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와의 전쟁

“이래도 햄버거 먹을래?”

대한민국도 어느새 ‘비만의 제국’ 출입문에 서있다

지역내일 2013-05-06

어느 새인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고 있다. 집 안에도 온통 피자집과 치킨 집 전화번호만 가득하고 집밖을 나서도 온갖 패스트푸드에 둘러싸여 있다. 그저 손만 뻗고 고개만 돌려도 어디서다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패스트푸드점이다. 패스트푸드는 고칼로리, 저영양가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오죽하면 미국에서조차 ‘정크 푸드(쓰레기 음식)’라고 하겠는가.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정크 푸드’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무방비로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패스트푸드, 지방은 늘고 간 기능도 급격히 악화
패스트푸드,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햄버거이다. 2004년도에 화제 속에 개봉된 영화가 있었다.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라는 작품이다. 감독은 모건 스펄록으로 영화로 무언가 사회에 메시지를 전할 방법을 찾던 중 떠올린 아이디어가 영화로 연결된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한 달 동안 패스트푸드의 가장 대표적인 햄버거, 그것도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맥도널드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한 달 동안 맥도널드에서 파는 메뉴만으로 살아가기였다. 물론, 맥도널드의 협찬을 받거나 할인 쿠폰을 얻진 못하고 자신의 돈으로 다 사먹었다.
실험을 하기 전 모건 감독은 햄과 돼지고기, 베이컨 등을 즐기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당시 사귀던 채식주의자 알렉스를 만나 입맛이 어느 정도 바뀌긴 했지만, ‘비건’이라 불리는 채식주의자도 아니었고 육식을 금기시 하는 ‘유별난’ 사람도 아니었다. 실험에 들어가기 전 신체검사에서 그는 84킬로그램의 건강한 체구를 지녔으며 몸속 콜레스테롤도 정상이고 간수치를 비롯한 혈압 등 대부분의 신체지수가 정상이었다.
하지만 실험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자 속이 메스껍고 즐기지 않던 것을 갑자기, 그것도 별다른 예고도 없이 한꺼번에 먹게 되니 당연히 부작용이 찾아와 3일째 됐을 때는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험 때문에 할 수 없이 계속 먹자 차츰 안정이 됐고 오히려 며칠이 지나자 토하기까지 했던 햄버거가 당기기 시작했다. 묘한 중독성이 있었던 때문이다.
게다가 실험시작 전 정했던 원칙대로 점원이 권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레귤러 사이즈의 빅맥 세트와 함께 간혹 ‘슈퍼 사이즈’를 먹었다. 맥도널드의 ‘슈퍼 사이즈’는 거의 30센티미터에 이르는 팩에 들어있는 프렌치프라이와 42온스의 콜라를 먹었다. 42온스는 1리터가 훨씬 넘는 양이다. 물론, 2004년 이후에는 패스트푸드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현재는 대다수의 미국 내 맥도널드 지점에서 ‘슈퍼 사이즈’는 팔고 있지 않다. 하지만, 현재 매장 내에서는 리필이 가능하니 굳이 ‘슈퍼 사이즈’를 팔 이유가 없고, 테이크아웃을 하는 고객에게는 슈퍼 사이즈와 비견할만한 ‘엑스트라 라지’를 팔고 있다. 물론 한국 내에서는 지금도, 예전에도 팔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해 보라, 어떻게 앉은 자리에서 1리터가 훨씬 넘는 콜라를 마실 수 있겠는가. 

