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런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의 행복
전주의 명성 그대로, 투가리(뚝배기) 콩나물 해장국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콩나물 국밥, 직접 쑨 탱글탱글한 묵밥과 도토리전도 별미
해장국으로는 콩나물국밥만 한 것이 없다. 콩나물의 아스파라긴 성분이 알코올 분해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도 콩나물은 독성이 없고 맛이 달아 위장기능을 도와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국밥집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콩나물 국밥 간판만 보고 반가운 마음에 한 그릇 청해도 모양만 흉내 낸 시답잖은 국물 맛에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정성스런 국밥 한 그릇이 간절하다면 인덕원에 있는 투가리 콩나물 국밥집을 방문해보자. 60년 역사의 전주 투가리 콩나물 국밥집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옛날 장터 콩나물국밥 맛을 고스란히 재연한 곳이다.
담백한 육수에 아삭한 콩나물, 끓이지 않는 옛 토렴 방식 그대로
콩나물국밥을 주문하니 국밥과 수란, 김과 밑반찬이 차려진다. 구수한 내음에 ‘킁킁’코가 먼저 반응한다. 한 숟가락 조심스레 입에 넣어본다. 시원하고 개운하다. 멸치 육수의 담백한 맛에 한 번, 국밥 위에 다소곳이 얹어진 잘 배합된 양념 맛에 또 한 번, 입이 먼저 반긴다.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의 식감도 좋다. 시원하면서도 씹는 맛이 남아있는 이유는 불 위에서 직접 끓이지 않고 여러 번 정성스레 토렴한 까닭이다. 토렴이란 식힌 밥에 뜨거운 콩나물국 육수를 부었다 따랐다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레 투가리와 밥 온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투가리채로 가스불 위에서 한꺼번에 쭉 늘어놓고 입안이 데일만큼 뜨겁게 내놓는 음식과는 다르다. 강렬한 앙념과 조미료의 단맛으로 첫맛에 승부를 보는 집도 아니다. 육수와 전주에서 직송한 콩나물, 천연 재료로 만든 양념이 들어간 투가리 콩나물 국밥은 은근하다. 개운하고 시원한 뒷맛에 먹으면 먹을수록 끌리는 깊은 맛이다.
토렴식은 부드럽게 속을 감싸주어 해장에도 좋다. 그래서일까? 토렴식 국밥에 입맛을 들인 사람은 유독 이 집만 찾는다. 오픈한지 약 4개월뿐이 되지 않았는데도 유독 단골손님이 많은 이유이다. 인덕원 4거리 성지스타위드 건물 1층의 안쪽이라 눈에 띄는 위치도 아니다.
오히려 콩나물 국밥 조용주 사장은“한꺼번에 손님이 너무 많이 와도, 시간대를 나누어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토렴식이 시간과 정성 없이는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밥의 인기로 온갖 프랜차이즈 회사의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물리치고 전국에 딱 세 곳에만 직접 국밥 맛을 전수해주신 60년 된 원조 전주 투가리 콩나물 국밥 성재수 사장의 “적게 만들고 정성스레 판다”는 이념과 맞아떨어진다.
고소한 수란과 젓갈, 직접 담은 깍두기가 같이 제공되지만 일단 국물 맛을 보면 숟가락질은 국밥에서 떠나기 어렵다. 말없이 ‘싹싹’ 비워 지는 투가리가 맛있다는 말을 대신해준다.
직접 만든 모주 한 잔 곁들이면 더욱 완벽하다.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등의 한약재를 넣어서 펄펄 끓인 후 차갑게 식혀 제공된다. 계피 향의 달콤함에 시원함을 더했다.
구즉 마을에서 전수받은 묵 요리, 18가지 육수로 여름철 입맛 사로잡아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손님들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묵 요리가 별미이다. 도토리묵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전 구즉 마을의 ‘구즉 할머니 묵밥’ 집에서 전수받은 방식 그대로이다. 묵이란 매일 두세 시간 동안 끊임없이 불 앞에서 젓는 정성이 필요한 음식이다. 거기에 18가지 천연재료를 사용한 육수를 만들어야 하니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쉬운 게 하나 없다.
묵밥은 냉묵밥과 온묵밥 중 선택 가능하다. 직접 쑨 탱글탱글한 묵에 육수와 아삭한 김치, 상큼한 채소가 함께 어우러진 맛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도토리묵 특유의 감칠맛과 식감은 외할머니가 직접 쑤어주신 순박한 옛맛 그대로이다. 정성스레 끓여낸 육수는 정갈하고 깔끔해 먹을수록 중독성 있다. 묵과 야채를 반쯤 먹고 남은 시원한 냉육수에 밥을 말아 먹으면 무더위에도 한 그릇이 뚝딱이다. 직접 만드는 집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모묵은 물론 도토리 가루로 만든 김치전과 부추전도 일품. 묵밥은 물론 콩나물 국밥, 전이 모두 5000원대인 부담 없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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