-07-21

호모 중딩쿠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한 중학생. 그 시작점에 있는 중학교 1학년. 이제 막 1학년 1학기를 마친 아이와 엄마의 공통된 관심사는 당연 성적이었다. 중학교 1학기를 지내고 나면 대학까지 보인다는 말에 현재의 성적이 아이에게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점수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토로하는 엄마부터 이번 여름방학에는 어찌 하든지 아이와 함께 수학에 올인 해 다음 학기를 기대해보겠다는 엄마까지 성적은 공부를 잘 하던 못하던 모두에게 부담을 안겨준다. 대신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될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중1은 잠잠한 편이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보낸 엄마들의 솔직 토크, 본격적으로 시작해 본다.


처음 받아본 꼬리표, 이게 뭐야?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끝으로 1학기 시험이 마무리 됐다. 아직 기말고사는 꼬리표는 받지 않았지만 민아 엄마는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보면서 놀란 가슴은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다. ‘올 해부터 중학교 성적표에서 석차가 사라진다더니’ 정말 없었다. 처음 받아본 성적표에는 보기도 낯선 표준편차가 나오고 기대했던 전교 등수는 보이질 않고 원점수과 과목평균만 보일 뿐. 아이는 등수가 나오지 않으니 결과야 어찌됐던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엄마, 등수는 아무도 모른데. 선생님도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고 와서 물어보지도 말래”라는 당당한 모습에 긍정적이라고 칭찬을 해야 하나 착잡한 마음뿐이다.
도대체 왜 성적표에 등수는 안 써주는 건지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표준편차로 등수구하기’를 검색해 반 등수를 가늠해보기를 몇 번, “에이. 이게 뭐야, 등수구하기가 왜 이리 어렵노. 중학생 엄마는 이런 것도 공부해야 되는 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알림장, 다시 써 주면 안 되나
중학교에 올라와서 가장 큰 변화는 알림장을 써 주지 않으니 준비물을 도통 알 수가 없다는 것. 이 갑갑한 마음은 아직 중학생활이 적응 안 된 중학교 1학년 엄마가 제일 크지 않을까 싶다. 민준이 엄마도 갑갑한 속마음을 어찌 털어놔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아들 키우는 엄마들 심정이 똑같지 않을까 싶네요. 과목별로 담당 선생님이 다르니 준비물이 뭔지 매번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학교에서 일이 생기면 띄엄띄엄 생각나는 것만 쏟아 붇는 아들 앞에 절망에 가까운 절규를 부르짖는 엄마. “뭔 말인지 도대체 알아들을 수도 없고 차라리 알림장이라도 있으면 준비물은 빠트리지 않고 보낼텐데”라며 아쉬워한다.
민준이 엄마가 알림장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그만한 사건이 있다. 학교에 중요한 행사가 있어 분명 집에 와서 교복을 갈아입고 다시 학교로 갈 것이란 가정통신문을 믿고 있었는데  아이는 아무리 시간이 돼도 오지를 않고, 답답한 마음에 학교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등교할 때 가방을 들고 갔어야 됐던 것. “어머님, 학생에게 가방을 들고 오라고 몇 번이나 공지를 했습니다.” 이미 학교 행사는 시작됐고 아이는 담임에게 말도 못 꺼낸 채 교복을 입고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들고 학교로 가서 담임에게 가방을 건네주는 순간 얼마나 민망했던지, 그 다음부터는 자체적으로 알림장을 만들어 학교에 다녀오는 대로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 준비물, 종례시간에 담임이 했던 모든 말을 생각나는 대로 적으라고 한단다. “한번 당하고 나니 본인도 느낀바가 있었던지 순순히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써내려간다”며 “이것을 편집하고 짜 맞추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알 수 있고 준비물도 빠트리지 않고 챙겨갈 수 있다”고 안심한다.


기말고사, 아이에게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점수
중학교 첫 성적표를 받아 든 수현 엄마의 생각은 교만하지 않을 정도 그렇다고 포기하긴 이른 정도란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기를 바라는 건 엄마의 생각이지만 억울할 것도 만족할 것도 없이 고만고만한 점수를 보며 그리 일러주어도 영어에서 관사를 빼먹고 서술형에서 감점을 당하는 걸 보면 착잡하지만 이것이 내 아이에게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점수가 아닌가 한다고.
상급 학교에 올라갈수록 엄마가 해 줄게 없다더니 정말 성적표를 받아들고 엄마가 해 줄 건 없었다. 이리저리 학원 정보를 파악해도 이미 아이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학원도 친구 따라 가기 일쑤. “선배 엄마들이 특목고에 보내려면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를 미리 만들어주라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이미 아이가 목표가 다른 친구를 만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마음 같아선 성적보다는 인성이 먼저라 생각하고 싶지만 세상 물정에 물든 세속적인 엄마로 돌아가 아이와 성적밖에 할 말이 없다. 그래도 ‘키는 커야지’ 하는 생각에 정기적으로 성장에 관련된 보약으로 충전시키면서 성적까지 올려주기를 바라는 건 엄마의 욕심일까.
학교 마치기가 무섭게 숙제하고 수행평가 준비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 학원 가고. 10시가 넘어 귀가하면 다시 학원 숙제에 시험공부, 선행까지. 아이의 살인적인 스케줄이 안타깝지만 거기다 대고 또 공부하라 소리를 해야 하는 엄마의 심정도 편치만은 않다고.
수현 엄마는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이지만 벌써부터 12시 1시가 넘어야 자고 아침에 7시면 일어나는 상황이 참으로 안쓰럽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자신이 목표한 곳을 못가는 아이들이 더 많다는 것이 뼈아픈 현실인 것 같다”고 씁쓸해한다.


