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든다.’ 볼테르의 명언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그 반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질문을 하고 생각을 하고 공감을 하고 소통을 하며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독서의 중요성을 날로 강조되면서 오히려 아이들은 책의 가치와 멀어지는 독서를 하고 있다. 많은 책을 읽히기 위한 부모들의 욕심이 아이들에게 반쪽짜리 독서를 하게 만든 것이다. 몇 권의 책을 읽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책을 읽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아기에 책과 어울려 논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있다.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언니, 누나들이 책과 놀아준다고 한다. 그 즐거운 현장을 찾아가봤다.
책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매주 토요일 10시 30분. 퇴계 주공6차 아파트 단지에 자리 잡은 ‘앞짱도서관’은 즐거운 책 놀이가 시작된다. 책 놀이 강사는 ‘춘천여중’ 봉사동아리 ‘어울림’. 10명의 회원들이 팀을 나눠 매주 책 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책 놀이 진행자는 주희와 정은이 수진이. 세 명의 학생들은 사전에 회의를 통해 책과 놀이를 준비했다. “요즘 꽃이 많이 피었잖아요. 그래서 아이들과 색종이로 꽃밭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인터넷에서 색종이로 꽃 접기를 찾아 연습하고, 그에 어울리는 책을 선정했어요.”
이렇게 선정된 책은 ‘화분을 키워주세요’. 주희(16) 양이 먼저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경험과 느낌을 묻고 듣는다. 전문 강사도 아닌 중학생 입장에서 어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 “왔다 갔다 하고 말 안들을 때는 당황스러워요. 그래서 자꾸 눈을 맞추게 되고 더 쉽게 재미있게 해주려고 노력해요. 인내심도 생기는 것 같아요.”
책 읽기가 끝나자 동아리 회원들은 직접 준비해온 색종이와 색지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예쁜 자기만의 꽃밭을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한다. 언니 누나들과 함께 책과 함께 노는 시간. 여섯 살 강민이는 “누나들 또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자랑스레 종이접기 작품을 내밀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부모들에게도 학생들의 활동은 인상적이다. 심영주(38)씨는 “부모나 선생님이 아닌 언니, 누나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아이들에게 또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책에 다가가는 문을 열어주고 싶다.
동아리 회원 대부분이 학교 복지실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 동아리 회원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는 단순히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어색하더라고요. 다행히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어요.”
오히려 자원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게 됐다는 학생들은 무엇보다 그림책을 다시 읽게 되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했다. ‘책과 함께 어울리고 아이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뜻의 ‘어울림’이라는 동아리 이름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예전에 읽을 때는 몰랐던 부분을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림이나 표현들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거든요.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책에 다가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지속적인 자원봉사 활동에는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상황 속에,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책과 아이들과 함께 할 ‘어울림’ 회원들은 “바깥 나들이가 많아져서인지 주말에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줄어들어 섭섭하다”며 좀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바람을 밝혔다.
책 놀이 자원봉사는 ‘앞짱도서관’(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춘천여중) 외에도 ‘스무숲도서관’(목요일 오후 5시, 유봉여중) ‘뒤뜨루도서관’(월요일 4시, 봉희여중) ‘로뎀도서관’(수요일 오후 4시, 남춘천여중)에서 진행하고 있다.
문의 033-253-1592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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