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대 서영길 교수 칼럼]정부3.0 성공은 신뢰성 확보에서 출발

지역내일 2013-07-19

인간은 생존을 위한 경제행위를 영위하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하게 된다. 합리적인 선택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만약 경제행위에 참여하는 경제주체 간에 정보가 사전적으로 불균등하게 주어진다면 합리적 선택은 무너지고 시장의 실패를 초래한다. 

정보공개로 합리적 선택 

예를 들어보자. 중고차시장의 매매업자는 차량의 성능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구매자는 외견상 구분이 어려운 중고차 중에서 성능이 나쁜 차량을 골라낼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을 형성하게 된다. 매매업자는 성능이 나쁜 차량을 먼저 팔려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되고, 비대칭 정보를 인지한 구매자는 합리적 선택을 위해 오랜 시간을 탐색하거나 성능이 나쁜 차량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사는 ‘역선택’을 하게 된다. 

결국 중고차시장에는 성능은 나쁘지만 외견상 보기 좋은 차량이 넘침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들이 이를 외면함으로써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장 형성을 어렵게 한다.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으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은 시장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탐색행위로 거래비용을 증가시킴에 따라 경제 효율성을 달성함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3.0비전 선포에 대한 기대 

최근 안전행정부는 ‘정부3.0비전’ 선포식에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일자리·신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3.0’은 정부가 주체가 되어 단순 정보를 제공하는 일방향의 ‘정부1.0’이나 국민의 청구에 의해 정보가 공개되는 양방향의 ‘정부2.0’보다 진화한 형태다. 이는 정부가 국민의 정보 청구에 앞서 보다 능동적으로 국민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들 또한 적극적으로 국정 운영에 참여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정부3.0’에 의한 정보공개 확대는 국민의 알권리와 행정의 투명성을 높여주고 국민의 국정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정치 민주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가 ‘정부3.0’에 주목하는 것은 민간 기업이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과 KAIST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공공데이터를 개방하면 15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적 효과는 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이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소비자의 필요’에 맞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조금의 사례를 들어보자.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농림축산식품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규모가 3조8천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보조금을 둘러 싼 비리와 쓴 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지역의 군의회 의원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보조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벌금을 선고받았다. 

군청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보조금을 차지하고, 농사일에 바빠 군청에 갈 시간조차 없는 사람이나 정보가 부족한 어르신들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3.0’은 보조금에 관한 지금의 ‘정책 중심의 일방향 정보 탐색’에서 보조금 신청자가 자신의 나이, 지역, 작목, 규모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신청 가능한 보조금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맞춤형 정책정보 자동 제공’을 가능케 한다. 앞으로 보조금의 신청, 집행, 결산을 포괄하는 경영컨설팅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3.0 성공은 신뢰성 확보에서 

‘정부3.0’이 정보공개 확대를 통해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개방과 공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2010년 낙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드뮴이 나왔다는 정부의 발표로 어민과 상인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약청이 안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실험 재료로 쓰인 낙지가 중국산으로 밝혀짐에 따라 국민의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정부가 투명성과 적시성 그리고 편리성을 갖춘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해야 된다는 좋은 사례다.  하지만 정보의 제공자가 정보공개를 가능한 기피하려는 관행이 남아있다면 ‘정부3.0’을 통한 경제 활성화 또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국민의 대리인인 공무원이 정보비대칭 상태에서 자기들만 아는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다면 부동산 투기나 뇌물사건과 같은 부작용을 근절할 수 없음은 물론 공정한 시장경제는 더욱 더 멀어질 것이다.

글 서영길 교수(구미대학교 국제교류센터장, 산업경영과 교수)
사진 전득렬 팀장 sakgane@hanm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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