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이주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2.2%를 점유하게 되었다. 이는 울산광역시의 주민 수를 넘어서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이미 진입하였음을 의미한다.
다문화사회로의 진입과 더불어 다문화가정의 증가는 필연적 현상이다.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이 우리의 이웃이 되어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게 됐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결혼 이주 여성과 그 자녀들이 신체적 폭력과 폭언, 성적 및 정서적 학대 그리고 주위의 편견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갖자”는 사회적 구호가 무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격차를 올바로 인식하고 개선해야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외국인 배우자의 70%가량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주 여성들은 신분상의 문제 등으로 도망을 가거나 이혼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10년 7월 부산에서 20세 베트남신부가 입국 1주일 만에 40대 정신병력 남편에 의해 살해당해 외교문제로 비화됐다. 2011년 5월에는 경북 청도에서 20대 베트남신부가 30대 남편에 의해 살해돼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제도와 인식 부재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그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한,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져도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다문화가족은 문화를 다채롭게 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바탕”이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마련을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결혼 이주 여성은 우리의 문화, 역사, 풍습 등이 낯설고, 남편 등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언어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서로 다른 문화격차를 올바로 인식하고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문제를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일부 다문화가정의 남편과 시부모들은 가부장적인 태도로 ‘순종과 복종을 여자의 미덕’이라는 미명하에 폭언과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코자하고 있다.
공동체의 따뜻한 관심과 정이 필요
이제 우리 사회도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남편과 시부모가 이주 여성에 체화된 ‘이문화(異文化)’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가정의 내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그 가족 구성원들에 의한 내재적 발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만약 배우자의 폭력에 대한 사회적 염려를 ‘남의 가정사’에 대한 개입으로 ‘방관(傍觀)’한다면 폭력의 피해자인 이주 여성은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문화가정과 이웃하고 있는 지역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함께하는 정(情)이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
다문화가정의 미래는 한국의 미래다
지난 2일, 베트남에서 7박8일간 ‘구미대학교 2013년 새마을 해외자원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현지에서 만난 안내인에 의하면 “한국인 남성과 결혼을 희망하는 베트남 여성은 도시보다는 농촌에 거주하는 신랑을 더욱 선호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 농촌의 이웃에 대한 따뜻한 정이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문화가정의 미래는 곧 한국의 전체적 미래와 같다. 다문화가정의 구성원이 국적과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로부터 차별과 따돌림을 받고 세상을 향해 울분을 갖게 된다면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가 역동적인 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
이들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일방적 동정이나 보호가 아니라 같은 이웃으로 떳떳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열린 태도가 필요한 이유이다.
구미대학교 국제교류센터장, 산업경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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