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다.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면 어디서나 학교 기말평가와 서술형 시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려웠다 쉬웠다부터 시작해 답안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까지. 서술형 평가에 대한 중등 학부모들의 말말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의성·사고력 키워주는 서술·논술형 문제
안양권 대부분 중학교의 주요 과목별 서술형 평가 비중은 35% 수준, 예체능 과목은 20% 수준이다. 서술형 평가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평촌 A중학교 2학년 학부모 김민지(39)씨는 “아이가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 과목 성적이 좋은 편이다. 다른 과목도 그렇지만 특히 수학 과목의 서술형 문제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객관식 문제는 아는 문제인데도 답을 틀리면 점수를 다 잃지만 서술형 문제는 풀이과정이 맞으면 어느 정도 점수를 얻을 수 있어 아이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B중학교 3학년 학부모 이소현(42)씨 역시 서술형 평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 씨는 “서술형 평가가 도입된 후 아이가 나름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문제가 요구하는 답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고 수업시간 준비도 과거에 비해 열심히 하는 편이다. 서술형 평가의 도입 의도대로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B중학교 2학년 학부모 김소은(46)씨는 “서술형 문항도 그렇지만 국어 과목에 논술형 문항이 나오면서 아이가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에 자신감도 갖게 된 것 같다”며 “국어 과목에서 진짜 필요한 교육과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답 및 채점에 대한 공정성·신뢰성 확보돼야
반면 서술형 평가의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학부모들도 꽤 많이 있었다. A중학교 1학년 학부모 김진영씨는 지난주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국어 서술형 평가에 대한 정답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편이다.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앞으로 외고에 진학 시킬 생각이라 점수에 무척 민감한 편이다. 그런데 이번 국어 서술형 평가에서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문제를 보니 아이가 작성한 답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학교에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담임선생님에게 근거자료를 제시했지만 이미 받은 점수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며 “논술형 평가에 대한 공정성에 신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지영씨 역시 “수능을 비롯해 교육과정 전체가 서술형 평가를 하기 위한 교육과정이 아닌데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서술형 평가가 도입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특히 서술형 평가의 채점기준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시험은 아니지만 중간고사의 서술형 평가에서 아이가 점수를 놓친 이유가 어떤 특정한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선생님께 넌지시 우리 아이가 서술한 내용도 맞는 거 아니냐 했더니 채점 기준의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아 만점을 줄 수 없다고 해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내용을 보아서 비슷한 답안이면 정답으로 보아야 하는 게 아니냐, 채점 기준이 있어 반드시 그 단어가 들어가야 정답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서술형 평가의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특목고 입시 등에 내신이 중요한 만큼 평가의 방식으로 서술형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채점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중학교 3학년 학부모 윤정애(40)씨는 “다른 과목은 곧잘 하는데 아이가 수학을 어려워한다. 그런데 서술형 문제가 나오면서 아예 서술형 문제는 답을 적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태가 계속 되다가 수포자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 된다”고 말했다. D중학교 2학년 학부모 김정란(39)씨는 “서술형 평가는 그래도 기준이 명확한 편이라 괜찮지만 논술형 평가에 대해서는 사실 선생님의 선입관이 채점에 작용하는 것 같다. 수업 태도가 좋거나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에게 점수를 더 유리하게 주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채점의 공정성을 의심했다.
아직은 도입단계, 좋은 점수 얻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수업 참여 중요
실제 일선 교사들도 이러한 서술형 평가에 대한 학부모들의 항의에 일부 공감하고 있는 형편이다. 안양의 한 중학교 교사 김 모씨는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교사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채점을 하게 되기 때문에 채점자와 채점 상황 등에 따라 채점이 어느 정도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정한 채점을 위해 채점 기준을 정해 놓거나 시험지의 이름을 가리고 채점을 하는 등 선생님들 나름대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사 입장에서도 서술형 평가가 출제나 채점에서 편할 리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술형 평가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며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창의력과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력 없이는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시대이다. 개정교육과정과 서술형 평가는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교사 오 모씨는 “학부모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게 서술형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인데 교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담당 교사가 수업 시간에 강조한 내용에서 출제되는 게 대부분”이라며 “수업시간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는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오 교사는 또 “현재 서술형 평가가 정착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 자체가 고급 난이도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며 “서술형 평가의 교육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바람직한 결과를 가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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