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여름휴가지 ‘부산’

광안리 바다와 부산의 色을 만나다

지역내일 2013-06-11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바다가 간절히 그리워질 즈음, 오랜 벗의 뒤늦은(?)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 늦은 결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인연 찾기가 조금 늦었을 뿐. 예식 장소는 부산. 광안리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호텔에 방을 잡아줄 테니 내려오라는 꼬임에 넘어가 이른 휴가 겸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부산여행길에 올랐다.
글 피옥희 리포터 piokhee@empas.com


Story1. 광안리 해수욕장
        _ 낮과 밤을 오가는 바다의 유혹


“일단 광안리로 와. 참, 카메라는 잘 챙겨왔지?”
서울에서 부산까지 먼 길을 달려왔건만 예비신부 절친은 친구를 반기는 대신, 카메라 타령이었다. 고가의 웨딩촬영 대신 DSLR 카메라를 가진 친구를 닦달해 결혼식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심산인 듯 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광안리 해수욕장에 도착, 잠시 잠깐 바다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이른 더위로 일찌감치 개장(6월 1일)한 이곳은 3가지 색이 공존한다.
먼저 좋은 사람들과 모래사장을 걷거나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첫 번째 색이다. 따뜻하고 훈훈한 사랑이 느껴진다. 두 번째는 즐거움이다. 거침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가장 즐거운 놀이터인 셈이다. 또 어둑해질 무렵, 광안리 바다는 총천연색 조명으로 빛이 난다. 광안대교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면 곳곳에서 터지는 불꽃들과 함께 로맨틱한 밤이 시작된다. 이것이 마지막 색이다.
이 세 가지 모습을 모두 카메라에 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광안리에서 만난 예비신부 요구사항에 맞춰 족히 3시간은 끌려 다닌 뒤에야 비로소 자유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수영구 광안2동에 위치한 광안리 해수욕장은 넓이 120만 4,000㎡로 서쪽 끝 남천동에서 동쪽 끝 민락동에 이르는 광활한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매년 6월 중에 수영전통민속예술제가 열리며 7월말에서 8월에는 부산바다축제가 열린다. 매주 주말 저녁시간에는 해변영화관도 문을 연다. 광안리해변 음악방송국(수영구 문화센터 내)에서는 매주 금~일(19:00~21:00) 다양한 문화콘텐츠도 선보인다.
어둠이 짙어지면서 모래사장을 거닐다가 바닥에서 움직이는 빛 글자를 보게 되었다. 수영구 문화센터 건물에서 빔 프로젝트로 쏜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구였다. 밤바다에 번지는 문학적 감성이 화려한 광안대교의 야경과 어우러져 한층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뭐해? 밥 먹으러 가자. 오늘 고생했으니까 대궐로 모실게.”
예비신부가 잡아 끈 곳은 광안리에서도 유명한 친환경쌈밥 음식점이었다.


Tip. 대궐쌈밥
광안리해수욕장 호메르스 호텔 뒤편에 위치한 ‘대궐’은 친환경쌈밥으로 유명한 곳이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쌈밥정식(제육쌈밥 8,000원, 낚지볶음 쌈밥 9,000원 등)과 대궐일품정식(게장정식 9,000원, 갈치조림정식 8,000원 등), 다양한 메뉴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대궐쌈밥정식(제육+간장게장+조림+공기밥+쌈 1만 4,000원 등)이 있다. 4인이 먹어도 충분한 양의 친환경모듬쌈과 모든 정식에 곁들여져 나오는 고등어김치찜까지, 푸짐한 한 상을 기대해도 좋다.


위치 :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동 194-2(광안리해수욕장 호메르스호텔 뒤편)
문의 : 051-754-6160 


Story2. 감천문화마을 & 전포카페거리
        _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곳


