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블로거>는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며,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착한 블로거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블로거는 블로그(Blog) 운영자로 요리, 맛집, 여행, 육아, 교육,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작은 미디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부터 전문분야까지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역을 굳혀가고 있는 블로거를 소개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블로거, 야생화 블로거 김명수 교장
“산과 들에 핀 꽃, 아이들 감성교육에 좋아요”
요즘 산과 들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흐트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그들은 길고 긴 기다림 속에서 피어나 생명력이 강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지녔습니다. 그런 야생화에 매료돼 거친 산행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때론 바람 부는 비탈길에 엎드려 오랜 시간 발길을 떼지 못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 <세상을 바꾸는 블로거>에서는 야생화 사랑에 푹 빠진 야생화 블로거 김명수씨를 소개합니다. 그는 산과 들을 다니며, 다소곳하고 아기자기한 야생화의 감성을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산들꽃 한마당, 산마니 ‘김명수’
야생화 블로거 김명수(60세)씨는 블로그 ‘산들꽃 한마당’의 주인장이다. 그는 현재 가좌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이다. 2002년 동료 교사들과 등산모임 ‘산마니’를 만들면서 ‘야생화’와 연을 맺었다. 한 달에 한번은 꼭 산에 오르기 때문에 계절마다 야생화 사진을 담아 왔다. 그렇게 10여년의 시간이 흘러 900여종이 넘는 야생화 사진을 가지고 있다.
“원래 꽃을 좋아했어요. 산행을 할 때마다 바위 틈새나 나무 사이에서 얼굴을 쏘옥 내민 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어요. 바닥에 엎드려서라도 사진기 셔터를 눌러야 했죠. 다들 야생화(野生花, wildflower)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산들꽃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는 늘 산에서 좋은 기운을 받는다고 한다. 그 좋은 기운은 훌륭한 교육 자산이 됐다.
“아름다운 산들꽃을 혼자만 보는 게 아쉬웠어요. 오랫동안 두고 교육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블로그를 생각해냈죠.”
오랜 시간 외장 하드에 쌓여 있던 꽃들은 그의 블로그에서 다시 피어났다. 현재 그의 블로그엔 1,950여송이의 야생화가 생생하게 피어 있다.
사계절의 야생화 담아
그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건 2009년 4월, 호수초등학교 교감 시절이다. 그는 전국 각지의 희귀한 야생화를 직접 찍어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계절별, 서식지별로 꼼꼼히 기록했다. 꽃의 이름과 자생지, 개화 시기와 특징들도 간략하게 정리했다. ‘식물도감 못지않다.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게 산들꽃의 매력이죠. 산들꽃은 그 이름도 참 순박하고, 재미나답니다. 알록제비꽃, 나도개감채, 원추리, 금붓꽃, 비로용담, 솔나리 등 너무 귀엽죠.” 우리산별 산들꽃방은 곰배령 점봉산 등 24개 산에서 만난 야생화가 있고, 지역별 산들꽃방은 가좌초등학교 텃밭을 비롯한 13개 지역에서 피는 야생화가 있다. 종류가 많은 연꽃이나 장미꽃은 따로 묶어 ‘주제별 산들꽃’에 담았다. 이외 몽골을 비롯한 4개국을 트레킹하면서 만난 다른 나라 야생화도 있다.
“5월 삼각산 우이령에서 만난 원추리는 특별한 추억이 있어요. 첫 개방을 할 때 아내와 함께 우리령을 넘어가면서 찍었거든요. 4월 북한산에서 만난 나도개감채는 아주 귀한 꽃이에요. 일주일만 피었다 지기 때문에 본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죠.”
그는 산행을 다녀오면 바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편이다. 늦어도 다음날 아침까지는 꼭 완료한다. “학교에 다니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요. 산행을 다녀와서 바로 올리지 않으면 이후에도 시간이 잘 나지 않거든요.”
또, 야생화의 이름 찾기와 설명을 다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꽃 이름을 알지 못해 밤을 센 적도 많다. 때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야생화 동호회에 가입해 물어보기도 했다.
“몇 년을 궁리해도 이름을 찾지 못한 꽃이 있어요. 요즘도 시간 날 때마다 그 꽃의 이름을 찾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잘못된 꽃 이름을 고쳤거든요.”
감성 키우는 교육자산
그는 블로그를 활용한 ‘산들꽃 조회’로 유명하다. 교감시절부터 지난 6년 동안 쭉 해왔다.
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마다 PPT 자료를 직접 만들고, 좋은 음악과 함께 갓 피어난 야생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이름 맞히기 게임도 곁들인다.
“현재 6학년 학생들은 4년째 듣고 있어서 산들꽃 박사가 됐어요. 산들꽃 이름은 생김새를 본 따 만든 게 많아서 주의 깊게 들으면 쉽게 잊혀 지지 않아요. 학생들이 들꽃을 보며 감성을 키우고, 그 즐거움을 글로 남겨 주면 정말 흐뭇합니다.”
또, 교과 중에 꽃에 관한 수업이 있을 때도 유용하게 활용한다. 학교의 특색사업인 ‘우리들꽃 한당’자료실로도 사용하고 있다.
“수많은 꽃들과 자세한 설명에 선생님들이 놀라세요. 산에서 얻은 풍부한 교육자산이지요.”
교내 야생화 그리기 대회에서도 그의 블로그는 인기 만점이다. 학교 텃밭에 있는 생생한 꽃도 좋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꽃을 블로그에서 찾아 그리는 학생도 많기 때문이다.
“산들꽃이 시기적으로 한정돼 있고, 관심이 있는 교사들 반 학생들만 활용해 아쉬워요. 많은 학생들이 산들꽃을 보고, 감성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언제든지 배움을 목적으로 하면 댓글을 달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감과 행복을 부르는 블로그
그에겐 블로그는 또 다른 명함이자, 자산이다. 산과 꽃을 좋아해 시작했지만, 많은 이들이 찾아주니 고맙고, 감사하다. 그래서 ‘공감과 행복을 부르는 블로그’라 부른다.
“부천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8월 덕유산의 솔나리를 보고, 외계인이 타고 온 비행접시가 착륙하는 것 같다고 했어요. 정말 기발하고 창의적인 댓글에 웃음이 났지요.”
한번은 갓 피어난 야생화 사진을 교직원에게 보내주고, 귀한 선물을 받기도 했다.
“3년 전에 한 교직원이 들꽃에 대한 답례로 시를 한편 보내왔어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님의 ‘풀꽃’이었어요. 정말 감동했죠.”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외장 하드가 못 쓰게 된 사건이다. 하마터면 지금의 야생화를 다시는 못 볼 뻔 했다. “7년 동안 사진들을 외장하드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외장하드 전체가 날라 가는 소동이 생겼어요. 마침 블로그에 꽃들을 옮기고 있던 때라 85% 정도는 건졌죠.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아마 한 장의 사진도 남아있지 않았을 거예요.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그의 바람은 딱 한가지다. 블로그를 좀 더 창의적으로 꾸며, 많은 이들과 공감하고 싶다. 그리고 매월 매주 산행을 하면서 ‘산들꽃 한마당’ 도록도 낼 계획이다.
“퇴임하는 2017년에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로 갈까 합니다. 퇴임이후에 더 열정적으로 산과 꽃의 기운을 받고 싶습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k@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