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평생학습 ‘그린나래’ 현장을 찾아서
인생 100세 시대, 경로당의 변신 … 어르신들 웃음꽃이 활짝~
지난주 수요일 오후, 갈산동 대우 한양 아파트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분부터 자원봉사 시간을 챙기는 분까지 각양각색. 하지만 한마음으로 은근히 기다리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안양시의 ‘그린나래’교육이다.
그린나래는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라는 뜻의 우리말로 어르신들을 위한 안양시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다. 경로당을 다양한 여가생활과 평생학습의 장으로 만들고자 평생학습원에서 준비한 과정이다. 지난 4월부터 노년생활을 주제로 안양시 노인통합교육지도사가 관내 경로당을 방문해 매회 2시간씩 총 4회 진행되고 있다.
맞춤 강의는 물론 노래 부르기와 건강 체조 호응 높아
오후 2시.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모이시는 시간, 난데없는 장구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린나래 프로그램의 시작 사인이다. 강사들의 인사도 남다르다. 밝은 웃음과 함께 몇몇 어르신들께는 스스럼없이 “엄마, 엄마” 하면서 포옹과 안마도 이어진다. 미소가 번진다. ‘화목한 삶’에 대한 강의가 준비되어 있지만 딱딱한 강의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인기가 좋은 건강박수와 장구 소리에 맞춘 노래 부르기가 먼저이다.
“노래를 배우는 시간이 가장 좋다”는 이병희(80살) 어르신의 자랑처럼 어느새 경로당에는 ‘오동동 타령’이 울려 퍼진다. 건강박수도 호응이 높다. 장구 장단에 맞추어 손뼉 치기부터 시작해서 온몸 두드리기와 몸 흔들기까지 이어진다. 혼자 했으면 한두 번 하고 말았을 건강체조도 함께 하니 끝까지 따라 하신다. 혈액순환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려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되는 순간이다.
이어지는 강의도 어렵지 않다. 사례 위주의 공감 가는 내용이라 이내 “우리 딸은 안 그래”, “내 손자는 그래도 잘해” 등 본인들의 이야기를 꺼내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대우 한양 아파트 경로당 김종화(81살) 회장은 그린나래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강의만 길면 지루해서 졸리기 쉽다. 하지만 그린나래 프로그램은 강의 중간마다 게임도 하고 체조도 하는 등 눈높이에 맞게 진행해서 유익하다”고 꼽았다.
보이스 피싱, 고부 갈등 해결책 등 유익한 정보 많아
프로그램은 단순히 어르신들의 즐거움을 찾는데 그치지 않는다. 안양시 평생교육과 오기환 과장은 “그린나래 프로그램은 노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시행하는 노인 생활 인식 개선교육이다”며 “노후교육의 사각 지역이 되기 쉬운 경로당을 방문해 노년 생활과 건강과 삶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노인통합교육지도사 3명의 역할극을 통해 고부갈등의 해법과 보이스 피싱 등 새로운 정보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 유용하다.
“가르쳐 준 대로 했더니 며느리가 좋아하더라.” “이상한 전화는 무조건 끊어야 해.” 등 어르신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소망나무에 소망 써서 붙이기나 컵 쌓기 게임도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시간이다. 마지막 주 사전장례의향서에 대해 설명해 드릴 때는 관심이 뜨겁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미니 인터뷰 - 노인통합교육지도사 김학연, 양명숙, 임희정 씨
어르신들의 인생 2막을 도와 드리는 것에 보람 느껴
그린나래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사람은 노인통합교육지도사이다. 노인통합교육지도사는 안양시 평생학습원이 경로당 평생학습사업을 위해 선발한 맞춤형 노인교육 전문인력이다.
타 강의와는 달리 3인 1팀으로 구성된 것도 특징. 혹시 모를 돌발 상황 케어는 물론, 각각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고자 3인으로 구성했다.
수요일 갈산동 경로당을 방문한 3인방 중 주강사인 김학연 노인통합교육지도사는 뛰어난 장구 실력과 흥겨운 진행 솜씨로 분위기를 확 살려놓는 인기 만점의 지도사이다.
김 노인통합교육지도사는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전파하고 평생 학습을 통해 즐거운 노년을 보내는 방법을 전달해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의를 맡은 양명숙 노인통합교육지도사도 “어르신들을‘내 엄마다’라고 생각하면 더불어서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인식되면서 하나라도 더 도와 드리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막내 임희정 노인통합교육지도사는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직접 몸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꼽았다.
보람을 느낀 순간을 물었더니, 모두 “어르신들이 몰랐던 부분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때와 첫 수업에 화투패를 접으며 ‘왜 왔냐?’라며 시큰둥했던 분들이 마지막 수업 때 먼저 아쉬워 ‘좋았다. 또 오라’고 말씀하실 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노인통합교육지도사는 “앞으로도 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기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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