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을 듬뿍 넣은 자판기 커피가 시시때때로 당기고 아이들은 하루라도 청량음료를 먹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에게 사탕이나 ‘OO쭈’를 상으로 받는다. 다 설탕덩어리다. 비만을 비롯한 당뇨병과 각종 질병을 키우는 설탕(당분). 치아건강만이 아니라 온몸에 해악을 끼치는 설탕에 대해 이제는 제대로 알아야 할 때이다.
우리 생활에서 하루 동안 먹는 설탕의 양은 얼마나 될까. 설탕 2그램은 각설탕 하나, 4그램은 작은 티스푼 하나이다. 아침에 눈떠서 우아하게 커피 한 잔(다방 스타일은 커피 2스푼, 설탕 2스푼, 프림 2스푼), 많이 마시는 사람은 하루에 서너 잔은 기본이다. 더불어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침에 많이 마시는 요구르트, 점심을 먹고 나서 마시는 청량음료 하나나 또 음식점에서 서비스로 주는 자판기 커피 한 잔(심지어 계산대에 놓여있는 사탕 한두 개까지 먹는다), 저녁 회식에 술을 마시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입이 심심해서 콜라나 사이다 한두 잔, 세 끼 식사에 포함된 당분까지 최소 하루에 섭취하는 설탕의 양은 100그램 이상이다. 그러면 각설탕 50개, 작은 티스푼 25개 이상을 먹는 셈이다. 이 양을 설탕으로 먹는다고 생각해 보라. 아마도 대부분은 끔찍해서 먹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포장을 바꾼다면 이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
청량음료에 들어있는 설탕의 양은 각설탕 10개 이상
그나마 이건 성인의 경우이고 아이들의 생활에 적용해 보라. 아이들은 성인보다 청량음료를 더 좋아하고 많이 섭취하며 하루 중 한 번 정도는 햄버거나 피자를 먹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설탕 섭취는 훨씬 더 늘어난다. 청량음료 하나에 들어있는 설탕의 양은 대개 30그램 이상이며 건강에 좋다고 아이들에게 권장하는 요구르트도 20그램 이상이다. 요구르트는 유치원에서도 간식으로 나눠준다. 이런 음료 하나에만 들어있는 설탕의 양은 각설탕 10개 이상이다. 그나마 설탕이 적게 들어갔다고 하는 이온음료나 비타민 음료도 조금 적을 뿐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이 ‘잘했다고’ 상으로 주거나 심지어 병원에서까지 아이를 달래려고 주는 사탕이나 이에 달라붙어 치아건강에 치명적인 ‘OO쭈’ 같은 캐러멜은 그야말로 설탕덩어리이다. 심지어 병원에서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가도 이런 것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환심만 사면 그만이라는 건지, 아니면 자기 아이가 아니니 상관없다는 심보인지 알 수가 없다.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점이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설탕에 중독이 되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마약중독보다 더 고약한 것이 설탕중독이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은 법이라는 강제적인 방법으로라도 치료할 수 있지만 설탕중독은 스스로의 자제 외에는 딱 부러지는 방법이 없고 곧 비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이 ‘비만의 제국’으로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패스트푸드 같은 정크 푸드에 섞여 있는 설탕중독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영향 탓에 우리나라에도 널리 퍼져 있는 각종 기념일은 대부분 과자회사가 초콜릿과 사탕을 팔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만들었다. 생각해 보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알지도 못했던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는 어디가 가장 큰 혜택을 받는지, 그리고 느닷없이 생겨난 빼빼로 데이는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거기에 요즘 유행한다는 할로윈 데이에는 무엇을 하는지. 다 과자회사에서 만들었던가, 아니면 그날 행사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곳이다.
각종 기념일 마케팅으로 아이들의 건강 위협
이런 날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은 무차별적인 설탕의 공격에 노출된다. 이런 설탕의 공격은 성인들에게도 치명적인 문제지만 아이들에게는 더 해롭다. 아이들은 성장이 덜 되어서 설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설탕이 몸속에 들어가면 체내의 화학반응 구조가 훨씬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나쁜 성분에 반응하는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아 그 성분이 그대로 몸속에 저장되고 소화기 역시 다양한 음식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더 치명적이다. 그래서 알레르기나 천식 등의 질병이 생기기도 하고 ADHD나 공격성, 자신감 결여와 조울증 등 정서적인 질환도 나타날 수 있다. 또, 점진적인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도 대단히 높아진다. 실제로 제2형 당뇨병의 소아증가율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생산하는 인슐린이 아예 생산되지 않거나 거의 생산되지 않는 체질, 혹은 유전적인 만성질환으로 흔히 ‘소아당뇨’라고 부른다. 하지만 제2형 당뇨병은 대부분 후천적인 질병으로 인슐린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아 인체가 인슐린 효과에 저항하는 것이다. 이 질환은 고열량, 고지방, 고단백 등 식단의 서구화와 운동부족 등으로 생기며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운동, 인슐린 주사 등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생활습관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운데, 당뇨병 환자의 90퍼센트 이상이 제2형 당뇨병이다.
설탕중독은 바로 이러한 제2형 당뇨병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가 학교 운동장 구석이나 아이들이 보지 않는 곳에 숨어서 허벅지에 인슐린 주사를 맞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이런 제2형 당뇨병에 걸린 아이들이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심각할 정도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아이들이 증가세에 있다는 점이다.
‘소금 줄이기 캠페인’과 함께 ‘설탕 줄이기 캠페인’도 펼쳐야
이런 아이들의 식습관은 부모들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부모의 설탕섭취가 많으면 아이들의 설탕섭취도 당연히 많다. 더구나 지금 시대는 부모들이 자라던 시대보다 훨씬 더 설탕에 대한 유혹이 큰 시대가 아닌가. 눈만 돌리면 곳곳에 대형마트가 있고 그 안에는 온통 설탕으로 범벅된 음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아직 성숙되지 못한 판단력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그런 유혹들을 떨치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권력과 부를 돌같이 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설탕의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가장 상식적인 것이 치아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설탕은 뇌기능에도 영향을 끼쳐 치매를 가속화시킬 수 있으며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암을 키우고 간질까지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더구나 몸속의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노화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이외에도 설탕으로 인한 해악은 부지기수다.
사탕수수의 좋은 부분은 모두 제거되고 좋지 않은 부분만으로 정제된 악마의 기막힌 선물 설탕. 소금의 해악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 설탕의 해악은 거의 패악수준이다. 세계적으로 당뇨병은 거의 전염병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당뇨병의 증가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금의 지나친 섭취와 해악에 대해서는 많은 홍보로 예전보다 인식수준이 높아졌지만 설탕에 대해서는 아직 단순히 치아건강에만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오늘 식단에서 당분을 줄이고 아이들의 손에 청량음료와 사탕, 캐러멜을 쥐어주지 않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이다. 온통 정제당과 정제염으로 도배된 가공식품을 줄이고 신선한 채소로 아이들의 입맛을 바꿔야 아이들의 비만과 당뇨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도서 『설탕중독』(싸이프레스, 낸시 애플턴, G.N. 제이콥스 지음), 『설탕을 조심해』(아이세움, 박은호 글, 윤지회 그림), 설탕에 관한 기사 등
장시중 리포터 hahaha12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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