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광산동굴에 가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가족들과 공원에서 오후를 즐기는데 바로 옆 아줌마들의 대화가 귓가에 ‘쏙’ 들어온 것. 내용인즉 “광명 가학광산동굴 한 번 가자.”“날도 더워지는데 시원하고 체험공간으로도 좋잖아.”“안양에서 가까워.”…
갑자기 ‘이번 주말에는 어디 가지?’ 했던 고민은 눈 녹듯 사라지고, 방긋 웃으며 “얘들아, 이번 주말엔 동굴 탐험가자”라고 소리쳤다.
안양에서 30여 분, 여름 나들이 공간으로 제격
가학광산동굴은 1972년까지 60여 년 동안 금, 은, 아연 등의 각종 광물을 채굴하던 곳으로 2011년 광명시에서 시민에게 개방한 이후 수도권 최고의 동굴관광지로서 주목 받는 곳이다. 특히 안양에서 3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 한나절 나들이 공간으로 좋다.
광명역과 서독터널을 지나 우회전하면 바로 ‘가학광산동굴’ 표지판이 보인다. 주차는 바로 밑, 자원회수시설 무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광산 입구까지는 계단을 연결해놓았다. 걷기엔 좀 길었지만 6살 둘째도 형과 가위, 바위, 보하며 올라가는 재미에 잘 올라간다.
동굴 입구에 도착하면 인원수만큼 번호표부터 뽑아두는 것이 먼저이다. 입장료는 홍보기간이라 무료. 입장은 9시부터 4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생애 처음 가보는 광산동굴인지라 오랜 세월 광물을 실어 날랐을 화차와 기념사진부터 찰칵!
하지만 가장 궁금한 건 동굴 안이다. 입구에 서니 무엇보다 먼저 차가운 바람이 느껴진다. 에어컨 저리가라다. 연평균 12도라는 동굴 온도가 체감되는 순간이다. 긴팔 겉옷은 필수.
입장 전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안전모부터 착용했다. 아이들의 안전모를 씌워주는데 문득 두 아이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건 뜻하지 않은, 긴장감이다.
한참 액션과 판타지에 열광할 나이라 동굴 속에서 무언가 하나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사뭇 이해가 가면서도 둘째의 손에 들려있는 건 오색찬란한 야광봉인지라,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동굴을 제대로 탐험하고자 9살 형이 직접 챙겨온 준비물이란다.
미로 같은 동굴 속, 영화 관람은 색다른 추억
드디어, 가이드를 따라 동굴 탐방 시작이다. 동굴 양옆으로 흐르는 물소리와 발아래에서 들이는‘바스락 바스락~’ 자갈들끼리 부딪치는 선명한 울림이 나름 운치 있다. 조명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동굴 안. 단신인 리포터도 가끔 고개를 숙여야 하는 공간 속에서 새삼 ‘여기가 동굴 안이구나!’ 실감이 난다.
광명 가학광산동굴은 총 길이 약 7.8km, 이중 일반인들의 답사거리는 약 1km 남짓이라 총 관람 시간은 30분 정도로 길지 않다. 하지만 관람 내내 가이드의 설명은 유익했고 동굴 속이 마치 개미굴처럼 여기저기 연결되어 있어 짧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미로같이 뚫린 길을 걷다 보면 조금 전 올려다본 것이 발아래에 있는 묘한 상황도 빈번하다.
폐광된 이곳에서 채광된 금은 약 52kg. 현재 시가로 약 36억 원 정도란다. 반짝이는 것들이 광물이라는 말에 순간 사람들의 눈동자가 더 반짝거린다.
동굴 안이라 사진 찍으려고 지체하다 보면 길을 잃기에 십상이겠다. 안 그래도 두어 번 늦어진 리포터를 구해준 것은 다른 이유로 뒤처졌을 연인 한 쌍. 어두운 동굴 속, 서늘한 기온은 사람의 온기를 더할 나위 없이 그립게 만들고, 은은한 조명은 연인의 모습에서 장점만 찾아내는 신비로운 마력을 발휘한다. 연애 중이라면 ‘겉옷 필수’발언은 취소!
동굴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동굴 영화관의 영화 관람이다. 광산에서 안전모를 쓰고 돌 위에 오붓하게 앉아서 보는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추억이 될 듯.
작년까지 음악회 등에 사용되었던 큰 공연장은 아직 공사중이라 아쉬웠지만, 동굴 안에 울려 퍼질 소리의 향연은 상상만으로도 근사하다. 6월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
동굴 탐방을 마친 가족들은 처음 본 동굴의 구석구석이 제법 마음에 든 눈치이다. 다만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한여름 영화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날, 다시 찾고 싶다.
바로 위 가학산 산행도 알차
주변에는 매점 하나 없어 음식물은 꼭 준비해야 한다. 동굴 옆 야외무대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싸온 김밥이나 과일을 드시는 가족이 많았다. 탐방 시간이 생각보다 짧기도 했지만, 가학광산동굴에 온 김에 이왕이면 가학산 등반도 함께 추천하고 싶다. 가학산 자체가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동굴에서 정산까지 20여 분이면 갈 수 있다는 말에 리포터도 두 아들을 데리고 정상으로 향했다. 대부분 계단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9살, 6살 아이가 동굴에서 가학산 정산까지 소요된 시간은 정확히 30분. 짧은 시간에 정상까지 올라가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동굴 탐방과 뜻하지 않은 산행까지 하루가 알차다.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출발 전 광명시에서 진행하는 광산 무료 체험 일정을 확인하자. 광산 옆에서 팽이와 가면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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