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미의 한 유력 인사가 관내 학교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구미지역의 학력저하를 문제 삼은 적이 있다고 한다. 특히 구미지역 아이들의 명문대 진학이 저조하다며 각 학교의 분발을 촉구했다는 것을 보면 상황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학생들의 학력은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의 힘이 된지 오래다. 공교육 선생님들은 수업 외의 업무과다 등으로 인해 연구시간이 절대 부족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수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왔다. 급기야 정부는 이런 학교현장의 선생님들의 경쟁력을 보완하고 사교육을 잡기 위해서 EBS 방송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사교육의 존재감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상과 현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교육 없는 세상은 너무나 좋고 어쩌면 모두가 바라는 세상일 것이다. 그러나, 제도화된 교육만 ‘선’ 그렇지 않은 것은 ‘악’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거스러는 행위이다. 즉, 자신들보다는 그들의 아이들이 좀 더 잘 잘되기를 바라는 희망과 다른 아이보다는 우리아이들 좀 더 잘 키우고 싶은 욕망이 있는 한 사교육은 절대 없어 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공교육가치를 세우고자 목표를 삼는다면 교육의 질적 강화를 통하여 사교육보다 나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육의 목적은 단순한 지식전달뿐만 아니라 ‘인성’이라고 하는 사람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덕목을 가르치는 데도 있기 때문에 오로지 지식전달만을 추구하는 사교육을 이기기 힘든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교육과 사교육이 대결하는 것 보다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여 가면서 적절한 공존의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
구미교육의 현실을 다시 한번 보자, 구미의 일부 고등학교는 사교육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일부는 허용을 하고 있다. 학교의 경쟁력을 단순히 대학진학률로 따지는 현실의 잣대를 들이 댄다면, 그동안 구미의 대학진학을 선도해왔으나, 사교육을 허용하지 않은 채, 그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특수 목적고의 부진이 가장 눈에 뛴다.
물론 한때는 필자도 한해 10명이 넘는 학생들을 특수 목적고에 진학시키고 “봤지? 이 정도야”라며 이를 으스댄 적이 있었다. 학원의 홍보를 위해서는 지역의 특수고등학교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는 것이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길러내고 또한 입학이후에도 전교에서 1등까지 했던 학생의 자퇴사건을 목격한 후, 필자의 생각은 바뀌었다.
즉, 영어실력에 있어서 합격을 하고도 남을 정도로 만들어 주고 난 후에 진학여부를 학생스스로 선택하게 만든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저 가면 좋다는 식이 아니라, 그 아이가 그곳에 가서 얼마나 행복할 것이며 또한 얼마나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에 고민을 먼저 하도록 한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장점과 함께 사교육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을 꼼꼼하게 안내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은 매년 5명 정도만이 자신들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서 구미지역 모 특수 목적고에 진학을 하고 있으며, 그 외의 학생들은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반고를 택한다.
우리는 이 학교의 최근 대학입시 경쟁력이 하락의 길을 걷고 있는 원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오로지 서울대에 한명이라도 더 보내겠다는 학교의 일념은 학생들에게 서울대 영어인증시험인 텝스에 대한 과다한 집중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수능공부에 대한 상대적 소홀함과 시간부족으로 인한 수학실력의 저하로 연결된다.
그러나, 텝스는 국,영, 수에서 수능1등급을 받아서 서울대를 가시권에 둔 아이들만 공부하면 된다. 항상 수능이 먼저고 텝스는 나중이다. 아이들이 독학으로 무엇이든 깨우친다는 것은 모든 아이가 천재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위험한 것이며. 학교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절대적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교육마저 허용하지 않는다면 학습에 목마른 학생들은 돌파구가 찾을 수 없게 된다. 많은 부모들과 학생들이 이 같은 상황에 관하여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사교육 불허의 취지는 잘 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학교의 바람과는 달리, 최근 입시에서의 경쟁력 하락으로 나타나고, 재수생들도 대거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고등학교때 사교육불허로 절약된 돈은 재수비용을 유발하거나, 또는 다소 부족한 성적으로 가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싼 대학을 갈 수밖에 없고, 장학금을 놓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부모와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경제적 손실로 연결된다는 것을 뜻한다.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타 지역의 학교들, 예를 들어 매년 탁월한 입시결과를 자랑하는 수도권의 많은 특수 목적 고등학교들이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사교육을 허용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측면도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부터라도 과도한 사교육이 아닌 적절한 수준의 사교육은 학생과 부모의 선택으로 맡겨 ‘맹목적 금지형’이 아닌‘선택적 관리형’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끝으로, 공교육 선생님들과 필자는 공통적으로 우리가 길러낸 우리의 아이들의 미래가 밝아지길 고대하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 필자는 모든 선생님들이 사적인 목표를 우선 시하기 보다 아이들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다면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에 대한 ‘솔로몬의 지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글 구미 이형규어학원 이형규 원장
사진 전득렬 팀장 sakg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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