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빈 집 사 수리해 쓴다고요?”

OK시골 김경래의 전원스타일

지역내일 2013-05-16

K씨는 아내 건강도 안 좋고 도시생활도 싫어 시골로 내려가 토속카페를 운영해 보고 싶었다. 새로 짓는 것보다 빈집을 구입해 개조하는 것이 품격에 맞을 것 같아 빈집 구하기에 나섰다. 그동안 월급쟁이로 꼬깃꼬깃 벌어놓은 것이라야 아파트 한 채가 고작이다. 팔아봐야 대출받은 것을 제하고 나면 겨우 1억 정도 손에 쥘 수 있는데 이것으로 어떻게 해결을 해보려고 했다.

적은 예산이지만 도시에서 가까운 마당이 딸린 집,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마당가에는 느티나무 몇 그루가 있는 수리 가능한 집쯤은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골을 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빈집인데 그 정도쯤이야 며칠이면 거뜬히 해결을 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수없이 돌아다녀보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무 생각없이 시골을 다닐 때는 눈에 띄는 것이 빈집이었지만 막상 찾아 나서 보니 어려웠다. 

농촌지역 시군청에서는 빈집정보센터라는 것도 운영하고 있다. 자료를 얻어 전화해보면 언제 조사한 것인지는 몰라도 엉터리자료가 많다. 항의를 하면 지역의 이장 전화번호를 알려주는데 부동산 중개를 하려 나서는 경우도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에 연락해보면 모두 ‘끝내주는 물건’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보면 생각한 것과는 딴판이다. 동네 한가운데 다닥다닥 붙어있든가 옆에 축사가 있고, 아니면 산비탈에 붙어있어 불안해 보이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앞에 개울이 흐르고 느티나무도 몇 그루 있는 그런 집은 없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도시사람들이 다 사두었지 아직도 그런 게 남아있겠냐”며 오히려 핀잔이다.

한마디로 물이나 계곡을 끼고 있는 농촌의 빈 집, 좀 괜찮다 싶은 것들은 도시 사람들이 이미 다 사놓았고 있더라도 팔지도 않는다. 간혹 물이나 계곡을 낀 집이 있어도 부르는 게 값이다.

K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 있는 오래된 농가주택이나 하나 사 고쳐서 사용할까”를 생각한다. 주말주택으로 개조해 볼까도 생각한다. 하지만 ‘농가주택이나 하나 쯤’으로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좀 괜찮다 하는 빈집은 비어있지만 모두 도시 사람들의 것이며 임자가 있고 팔지도 않는다. 혹 팔려고 나온 물건이라도 좀 괜찮으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싼 것들은 동네 한가운데 있든가 옆에 축사가 있고 혹은 비탈진 곳, 한 길가 등 살기에 불편한 것이 대부분이다.

농촌에 비어있는 오래된 집을 구해 간단히 수리해 사용하겠다 생각했다면 그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찾아다니는 비용이 더 든다.

김경래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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