다음날, 예쁜 카페 앞에서 화보처럼 찍고 싶다는 예비신부 절친의 말에 서면역 근처 전포카페거리에서 2차 웨딩촬영을 약속한 뒤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약속시간까지 2시간 여 남짓 남았으니 이참에 ‘오래된 부산의 보석’을 만나보고 싶었다. 토성역 6번 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감천초교 앞에 내리면 마을 입구가 나오지만 초행길인 탓에 가파른 언덕을 몇 개나 넘은 뒤에야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 초입부에 위치한 ‘상주상회’는 감천문화마을 안내소를 겸한 곳이다. 60년간 이곳에서 살았다는 할머니께서 무거운 짐은 맡겨두고 가라며 말을 건넸다. 돈 받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라며 마을의 옛 이야기까지 들려주셨다.
감천문화마을은 1918년 신앙촌이 중심이 돼 1958년 현재의 동네가 형성됐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피난민들이 힘겹게 삶의 터전을 이뤄나간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달동네에 불과했던 이곳이 현재는 문화마을로 탈바꿈해 마을 곳곳에서 벽화와 예술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인심 좋은 마을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숙연한 마음으로 천천히 골목길 탐색에 나섰다.
길고양이도, 곳곳에 널린 빨래도, 사랑을 전하는 우체통도 모두 정겨움 일색이다. 가장 지대가 높은 곳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니 알록달록한 양철지붕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어린왕자와 여우 조각상을 만나고 나니,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온 외지인이 주민들의 삶을 무례하게 침범한 것은 아닌지 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또 와요. 사람이 많이 와야 우리 마을이 살아.”
어르신의 인사에 더더욱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서둘러 전포카페거리로 향했다. 각종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섰다기보다는 투박한 공업사들 사이사이에 아기자기한 카페가 두 집, 세 집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다. 규모가 작은 카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각자의 특색에 맞게 손님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복고풍 느낌이 나는 한 카페 앞에서 연신 촬영을 한 뒤 분위기를 엿보니 이탈리안 그릴 샌드위치 ‘파니니’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여기로 가자.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은 못가더라도 파니니는 먹어봐야지.”


Tip. 빠니니식당 
노란 간판에 빨간 글씨. 간판과 외관만 보면 복고를 넘어 촌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실내는 제법 아늑하고 세련됐다. 모든 파니니에는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가 있으며 주재료인 빵 치아바타는 겉은 바삭하고 안은 쫄깃해 이탈리아 정통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달달한 단호박과 매운 고추''는 단맛과 매운맛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허니 까망베르''는 치즈와 아몬드, 해바라기 씨를 곁들여 꿀에 찍어 먹으면 고소함과 단맛이 일품이다. 이곳의 파니니는 모두 8,000원 대이며, 진한 핸드드립 커피도 맛볼 수 있다.


위치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대로 209번길(서면 부전도서관 건너편 전포성당 인근)
문의 : 051-818-9247


Story3. 오륙도
        _ 생동감 느껴지는 고즈넉한 섬


드디어 웨딩촬영 무료봉사가 끝났다. 얘기만 들었던 예비신랑이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에게 접대를 하겠다며 부른 곳은 오륙도 선착장. 부산에 왔으니 적어도 부산기념물 제22호이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4호인 오륙도는 꼭 한 번 구경하고 가라는 의미였다. 무엇보다 해녀들이 즉석에서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로 진짜 부산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 오륙도라는 이름의 유래는 방패섬과 솔섬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섬은 아랫부분이 거의 붙어 있어 썰물일 때는 우삭도라는 1개의 섬으로 보이고 밀물 때는 2개의 섬으로 보인다. 조수의 차이에 따라 섬이 5개 또는 6개로 보인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륙도에 도착해 멀리 등대가 있는 섬을 바라보니 2개의 섬이 교차돼 보인다. 배를 타고 들어가서 봐야 제대로 된 오륙도를 볼 수 있다는 섬마을 주민들의 말에, 선착장에서 왕복 1만원에 배편을 구입해 탑승했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오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진다. 낚시 마니아들은 각각 자신이 원하는 섬에 하차해 바다낚시를 즐기기도 하고 등대에 머물며 잠시 주위를 관망한 뒤 다음에 들어오는 배를 타고 되돌아 나올 수 있다. 빠듯한 시간 탓에 등대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는 없었지만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오륙도의 현재를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대신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고, 바다에서 물질하던 해녀들이 속속 뭍으로 나와 한바탕 ‘장’을 벌렸다. 부산의 살아있는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자, 여기서 부산의 대미를 장식하자. 친구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하여 건배!”


Tip. 해녀마을 선착장
오륙도에 배가 도착하면 ‘해녀마을 선착장’에는 해녀들이 갓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한다. 해삼, 멍게, 소라, 성게알, 문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줄지어 늘어선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해녀복을 벗을 새도 없이 즉석에서 조리하기 바쁘다. 수십 년간 물질을 해온 해녀 할머니들과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면 단돈 1만 원에 푸짐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위치 :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 936-941
문의 : 051-607-4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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