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대비 인문논술? ‘쓰기’에 대한 오해와 이해

지역내일 2013-07-01

논술이 수능처럼 실력 향상의 객관적 수치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합격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보니, 논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광범위한 편차의 견해가 존재한다. 이번에는 논제나 출제경향이 아니라 ‘쓰기’ 그 자체에 대해서만 말해보겠다.


글쓰기 능력보다는 독해 능력을 테스트하려는 논술이다!?
독해 능력과 표현 능력은 대체로 정비례하지만 객관식과 단순서술형으로 줄세우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불일치할 때도 많다.  
타고난 유전자와 독서 덕에 설득과 표현이 남다른 학생인데 정확한 논리적 독해가 필요한 결정적 지점에서는 다소 모호하고 수사적으로 얼버무리는 한계가 있었다. 꼼꼼하게 독해하고 그 결과물을 논제가 요구하는 바에 맞춰 더 정확한 표현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명문대에 진학했고 지금은 대학생 칼럼을 기고하면서 기자의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반대로, 제시문 독해와 논제 파악은 비교적 되는데 표현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열심히 쓰고 해제를 듣고 첨삭받기를 반복하지만 표현 능력은 잘 늘지 않는 성향이 있다. 자기가 이해했고 표현하고자 하는 대로 글 쓸 줄 아는, 자기가 쓴 글이 어떤 글인지 스스로 평가할 줄 아는, 그 능력을 미리미리 갖춰놓은 상태라면 몇 번의 글쓰기 연습으로도 충분히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데 말이다. 오랜 기간의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그리 쉽게 극복되겠는가? 독해력에 큰 문제는 없는데, 유치하고 생경한 글이 개선되지 않아 내심 절망스러웠던 학생이 있었다. 막상 본인은 잘 쓰기를 너무나 열망했고 그 해는 아니지만 결국 논술전형으로 명문대를 갔다. 
채점교수의 한 눈에 다른 글보다 더 돋보이는 가독성을 갖추는 것, 합격의 필요조건 중 하나이다.     


답이 있는 논술이다!?
인문계에서 출제되는 수리논술, 자연계논술은 답이 분명한 형태로 존재한다. 추론 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한다는 단서만 주의하면 된다.
그러나 언어논술에 답이 있다는 것은 논제가 요구하는 틀에 맞춰 다르게 독해할 수 없는 제시문 독해법이 모든 문제에 고유하게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두 갈래길에서 한 갈래길만 열려 있는 문제가 있기도 하고, 두 갈래길 모두 열려 있는 문제가 있기도 하다. 그 문제를 왜 그런 방식으로 냈는지 학생이 더 잘 이해하면 할수록 더 좋은 글이 나올 것이다. 명문대라고 불리는 학교일수록 논제의 틀은 정해져 있어도 산출해야 할 결론은 열려 있는 경우가 많다. 겉보기에는 평이한데 파고들수록 주제기 깊고 열려 있다.
상당한 논술실력을 갖추고 있는 재수생이었는데, “어떤 틀로 써야 맞을지”, 매번 자기 확신 없이 질문하는 학생이 있었다. 어떤 논제이든지 안정감 있게 쓸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한 데, 그 학생의 경우는 논제에 따른 기복이 심했다. 누구나 오독할 수 있다. 그것을 두려워말고, 어떤 경우에도 해석의 일관성과 자기 나름의 근거제시를 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 


짧고 간결한 문장을 써라!?
짧고 간결한 문장을 써야 한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길게 쓰다보면 주술호응이 안 되고 문장이 꼬여버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잘 쓴 글들, 합격글들은 한 문장의 길이가 그리 짧지 않다. 표현이 풍부하고 압축적인 탓이다. 그래도 잘 읽힌다. 문장구사력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긴 문장을 지양해야 하지만, 내용없이 짧기만 한 문장도 가독성이 없다.


절충주의는 안된다!?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서로 대조적인 두 입장을 모호하게 절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두 입장의 장점을 서로 취하거나 단점을 지양하다보면, 양비론/양시론에 빠지기 쉽다. 논리적 글쓰기는 정합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절충적 태도는 금물이다. 때로는 각 입장의 장점을 취사선택하여 새로운 제 3의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 경우에도 논리적 모순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장과 근거를 세심하게 맞춰나가야 한다. 
 
배경지식은 도움이 된다!?
배경지식이 풍부하게 녹아있는 글일수록 설득력이 높다. 이 배경지식을 쌓는데는 독서가 최고다. 없는 시간 쪼개어 독서만 할 수는 없으니, 제일 효율적인 방법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논제를 다루어보는 것, 적어도 개요라도 짜보는 것이다. 풍부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그 지식을 산만하게 과시하는 경향이 있는 학생이 있었다. 과잉 근거를 덜어내어 가독성을 높이는 훈련을 해야만 했다. 기본 성향이 완전히 고쳐질 리는 없지만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지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다시쓰기 포함, 자꾸 써봐야 한다!?
물론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기가 쓰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표현하고 쓴 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다.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고치라는 것만 눈가림식으로 고쳐 더 나빠지는 다시쓰기도 굉장히 많다. 논술만큼은 수공업적 도제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상상과 논리 
이의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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