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여고 동아리 의초

해부실험 통해 내일의 꿈을 꾸는 예비의학자

지역내일 2013-06-07 (수정 2013-06-07 오전 11:48:55)


 




 ‘열 가지 병을 고치는 약초’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의초(醫草)는 강원지역 유일의 해부실험 동아리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여고생들이 동물을 해부하는 풍경은 아무래도 낯설어 보이는 게 사실. 하지만 능숙한 손놀림으로 실험을 진행하며 진지한 눈빛들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은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 전진하는 당당함, 그 자체였다.




꿈의 설계와 실현을 위한 소중한 활동




1992년 제1기를 시작으로 올해 22기 신입회원을 모집한 의초. 기장들에게 전해지는 자료에는 1975년부터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질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신입회원 모집 때마다 항상 경쟁이 심했던 동아리로, 춘천여고를 대표한다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다양한 동물해부 실험은 물론 영상학습, 과학 관련 영화 시청, 과학관 견학 등을 통해 과학 분야의 지식을 키워나가고 이들은, 동아리 특성상 장래희망이나 관심분야는 확실하다. “수의사, 법의학자나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이 주로 지원합니다. 실제로 수의대나 약대로 진학한 선배 언니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지요.” 기장을 맡고 있는 박하은(2학년) 학생은 최근의 입시제도가 전공과 관련한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만큼 자신들의 활동이 입시준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도 있기에 저마다 열심히 하는 밑바탕이 된다고 덧붙였다.




 




 생명의 소중함을 마음에 되새기며




이렇듯 적극성과 관심도가 특별한 학생들의 모임인 만큼 그동안 해부실험 과정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생명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몸소 체험하고 느끼는 순간을 맞게 되면, 더 충분한 양의 사진 자료를 남기기 위해 애쓰고 꼼꼼하게 기록도 하느라 마음이 급해지기도 한다. 해부실험 중 궁금한 부분은 바로 바로 질문도 하면서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이 동아리 활동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최근 과학교과 내에서 해부실험이 실제 진행되는 기회는 적다보니, 영재교육원 등에서 해부실험을 미리 해본 학생이 한두 명 있을 뿐 거의 대부분은 동아리 활동을 접하며 처음 해부를 경험한다고 한다. 책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입체적으로 동물의 장기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집중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훗날 대학진학이나 직업을 통해서 체득할 수 있는 과정을 고등학교 때 미리 맛볼 수 있는 기회임을 잘 알기에 동아리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감과 자부심은 대단했다.




자신들의 단순한 호기심을 위해 귀중한 동물들의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실험에서는 모두들 최대한 많은 지식을 얻어 갈 수 있도록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안타까운 생명을 놓고 실험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생명윤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 과학 선생님께서 전해주신 생명윤리 관련 영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학생들 스스로 기획에서 운영까지




올해 들어 의초 멤버들은 토끼와 개구리 해부를 진행했고, 현재 개구리 표본을 준비 중에 있다. 얼마 전에는 강원대학교 동물생리학 전공 교수님을 찾아뵙고 조언도 들었으며,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의 해부실험을 참관하는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동아리의 모든 멤버에게 의초는 자신들의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시간이다. 인터넷에서 해부 동물을 구매하는 것도, 관련 전문가들을 섭외하고 찾아가 강의를 듣는 것도, 해부를 진행하고 공부를 하는 것도 모든 주체는 학생들이다.




“앞 기수 선배 언니들에게 배운 걸 토대로 1학년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직접 해보니 언니들에게 질문도 될수록 많이 하고, 그때그때 사전 지식도 확실히 넓혀둬야 후배들에게 잘 전해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부기장 이하민(2학년) 학생의 말처럼 의초의 활동은 역시나 해부가 끝이 아니었다. 사전조사에서부터 마지막 결과보고서까지, 그리고 후배들에게 그간 쌓아둔 지식을 전해주는 일까지의 과정들이 모여 진정한 배움의 의미까지 습득하는 것이었다.




 




 사회의 다양한 병을 고치는 약초로 성장하길




의초를 담당하는 최선혜 교사는 아이들의 탐구열의가 대견할 따름이다. “주제선정, 탐구과정, 실행계획 모두를 스스로들 세워요. 더구나 자발적이고 적극적이기까지 하죠. 정규수업이 많아서 시간도 많지 않을 텐데 틈틈이 짬을 내거나 방과 후 늦은 시간까지 활용하는 걸 보면 정말 각자가 좋아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어요.” 최 교사는 앞으로도 아이들이 진로선택에 밑거름이 되는 시간들을 소중하게 채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토요일, 방학도 마다하지 않고, 운동회 날 학교행사가 끝난 뒤에도 모여 실험을 했다는 이들. 꿈을 위해 스스로 찾아서 도전하는, 자유롭고 적극적인 여고생들의 빛나는 눈동자가 새삼 인상 깊은 만남이었다. 소중한 배움인 만큼 늘 되새기게 되는 동물들의 생명에 대한 마음가짐 역시 그들의 미래에 큰 영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교실 혹은 책에 갇힌 공부가 아닌, 꿈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을 보여주고 있는 그들이 의초라는 이름 그대로 사회의 다양한 병을 고치는 약초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box] 동아리 학생현황




3학년_ 강민영 손제영 홍예은 진효주 최다빈 이인선 홍민지




2학년_ 박정인 이은표 김채희 박하은 정수원 하형주 문소연 이하민




1학년_ 박상경 김민지 전다은 유혜리 한수진 염희정 김나윤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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