한 달 동안 3킬로그램짜리 설탕 4개 반 섭취
아무튼 모건은 한 달이 지난 후 시작 당시 84킬로그램이었던 몸무게는 95킬로그램에 다다랐고 그동안 섭취한 탄수화물 칼로리는 실험시작 전보다 180퍼센트 늘어 거의 두 배가 됐으며, 지방 역시 두 배 가까이 섭취했다. 또 당분은 한 달 동안 13.5킬로그램을 먹었으니 대형마트에서 파는 3킬로그램짜리 설탕 4개 반을 먹은 셈이다. 불과 한 달 동안 말이다. 그리고 지방은 하루 80그램 이상 먹지 않는 것이 좋은데 평균 184그램을 먹어 필요한 양의 3배 이상을 먹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시작할 때 165였는데 65가 올라 230이 되었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도 심각할 정도로 상승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간 기능 수치를 나타내는 SGOT는 21에서 130으로, SGPT는 20에서 290으로 급상승했다. 이러한 수치는 당장 입원해 안정을 취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수치이다. 더구나 요산과다로 통풍과 신장결석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졌다. 의사들은 근육이 빠지고 몸속 지방이 늘어난 이유는 이미 예상했던 터라 별반 놀라지 않았으나 간이 급격히 나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패스트푸드의 무차별한 광고노출에 가장 취약한 어린이와 청소년
이런 실험을 촬영한 영화 ‘슈퍼 사이즈 미’가 개봉된 이후 국내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있었다. 환경연대 상임활동가 윤광용씨가 하루 세 끼를 패스트푸드로 해결하는 실험을 시작했던 것이다. 모건 감독과 마찬가지로 세 끼 모두를 햄버거 세트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간식으로 샐러드나 닭튀김을 먹고 물도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것으로 사서 먹었다. 패스트푸드로 세 끼 식사를 하기 시작하고, 이틀째부터 구토증세가 나타났으며 이런 증세는 일주일 정도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그 역시 모건 감독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서른 한 살의 청년이었다.
열흘이 지났을 무렵 몸무게는 1킬로그램 늘어 큰 차이는 없었지만 지방이 3.5킬로그램이 늘어 나머지 2킬로그램의 근육이 지방으로 전환되었다. 그나마 윤 씨는 하루 1만보를 걸어 운동량은 하루 3,000보 가량 걸었던 모건 감독보다 훨씬 많은 편이었다. 간수치도 시작할 당시 23에서 모건 감독과 비슷하게 늘어 24일째 되는 날 100을 넘어 의사의 강력한 권유와 경고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몸무게는 하루 1만보를 걸어 운동량이 일반인보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77킬로그램에서 80.6킬로그램으로 불과(?) 3.6킬로그램 찌는데 그쳤지만 지방이 5킬로그램 늘었다. 그만큼 근육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런 몸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콜라에 중독증상이 나타나면서 평소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콜라는 더 당기기 시작했고 혼자 먹어야 한다는 점 때문인지 우울증 증세가 나타났으며 평소 낙천적인 성격이었는데도 짜증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모건도 느꼈던 점이다. 또한 윤 씨는 패스트푸드를 먹기 시작하면서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평소 한 번에서 세 번 가량으로 늘었다. 패스트푸드를 먹는 동안 쾌변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들의 이런 ‘무모한’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패스트푸드의 가장 큰 고객인 우리 아이들이 비만의 제국으로 가는 입구에 서있게 된 것이다. 리포터가 기사를 위해 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날도 근처 중학교 네 명의 남학생이 유명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라지 세트메뉴 를 주문했다. 500원만 추가하면 ‘라지 세트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패스트푸드점 점원의 친절한 설명에 당연히 한참 먹을 나이인 그들은 망설임 없이 라지 세트를 선택했다. 레귤러 콜라보다 큰 라지 콜라와 네 개의 라지 감자튀김을 펼쳐 놓으니 산처럼 쌓인다. 그리고 지방이 잔뜩 든 햄버거가 그들 앞에 하나씩 놓였다.
라지 세트이니 각설탕 10개가 넘는 당분을 머금은 콜라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맛이 똑같은 냉동 감자튀김, 그리고 지방 가득한 햄버거. 맥도널드의 대표적인 메뉴인 빅맥 세트는 1,056칼로리, 성인남자의 하루 권장 칼로리가 2,500칼로리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적당한 칼로리는 아니다. 게다가 청소년들이 즐겨먹는 라지 세트라면 최소 150칼로리가 더 많다.
물론, 이런 걸 매일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하루 한 끼 가량은 어떠한 형태이든 인스턴트라면이나 패스트푸드로 해결한다. 한참 클 나이인데다 체력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고칼로리, 저영양 식품인 ‘정크 푸드’로 한 끼를 때우니 잃어버린 영양분은 어디에서 찾겠는가. 지난 해 실시한 학생건강체력평가(PAPS)에서 정상체력에 미달하는 4~5등급이 고교생의 경우 20퍼센트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책임을 패스트푸드로 돌리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결코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잠든 부엌을 깨워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귀찮다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건강을 내팽겨 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참고도서
『먹지 마 똥이야』(모건 스펄록 지음, 친구미디어 출간), 『패스트푸드의 제국』(에릭 슐로서 지음, 에코리브로 출간), 『음식혁명』(존 로빈스 지음, 시공사)


장시중 리포터 hahaha12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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