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대원외고 3학년 이은정

‘한국 홍보 전문가’ 꿈 향해 전진

지역내일 2013-07-02

다들 머리 싸매고 공부에 올인하는 고3 기말고사를 앞두고 시험 공부 틈틈이 우리 문화재 환수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UCC를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는 이은정양을 만났다.
 초등학생 시절 이후 그가 인생 나침반처럼 가슴 속에 품고 사는 꿈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 전문가’. 때문에 외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은정
 
 ‘한국을 세계에 알리자’ 초등학생 때 다짐
 “초등 1학년 때 온가족이 미국 유타주에서 1년간 살았어요. 5대륙 출신 아이들이 한데 모이다 보니 ‘다문화’가 일상화된 곳이죠. 자국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읽고 발표하는 학교 과제를 위해 친구들과 근처 시립도서관을 찾았는데 한국 관련 도서만 단 한 권도 없더군요. 일본, 중국 책은 여러 권 있는데.”
 집에 돌아와 속상해하는 그를 보고 엄마는 “이 다음에 우리나라 문화를 소개하는 영어책을 써서 전세계 도서관에 보내면 좋지 않을까”라며 다독였다. 그 후 엄마는 외국인 친구를 집으로 초대할 때마다 태극기 모양의 케이크며 김밥 같은 우리 음식을 선보이며 딸의 든든한 드림메이커가 됐다.
 한국에 호기심을 갖는 외국 아이들에게 이양은 신이 나서 윷놀이와 한글을 가르쳤다. 우리나라를 알리는 재미와 보람을 일찍부터 맛본 덕분에 그는 자청해서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귀국한 뒤에는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하며 청소 봉사를 하고 역사탐방을 다녔다. 한국의 과거 역사와 현재를 새록새록 알아갈수록 ‘한국 홍보 전문가’란 꿈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특히 그는 외국어에 욕심이 많다. 중학교 시절 오빠가 중국어를 시작하자 어깨너머로 함께 배우기 시작했고 내친 김에 일본어도 익혔다. “새로운 외국어를 배울 때마다 설레요. 언어는 곧 그 나라 문화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7개 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게 내 목표에요.”


 ‘영혼 담긴 계란은 바위도 깨뜨린다’
 미래의 인생설계가 분명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외고를 선택했다. 특히 중학교 때 활동했던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위례역사문화연구회와 인연이 닿았다.
 이때부터 우리 문화재 환수란 화두를 놓고 고민이 시작됐다. 특히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로 일본이 약탈해간 조선왕실의궤, 조선왕조실록의 반환을 기적처럼 이끌어낸 혜문스님과의 만남이 도화선이 됐다.
 “혜문스님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며 남들이 지레 겁 먹고 포기해 버린 일을 40여 차례 일본을 오가며 끈기와 뚝심으로 결국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신 분이시죠. ‘영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도 깨뜨린다’는 말씀에서 큰 가르침을 얻었어요.”
 특히 우리문화재 환수의 참뜻과 중요성을 또래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그는 대원외고로 혜문스님을 초청해 800명의 학생을 모아 놓고 강연회도 성사시켰다.
 “스님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우여곡절 많았던 경험담을 풀어내며 문화재 환수의 중요성을 설파하자 학생들이 다들 공감하더군요.” 이양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내비친다.
 그 후로 그는 고종황제 투구와 갑옷 환수운동을 벌이는 스님의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왕의 투구, 갑옷은 군 통수권과 국가 자주성의 상징물인데 아쉽게도 국내에는 남아있는 게 없다. 이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위례역사문화연구회 소속 중고생들끼리 외국인이 많이 찾는 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서명 운동에 나섰다.
 “경복궁을 구경 온 중국인 관광객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일본에게 빼앗긴 고종황제의 투구, 갑옷에 대해 중국어로 설명하자 진지하게 귀담아 들으며 호응해 주더군요. 언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지요.”


 석촌동 고분 잘못된 영문 표기 모니터링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국제 여론을 만들고 한국 문화를 정확히 알리는 데 ‘외국어’의 중요성을 피부로 실감한 그는 그동안 갈고 닦은 영어실력을 봉사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여름 뙤약볕 아래 석촌동 고분군을 찾아다니며 표지판 사진을 찍어 영어표기의 오류를 찾아냈다. 어색한 영어 문장은 영문표기법에 맞게 바로 잡은 다음 원어민교사에게 일일이 감수까지 받았다. “그동안 정리한 자료를 서울시청 문화재과에 보내 시정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어요. 노력의 결실을 맺게 돼 정말 기뻤지요.”
 이처럼 치밀하게 준비해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추진력은 이양 특유의 호기심에서 나온다. “다방면으로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데다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써왔기 때문에 기록습관이 몸에 배었어요.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우리 문화와 역사 알리기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되죠.”
 위례역사문화연구회를 통해 쌓은 경험들은 내신경쟁이 치열한 외고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는 버팀목이 돼 주었다고 털어놓는다. “근소한 점수 차로 희비가 엇갈리고 성적 때문에 슬럼프를 겪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그동안의 활동을 떠올리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길을 충실히 가자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다부지게 말하는 이양에게서 자기 삶의 욕심과 열정이 엿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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