목표, 넌 도대체 어디 있니?
중학교에 입학을 하니 바로 ‘대학’을 염두하게 된다는 수민이 엄마는 “특목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이야 고등입시에 메이겠지만 그것이 아닌 이상 대학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누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했다더라’는 옆집 엄마의 말에 솔깃해져 내 아이를 바라보니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다. 그나마 중학교 1학년, 지금이라도 준비하려니 잘 하는 게 보이지 않는다. 목표가 없다. 그냥 공부만 한다. 이러다 서열화에서 밀리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 수민 엄마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이가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얼마든지 꿈 꿀 수 있는 거라 놔뒀더니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보내 달라 하네요.” 막상 축구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생각하니 더럭 겁이 났다는 수민 엄마는 “뒷바라지를 어떻게 하나. 가서 고생하느니 애초에 꺽자”는 생각으로 아이를 설득해 배정받은 중학교로 보냈다. 그런데 아이는 목표가 꺾였는데도 아직도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내심 불안하기도 하다고. “요즘 자사고가 대세인지 누구는 양서고를 준비한다 한일고를 준비한다 말도 많건만 우리 아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목표가 생기면 다시 도전하지 않을까. 다른 목표를 세워주려고 아이를 보니 잘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외고 갈 정도도 아니고 무슨 목표를 세워야 하나 걱정이다. 이도 저도 안 되니 내신이나 잡자” 그리 결론을 내린 수민 엄마는 “내신하고 수능 둘만 잡으면 대학은 가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 때는 영어 수학은 잡자는 목표로 영어는 세밀하게 수학은 섬세하게 공부할 계획표를 짰다”고 한다. 물론 아이가 따라줄지 말지는 의문이라고.


엄마의 정보력이 절실할 때
슬슬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다. 기말이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방학 기간 동안 집중해야한다. 먼저 특목고에 입학한 선배맘들에게 정보를 얻으려고 기웃거리기를 몇 번. 정말 쉽지 않은 길임이 느껴진다는 현진 엄마.
명덕외고에 입학한 아이 집에 가서 입시관련 정보를 집중적으로 상담 받고 중1~3학년까지 포트폴리오, 입시 관련 정보, 자기주도학습계획서, 봉사활동 시간, 교내에서 딸 수 있는 스펙외 명덕외고에서의 생활 등 하나하나 상세한 설명을 듣고 정말 중 1때부터 준비해서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학원 설명회에 참석하면 우리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아이를 더 닦달하게 되지만 사실 아이에게 더 푸시했다 튕겨나가지는 않을까 걱정”이란다.
다음엔 대원외고, 서울국제고, 용인외고에 대한 정보를 듣기 위해 먼저 입학한 아이의 엄마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는 현진 엄마는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학부모로 살아가는 일이 정말 녹록치 않다고 고백한다. “물론 아이의 성적이 뒷받침되어 주어야 하지만 엄마의 정보력도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혹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리 저리 기웃거리는 것이 아이들이 공부하는 만큼이나 엄마들에게 부담이 되긴 한다”고 고백한다.


수학, 도대체 넌 뭐니?
학교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초등학교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사라진지 오래.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니 떡 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이 바로 ‘시험’이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은 아이나 엄마나 마찬가지. ‘중학교 첫 중간고사 성적이 대입까지 이어진다’느니 ‘중학교 1학기를 보내고 나면 아이가 어디 대학을 갈지 다 안다’느니 하는 말에 마음이 쏠리기를 몇 번. 처음 치른 중간고사 성적에 마음이 착잡하기만 한 은수 엄마는 끝내 ‘수학’에 발목이 잡혔다고 안타까워한다.
초딩 때는 정말 기대 이상으로 공부를 잘 했는데 중학교 첫 수학시험에 그만 울어버리는 딸 아이를 보며 어찌해야 할지 엄마가 더 난감했다고. 중학교는 초등학교와는 달리 시험을 치르고 나니 ‘1차 지필평가 성적표가 오늘 발송되었습니다’는 문자와 함께 들어오는 아이의 처참한 모습. 물론 꼬리표는 미리 본 터라 이미 알고 있는 성적이지만 막상 ‘성적표’를 보니 다시 암담해진다. “수학을 잘 가르친다는 이 학원 저 학원을 알아보기를 몇 번, 차마 아이한테는 자존심 상할까봐 학원을 옮기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었다”며 ‘그래도 내심 기말고사 준비는 철저히 해보겠노라’는 다짐에 기대했지만 치고 올라가기엔 역부족인 결과를 듣고 나니 또 다시 암담해진다. 
“중학생이 되면 자기가 다 알아서 할 줄 알았는데 엄마 혼자 이 학원 저 학원 알아보면서 냉가슴만 앓는다”며 “혹 방관만 하다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이를 잘 지켜보는 것이 엄마가 할 일”인 것 같다고 덧붙인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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