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라운드 업’

얼룩진 프랑스의 역사를 양심적으로 공개

지역내일 2013-05-27

홀로코스트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라운드 업’(원제 La Rafle)이 지난 5월 16일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홀로코스트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9)가 부성애(父性愛)로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주었다면, ‘라운드 업’은 프랑스에서 있었던 유대인 검거 사건을 배경으로 어린아이들의 수순함을 부각시켜 또 다른 감동을 안긴다.


프랑스 비시 정부의 ‘벨디브 검거 사건’
프랑스는 1940년 6월 나치 독일과 정전협정을 맺은 후 온천도시 비시에 친독정부인 이른바 ‘비시 정부’를 세웠다. 그리고 프랑스 본국의 3분의 2를 독일 점령 지구에 위임하고, 남은 남부 3분의 1을 비시 정부가 관할했다.
‘벨디브 검거 사건’은 1942년 7월 16일 나치 정부에 협조한 프랑스 경찰이 외국계 유대인을 체포해 동계경륜장에 수용한 사건이다. 당시 프랑스의 비시 정부는 나치의 ''인종정화정책''에 동조해 유대인 색출 작업에 공범으로 나섰다. 어린이 4천여 명을 포함해 1만3천여 명의 유대인이 기습적으로 체포되었고, 이들 중 단 25명만이 살아남았다. 혁명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똘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의 수치스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프랑스 정부는 53년이 지난 1995년이 되어서야 이 사건을 인정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카메라
영화 ‘라운드 업’은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등 유대인 학살을 다룬 다른 영화와는 달리 전쟁의 잔인함을 시각적으로 리얼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카메라의 시선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가슴에 유대인의 표식인 노란별을 달고 프랑스인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몽마르트 언덕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마실 물도 없는 경륜장에 갇혀 달리기 시합을 하는 아이들, 수용소에서 천연덕스럽게 유대인 검거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그 어떤 정치이념이나 사상도 없다. 불안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그저 해맑은 모습뿐이다.
7월 16일, ‘자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오더니 우리 동네 유대인들을 모두 체포했다. 화장실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이 경륜장에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집에 가고 싶다.’
7월 17일, ‘드디어 냄새나는 경륜장을 나왔다. 새로 도착한 곳은 침대도 있고 먹을 것도 주지만 감옥처럼 생겼다. 그래도 아빠랑 있으니까 무섭지 않다.’
7월 30일, ‘어른들만 다른 곳으로 데려가서 엄마, 아빠, 누나와 헤어졌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수용소에서 가까스로 도망쳐 살아남은 한 소년의 이야기는 그날의 참혹함을 대변해준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날의 역사 재현
영화 속에는 ‘벨디브 사건’을 둘러싼 실존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검거된 아이들의 수호천사가 되어 준 유대인 의사 데이비드(장 르노)는 당시 여러 의사들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담아낸 인물이다. 비유대인으로서 유대인과 함께 수용소로 이동해 그들을 구하기 위해 힘썼던 적십자 소속 간호사 아네트(멜라니 로랑)는 실존 인물이다. 명령에 불복종하면서 경륜장에 갇힌 유대인들에게 소방호스로 식수를 공급했던 소방관의 이야기 또한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격하지 않은 잔잔한 사실적인 묘사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그날의 아픔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1944년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하고 이어 프랑스가 해방되자 독일의 패배와 함께 비시정부는 붕괴됐고, 정부의 각료들은 반역죄로 복역했다. ‘벨디브 사건’은 프랑스의 관용을 믿고 프랑스를 택했던 이민자들에게 가해진 비인간적인 형벌이었기에 더욱 가혹하게 느껴진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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