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한살림, ‘한요리’ 모임을 찾아서
“가족에게 건강과 정성이 담긴 요리 만들어 줄래요”
‘오늘은 무슨 반찬 해먹을까’ 많은 주부들이 고심하는 단골 테마다. 가정에서의 요리는 대개 혼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새로운 메뉴에 과감히 도전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럴 때 마음이 맞는 이들과 여럿이 함께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요리가 더 즐거워지고 새로운 자신감까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친환경적인 식재료를 이용해 건강 요리를 만드는 주부 요리 모임이 있어 그들을 만나러 파주 교하로 찾아가 보았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 친환경 식재료로 만드는 건강요리 모임
2년 전부터 모임을 갖기 시작한 파주 한살림의 ‘한요리’모임. 가족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먹을거리를 찾고자 ‘한살림’매장을 찾기 시작한 주부들이 친환경적인 식자재로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모여 시작됐다. 현재 파주 교하, 운정 지역에 한살림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주부 7명의 회원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연령대는 30~40대가 주를 이룬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들이 많아 요리정보는 물론 육아정보까지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주로 만드는 요리는 각종 반찬과 간식거리들이다. 리포터가 취재차 방문한 날은 ‘만능양념장’을 만들기로 한 날이었다. 각종 자연재료를 사용해 엄마표 양념장을 만드는 것이다. 교하동 한살림 모임방에는 주방과 각종 주방기구들이 마련돼 있어 요리하기에 적당했다. 회원들이 준비해온 식재료들을 보니 고춧가루, 황설탕, 간장 등 모두 한살림에서 구입한 것들이었다.
요리가 시작되자 회원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식재료를 물로 씻고 사과를 깎고 양파를 썰고 고춧가루를 푸는 등, 회원들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주방 한쪽에서는 회원들끼리 점심식사를 할 콩나물밥을 만드느라 밥솥에 밥을 얹히고 콩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한요리 회원들은 메인 요리를 만든 후 점심을 함께 먹는다고 했다. 회원들 각자 반찬을 조금씩 가져오거나 메뉴를 정해 만들어 먹기도 한단다.
* 여럿이 함께 하니 새로운 요리에 많이 도전하게 돼
이광윤씨(36)는 2년 전 한살림의 육아품앗이 모임, ‘쑥쑥이’에 참여하기 위해 한살림 조합원에 가입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식재료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쏟게 됐고 건강요리를 만드는 ‘한요리’ 모임에도 합류하게 됐다.
“집에서 혼자 김치를 담그려면 조금은 부담스러운데 열무김치나 오이소박이 등을 여럿이 함께 담가 먹으니 참 좋더라고요. 또 호박설기 같이 집에서 만들기 힘든 떡도 함께 만들어 먹었는데 참 맛있었어요.”
원혜영씨(37)는 한요리 모임에 들어온 지 몇 달 되지 않은 신참 회원이다. 그는 전직 영양사출신으로서 제과제빵 자격증도 갖고 있는 전문가다. 그의 이런 경력 덕분에 기존 한요리 회원들이 그를 영입하고자 공을 많이 들였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채소 값이 고공행진을 할 때, 형님을 따라 친환경매장에 들렀어요. 그런데 공급자와 직거래를 해서 그런지 채소 가격이 항상 일정하고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아 경제적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로 친환경매장을 줄곧 이용하게 됐고 그러면서 한요리 회원들과도 만나게 됐어요.”
그는 얼마 전 회원들과 묵은지롤을 첫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를 집에서 다시 한 번 만들어 가족 나들이 때 가지고 나갔더니 가족들 반응이 아주 좋았단다. 원혜영씨는 앞으로 계속 회원들과 건강에 좋은 메뉴들을 개발하면서 웰빙 요리전문가로 거듭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희정씨(44)는 얼마 전 회원들과 쿠키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버터대신 포도씨유, 박력분 대신 통밀가루를 넣어 정성스럽게 만들었단다.
“쿠키 만들기를 어렵게만 생각하고 도전해보지 못했는데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보니 의외로 복잡하지 않고 쉬웠어요. 아이들에게 주니 정말 좋아하고 과자를 좋아하지 않던 아빠도 좋아해 보람을 느꼈어요. 평소 도전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메뉴들도 여럿이 함께 만들어보니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 건강레시피 이웃과 나누고 싶어요
‘한요리’ 모임 회원들은 요리 모임 외에도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1년에 네 번, 한살림 운정 매장에서 나눔장터가 열리는데 이 장터에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나가 음식을 판매한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저소득층을 위한 기증품 구입 등 좋은 일에 쓴다. 작년에는 인절미와플을 팔았었고 오는 5월 20일에 있을 나눔장터에서는 꼬마김밥을 만들어 팔 예정이란다.
이들의 작은 소망은 그동안 만든 요리의 레시피를 묶어 연말에 작은 책자로 만들어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픈 것이다. 건강밥상에 관심이 많은 이들, 혹은 매일매일 똑같은 밥상에 작은 변화를 주고픈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치이’ 압력밥솥에서 밥이 따끈하게 지어지고 있는 가운데 ‘만능양념장’ 만들기가 끝이 났다. 회원들은 각자 가져온 유리병에 양념장을 나누어 담고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 몫까지 따로 챙기며 이날의 요리를 마무리했다. 소박했지만 함께 만들어 즐거웠던 요리시간, 유리병 속 양념장이 사랑하는 가족의 밥상에 올라 작은 행복을 더해주길 기대해 본다.
* 리포터가 엿본 ‘만능양념장’ 초간단 레시피
재료: 물100ml, 간장 100ml, 황설탕 100ml, 고춧가루 300ml, 사과 (또는 배) 반개, 양파 반개, 다진마늘 2티스푼, 소금 약간, 생강가루 약간
1. 고춧가루, 물, 간장, 생강가루를 한데 섞어 5분 정도 불린다.
2. 따로 사과와 양파, 다진 마늘을 한데 섞어 갈아준다.
3. 1와 2를 섞어 저어준다.
4. 황설탕,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5. 냉장고에 넣어 며칠간 숙성시키면 완성. 생선조림이나 찌개, 전골 등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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