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전문가(소믈리에)들을 보면 맛과 향을 맡고 나서 어느 지방에서 어느 해에 생산된 와인인지 알아맞히고 그 품질을 평가합니다. 커피에도 이처럼 커피를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커퍼(Cupper)라 하고 그 평가 과정을 ‘커핑(Cupping)’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왜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것일까요?
첫째, 각각의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의 품질과 맛을 평가해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입니다. 바로 옆 농장에서 키운 동일한 품종의 커피라 해도 커퍼의 혀 끝에서 어떤 평가가 내려지는가에 따라 Kg당 5천원짜리 커피도 될 수 있고 20만원짜리 커피도 될 수 있습니다.이를 평가하는 사람을 따로 ‘큐 그레이더(Q-Grader)’라고 합니다.
둘째, 같은 커피라 하더라도 어떻게 로스팅을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냅니다. 커핑을 통해 최적의 로스팅 포인트를 찾아내는데도 커핑이 활용됩니다.
셋째, 커피는 생산고도, 토질, 기후, 수확 후의 건조가공방식 및 로스팅 방식에 따라 다양한 풍미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이때 부족한 맛을 보강하고 특정의 불쾌한 맛을 상쇄하기 위해 여러가지 커피를 섞어 블랜딩하는데 이 또한 커핑을 통해 그 맛을 평가합니다.
그렇다면 커핑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로스팅된 커피를 분쇄해 마른 커피의 향을 평가합니다. 이를‘프레그런스(Fragrance)’라고 합니다, 그 후‘92~96℃의 물을 잔에 거의 가득 차도록 부어주는데 이를 ‘Pouring’이라고 하며 물을 붓고 난 후의 향을 맡는 단계를 ‘아로마(Aroma)’라 합니다. 물을 붓고 2~4분 경과 후 커핑 스푼으로 커피 부유층을 깨면 순간적으로 강한 향이 올라오는데 이 향을 맡는 것을 ‘브레이크(Break)’라고 합니다. 브레이킹 후 표면에 떠 있는 부유물(Crust)을 커핑 스푼 2개를 이용해 살짝 걷어 내는 스키밍(Skimming) 과정을 거친 이후 본격적으로 미각을 이용한 커피 맛보기를 시작합니다. 슬러핑(Slupping)이라고 불리는 이 단계는 커핑의 가장 중요한 단계로 입 안에 커피를 가볍게 흩뿌려 주기도 하고 살짝 머금으며 커피가 가진 다양한 맛을 평가합니다. 모든 평가가 끝나면 그 맛과 향을 점수로 표현합니다.
저는 커핑점수 90점을 넘어가는 아메리카노블랜딩 하나를 만들기 위한 커핑 과정에서 20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십니다. 하지만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를 헤매고 있습니다.
최대봉(‘최대봉의 커피 볶는 집 시간의 향기’ 카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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