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 거리 이주민센터 3층. 중국동포 노인회 어르신들이 이곳을 찾았다. 어르신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아직 어린이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의 학생들. 학생들은 행사장을 찾은 어르신들을 자리로 안내 한 후 떡과 과일 음료가 담긴 접시를 내어 놓는다.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자리가 거의 다 채워지자 본격적인 경로잔치가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평촌 표현어학원에서 온 중학생들입니다. 부족하지만 저희들이 준비한 음식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시간 갖길 바랍니다”라는 앳된 목소리에 어르신들의 얼굴엔 마치 손주를 만난 듯한 환한 웃음이 번졌다.
학생들이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고른 전통가요 반주에 따라 춤을 추고, ‘돌아와요 부산항’ 노래가 애절한 클라리넷 소리로 울려 퍼지자 어르신들은 떠나온 중국 땅을 그리워하는 듯 눈가가 촉촉해 진다. 다음은 흥겨운 민요시간. 국립국악학교 학생들의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에 어르신들의 추임새가 흥을 더하더니 진도아리랑 노래 소리에 무대 앞으로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신다. 학생들이 준비한 경로잔치였지만 중국동포 어르신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피우기에 충분했다.
경로잔치에 참석한 심복옥 할머니는 “공부하느라 바쁜데 이런 걸 준비한 학생들이 기특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중국동포회 박동규 회장은 “우리는 이 어린아이들에게 ''마음을 다해 베푸는 정성''을 베워야 한다”며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로잔치는 평촌 표현어학원 학생 20여명이 봉사단을 구성해 준비한 행사였다.
지난 3월 꾸려진 이 봉사단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다문화가정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그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경로잔치는 하나에서 열까지 아이들의 손으로 준비됐다. 이이들은 스스로 잔치 준비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활동부터 진행했다.
봉사단은 기금마련을 위해 학원과 학부모님의 사업장에 모금함을 설치해 자발적인 기부금을 받았고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빵과 피자, 계란을 팔아서 필요한 기금 50여만원을 모은 것이다.
안양 대안여자중학교 정다미 학생은 “오늘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즐거워하시고 힘찬 박수를 쳐 주시니 힘든 기억은 싹 사라지고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소감을 말했다.
김이 슬슬 피어오르는 팥시루떡과 찹쌀떡, 과일, 음료수 등 행사에 필요한 물품들도 부모의 도움없이 학생들이 직접 구입했고 상차림과 행사장 안내, 장기자랑 준비까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진행했다.
이날 봉사활동은 어른들에게만 도움이 된 행사는 아니었다. 학생들은 행사를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하면더 더 큰 것을 배웠다고 입을 모은다.
정다미 학생은 “제 꿈은 ‘개인자산관리사’다. 이번에 행사를 준비하면서 예산을 세우는 경제경영팀에서 준비했는데 돈의 흐름과 어떻게 하면 절약할 수 있는지 알게 돼 아주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평촌 표현어학원은 봉사활동을 학생들의 ''꿈''과 연계해 지도하는 학원으로 유명하다. 미러클래스를 통해 이런 비전을 실현하고 있는 김효정 대표는 “아이들은 스스로 준비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어른들은 단지 아이들이 잘 하는지 지켜보고 격려해 주는 일만 하면 된다”며 “작은 일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하나씩 자신의 손으로 직접 경험하면 실패를 해도 배울 수 있고 책에서 가르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평촌 표현어학원 학원생들은 해마다 이주민센터와 함께 봉사활동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으며 26일 이주민 올림픽에서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고사리 손으로 정성을 다해 준비한 ‘경로잔치’. 아름은 같지만 다른 ''경로잔치''에서는 볼 수 없는 감동과 진심이 가득하다. 행사장을 떠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아이들의 등을 다독이며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격려하고 아이들도 할머니 손을 잡으며 “다시만나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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