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교생들에게 EBS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드물고, 수능 관련 EBS 문제집을 발행하고 인터넷 강의나 제작하는 입시관련 방송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시야를 다큐멘터리 부분으로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1년도에 이미 국내 방송사로는 최고치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1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이 보여 주듯이, EBS 다큐멘터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 능력은 영국의 BBC와 견줄만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EBS는 교육과 다큐멘터리를 방송국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제작한 수학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몇 년 전부터 EBS가 꾸준히 작품을 제작해오고 있다. 작품의 질도 나날이 향상되어 제48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교양 작품상은 수학 다큐멘터리인 EBS 다큐프라임 5부작 ‘문명과 수학’에게 주어졌다.
수학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수학은 딱딱하고 골치만 아픈 과목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거대한 책을 읽어내는 데 꼭 필요한 언어이며 문명의 기초가 되는 필수적인 과목임을 일상에서 예들을 찾아가며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교과서와 문제집이 나오는 메마르고 건조한 문제들이 수학의 전부가 아니라, 우리의 주변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오늘은 EBS가 제작한 수학 관련 다큐멘터리 두 편을 소개한다. 연예인 중심의 공중파 방송과 영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기는 쉽지 않다. 다큐멘터리 감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반복해서 시청하는 끈기와 지적 호기심이 필요하다. 수학 학습에서 복습이 중요하듯이 수학 다큐멘터리도 여러 번 시청해야 내용을 충실하게 소화시키게 된다. 올 여름을 수학 다큐멘터리와 친해지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 그러면 세상이 달리 보이게 된다.
수학, 숲으로 가다.
‘숲은 인간이 읽지 않은 책이다. 그 책은 인간이 태어나기 전 까마득하게 오래 전에 쓰인 고전이다. 그 숲의 문장을 읽는 언어는 수학이다’라는 내레이션처럼, 수학은 비인격적인 수식으로 이루어진 딱딱한 과목이 아니다. 수학은 자연을 구성하는 기본원리가 된다는 사실을 숲에서 찾아보고, 그 원리가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크고 작은 나무들에서 나타나는 원기둥, 꽃.식물의 잎사귀, 나비 등이 간직한 대칭의 아름다움, 달팽이와 다슬기의 껍데기에서 관찰되는 황금비율, 정밀한 기하패턴으로 이루어진 꿀벌의 집, 나무 잎에서 발견되는 프랙탈, 숲에 부는 바람의 어지러움의 형태 속에서도 발견되는 질서 등이 수학의 언어로 쓰인 숲이라는 수학 책에 나오는 단어들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무질서해 보이는 숲을 구성하는 중요하고도 비밀스러운 수학적 규칙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또한 황금비, 기하학, 카오스, 프랙탈, 대칭, 피보나치 수열 등 현대수학에서 다루는 주제가 숲 속의 생명체들에게서도 고스란히 관찰됨 보여 준다.
● 문명과 수학
5부작으로 이루어진 수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 문명을 이룩하는데 초석이 된 수학의 역사를 다루었으며, 다큐멘터리의 질적 도약을 이룩하였다고 평가되었다.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2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대상을, 4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을, 대한수학회로부터 특별공로상등 각종 상을 수상했다.
1부 ‘수의 시작’은 인류 최초의 수학책인 고대 이집트의 아메스 파피루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파피루스에 기록된 이집트인들의 수학의 수준이 현대수학에 버금갈 뿐 아니라 4000년 전 화려하게 꽃 피웠던 문명의 근원이었음을 탐구한다.
2부 ‘원론’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인 원론이 우리가 수 천 년 동안 유클리드의 기하학 위에서 살아오게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논리와 증명의 위대함을 일깨웠던 피타고라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3부 ‘신의 숫자’에서는 인도에서 탄생하였으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 중의 하나인 0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신들의 나라 인도에서 태어나 더해도 빼도 변함이 없는 숫자 0이 열어가는 무(無)와 무한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4부 ‘움직이는 세계’에서는 움직임을 표현하여 수학을 다시 태어나게 만든 미적분에 관한 내용이다. 미적분이라는 수학적 표현을 이용하여 우주의 원리를 풀고자 하였던 뉴턴, 중요성을 알고 평생을 연구에 매달렸지만 살아서는 미적분을 소유하지 못했던 라이프니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5부 ‘남겨진 문제들’에서는 직업은 판사였지만 취미로 수학문제를 만들었던 사람으로 더 유명한 페르마, 보지 않고서도 우주의 모양을 추측하고자 했던 푸앵카레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대를 이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수학자들의 고집이 수학은 발전이 정지된 대상을 다루는 학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수학은 지금도 계속 살아 숨 쉬면서 인류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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