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들-‘플로레타 공방’ 윤미경 플로리스트

꽃의 가치를 아는 예쁜 꽃 카페로 기억되길…

지역내일 2013-05-24 (수정 2013-05-24 오후 9:40:39)

‘플로레타.’ 어머, 송죽동에 이런 꽃 카페가 있었나? 무심코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올망졸망한 화분과 꽃들 위에 드리운 운치 있는 나무 한그루, 나무그늘 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간간이 천장의 나무 창살 틈으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올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픈한 지 4개월 여, 빈티지 느낌의 숍인숍 구상은 15년 전부터였다. 전업주부에서 플로리스트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윤미경 씨의 향긋한 꽃 이야기가 마음을 물들인다. 


우울증이 가져다 준 인생의 전환, 플로리스트로 다시 서다
남편이 신문기사 하나를 디밀었다. 성공한 어느 플로리스트의 인터뷰 기사였다.
“큰아이 낳고 우울증이 심했어요. 그런 차에 신문기사는 잠자고 있던 꿈을 일깨웠죠. 예전에 직장 내 꽃꽂이 동아리로 활동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더라고요.” 그렇게 꽃꽂이를 다시 시작해 화훼장식기능사, 플라워디자인자격증, 원예치료사자격증에 이어 작년엔 화훼장식기사까지 취득했다. 2007년 수원여성 기예경진대회 꽃꽂이 부문 최우수상, 도 대회 우수상도 수상했다. 승승장구, ‘플로리스트 윤미경’을 위해 준비돼있던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릴 적엔 제법 미술에 소질이 있었지만, 1남3녀 중 장녀로 가정살림을 도맡아야 하다 보니 꿈도 못 꿨죠. 대학도 제가 벌어서 다녔어요.” 공채로 삼성에 입사, 스치듯이 꽃을 만난 그때 미경 씨의 머릿속엔 ‘꽃과 커피’라는 숍인숍 아이템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삶은 현실이다. 목표였던 대학진학, 졸업 후 2년여의 직장생활, 결혼, 출산까지, 플로리스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꽃과 다시 만날 엄두를 못 냈을 것”이라는 미경 씨는 “처음엔 작은 공방으로 시작하려 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처음 꿈꿨던 숍인숍 플로레타를 만들게 됐다”고 들려줬다. 돌고 돌아왔지만, 결국 ‘플로리스트 윤미경’의 시나리오는 그간의 시간만큼 더욱 탄탄해질 수 있었다. 


남다른 감각으로 디자인하는 꽃, 받는 사람까지 행복해~    
플로레타의 문은 오전8시30분부터 활짝 열린다. 바리스타의 솜씨로 내린 커피 한잔과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에 엄마들의 수다가 즐거워진다.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녹색어머니 활동 후에 이곳에 들러 편하게 쉬어갔음 하는 마음에서 아침 일찍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그분들로 인해 플로레타가 많이 알려졌죠.” 꽃 한 송이 3천원, 비싸단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막상 꽃을 사간 사람들은 다시 이곳을 찾는다. 며칠이고 활짝 피어나는 꽃이 그만한 값어치를 하기 때문이다. 누구의 소개로, 혹은 서울까지 가서 꽃을 맞추다가 플로레타에 반해 단골이 됐다는 손님들은 늘 미경 씨를 설레게 한다.
테이블에 놓인 알록달록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곱다. 작품에는 만든 이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다는데, 다양한 색감에 남다른 디자인의 꽃바구니는 받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매력이 담겨있었다. 덕분에 5월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바쁘고 힘은 들어도 행복하다는 미경 씨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제일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초기에 어느 정도의 투자는 감수하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리스트를 적어 하나씩 직접 해보다 보면 해야 할 것이 자연스레 찾아진다고. 


가족의 지원이 잘하는 걸 더 잘하도록 돕는 힘의 원천 
가족의 든든한 지원, 특히 남편의 외조도 큰 힘이 됐다. 평소에도 대화를 참 많이 하는 남편을 필두로 플로레타 운영에 문화원·학교 강의, 대학수업까지 듣는 바쁜 며느리를 살뜰하게 챙기시는 시어머니, 엄마의 작품에 이름을 붙여주기도 하고, 꽃꽂이에 쓰라며 길가의 나뭇가지를 주워오기도 하는 아이들까지. 미경 씨는 요즘 인생에서 가장 호사스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손님들에게선 솜씨가 아깝다며 ‘영통으로 숍을 옮겨보라’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는 여기가 좋다. 구석진 이 동네를 환히 밝혀주며, 소통의 공간으로서 작은 영향력을 미치는 지금의 ‘플로레타’가 참 고마울 뿐이다.
“체인점을 문의하는 분들도 계신데, 전혀 생각이 없어요. 오직 하나뿐인 윤미경의 ‘플로레타’로 남고 싶거든요.” 이른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플로레타는 활짝 핀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송죽동 ‘플로레타’에 가면…
플로리스트 윤미경 씨는 상품의 퀄리티에 중점을 두고 꽃을 선택한다. 조금 더 투자하더라도 신선하고 좋은 꽃을 구입하고, 식물을 사다가 직접 고른 화분에 일일이 심어놓는다. 다른 꽃집에서는 볼 수 없는 예쁜 꽃들이 참 많다. 별도의 공방도 갖추고, 취미반, 전문가반, 자격증반 꽃꽂이 회원도 수시로 모집한다. 그윽한 커피도 좋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주고 싶어 만들기 시작했다는 수제 초콜릿 맛이 그만이다.(031.244.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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